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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대림 제1주간 금요일]
작성자박영희 쪽지 캡슐 작성일2024-12-06 조회수71 추천수4 반대(0) 신고

[대림 제1주간 금요일] 마태 9,27-31 "너희가 믿는 대로 되어라.”

 

 

 

 

간혹 ‘나는 아무도 안 믿어’라고 말씀하시는 분들을 보게 됩니다. 하느님은 존재하신다는 확실한 증거가 없으니 못 믿겠고, 사람은 툭하면 배신하고 뒤통수를 치니 못 믿겠다는 겁니다. 그러나 우리는 이 세상에서 다른 이와 서로 관계를 맺고 살아가는 존재, 즉 인간(人間)이기에 아예 믿지 않고는 살 수 없는 법입니다. 아무도 믿지 않으면 그 누구의 도움이나 협력도 받을 수 없고, 아무것도 믿지 않으면 신용을 바탕으로 굴러가는 이 세상에서 그 어떤 편의나 서비스도 누릴 수 없으니 살 수 없는 것이지요. 그러니 아예 아무것도 안 믿겠다는 극단적인 모습으로 살기보다, 믿어야 할 것과 믿지 말아야 할 것을, 올바른 믿음과 그렇지 않은 믿음을 제대로 식별할 줄 아는 지혜를 지녀야합니다. 자기 자신이나 사람을 함부로 믿기보다는 하느님을, 그분의 사랑과 섭리를 믿어야 할 것이고, 돈이면 뭐든지 다 할 수 있다고 믿기보다는, 나는 하느님 없이 아무것도 할 수 없음을 믿어야 할 것이며, 하느님의 심판과 처벌을 믿기보다는 그분의 한없는 용서와 자비를 믿어야 하는 겁니다.

 

오늘 복음에 나오는 두 소경이 바로 믿어야 할 분을 제대로 믿은 이들이었습니다. 그들은 예수님을 눈으로 볼 수는 없었어도, 그분에 관한 소문을 들을 수는 있었습니다. 그리고 자기들이 전해들은 것만 가지고, 예수님을 보지 않고도 그분께서 세상을 구원하러 오신 ‘주님’이심을 믿었으니 진정 복된 이들이었습니다. 즉 그들의 눈은 이미 영적으로 열려 있었던 것입니다. 육신의 눈은 멀었지만 믿음의 눈이 활짝 열려 있었던 것입니다. 그런 점에서 오늘 복음의 치유 이야기는 눈 먼 이가 다시 보게 된 이야기가 아니라, 믿는 이가 제대로 보게 된 이야기라고 할 수 있습니다. 또한 두 눈을 멀쩡히 뜨고 다니는 우리가 주님의 모습을 알아보지 못하는 이유는 우리의 불신 때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우리만 주님을 믿는 게 아니라, 주님께서도 우리를 믿고 기다려 주십니다. 우리가 당신을 믿고 당신께 온전히 의탁하기를, 당신의 능력을 눈으로 확인하려 들기보다 당신의 사랑과 자비를 온전히 신뢰하기를, 그 참된 믿음으로 당신 사랑의 섭리와 놀라운 신비를 알아보기를 기다려 주시는 겁니다. 우리의 믿음이 그 정도 수준에 이르면, 우리의 믿음과 주님의 믿음이 서로 만나면, 우리가 믿는 그대로 주님께서 바라시는 그대로 이루어지게 되지요.

 

그런데 안타깝게도 오늘 복음에 나오는 두 소경은 누구를 믿어야 할지는 알았지만, 구체적으로 무엇을 믿어야 할지는 제대로 몰랐던 듯 합니다. 예수님께서 자기들의 시력을 회복시켜 주실 수 있다는 것을, 즉 그분의 능력을 믿었을 뿐, 왜 자기들에게 그런 큰 은총을 베풀어 주시는지 그분의 뜻과 의도는 미처 헤아리지 못했던 겁니다. 예수님은 그들이 치유 받은 사실을 여기저기 떠들고 다녀서 당신이 그저 놀라운 능력을 지닌 ‘치유자’로 알려지는 걸 원치 않으셨습니다. 단지 그들이 자기들이 받은 은총의 의미를 충분히 곱씹어보고 그에 감사하는 마음으로 하루 하루를 하느님 뜻에 충실하게 삶으로써, 그들의 삶이 하느님께 드리는 ‘찬미’이자 다른 이들을 하느님께 대한 참된 믿음으로 이끄는 ‘선교’가 되기를 바라셨을 뿐이지요. 그러나 두 소경은 무엇을 믿어야 할지 몰랐기에 그런 예수님의 뜻을 헤아리지 못했고, 자기들의 눈이 치유되었다는 결과에만 머무르고 말았습니다. 예수님이 지니고 계신 치유의 능력을 믿을 게 아니라, 그런 능력을 지니신 분을 ‘주님’으로 믿으며 그분의 뜻에 순명해야 했습니다. 그랬다면 그 믿는 바대로 ‘구원’이라는 더 큰 은총을 입었겠지요. 우리는 그런 우를 범하지 말아야겠습니다. 예수 그리스도를 ‘주님’으로 믿는다면 그분께 모든 걸 다 맡겨드리고 따라야겠습니다. 

 

* 함  승수 신부님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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