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대림 제1주간 토요일, 성 암브로시오 주교학자 기념]
작성자박영희 쪽지 캡슐 작성일2024-12-07 조회수62 추천수4 반대(0) 신고

[대림 제1주간 토요일, 성 암브로시오 주교학자 기념] 마태 9,35-10,1.5-8 "너희가 거저 받았으니 거저 주어라.”

 

 

 

 

오늘 복음은 마태오 복음의 9장이 끝나는 부분과 10장이 시작되는 부분이 하나로 이어져 있는 구조입니다. 그러다보니 원래는 각각의 독립된 단락이 지닌 두 가지 메시지가 하나로 이어져 새로운 의미가 드러나게 됩니다. 즉 ‘수확할 것은 많은데 일꾼이 적으니 주인님께 일꾼들을 보내 달라고 청하라’는 메시지에 주님께서 열 두 제자를 직접 파견하시는 내용이 연결되어, ‘하느님의 구원사업에 다른 이들이 참여하기만을 수동적으로 기다리지 말고 너희가 직접 가라’는 새로운 메시지가 드러나는 겁니다. 여기서 한 가지 눈 여겨 볼 점은 예수님께서 당신이 하신 일과 똑 같은 일을 제자들에게 ‘소명’으로 맡기셨다는 것인데, 병자들의 치유와 구마 그리고 복음 선포가 그것이지요. 예수님을 스승이자 주님으로 섬기고 따르는 제자들이라면, 이 세상의 고통받는 이들을 위로하고 구원하시는 예수님의 사명을 이어받아 완수해야 한다는 의무와 책임이 따르기 때문일 겁니다. 목자 없는 양들처럼 시달리며 기가 꺾여 힘들게 하루 하루를 살아가는 군중들을 구원의 길, 참된 기쁨의 길인 하느님 나라로 한 명이라도 더 인도하려면 스승이신 예수님을 닮은 착한 목자 한 명이 아쉬운 상황이니, 예수님은 당신 제자들이 그런 목자가 되어주기를 바라셨겠지요.

 

그러면 어떻게 해야 제자들이, 또한 예수님을 믿고 따르는 우리가 그런 ‘착한 목자’의 모습으로 변화될 수 있을까요?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은 그 방법으로 우리가 두 가지를 느껴야 한다고 말씀하십니다. 하나는 ‘책임감’이고 다른 하나는 ‘측은지심’입니다. 첫째, ‘책임감’이라는 관점에서, 나와 함께 이 세상을 살아가는 이웃 형제 자매 중 한 사람이 유혹에 빠져 길을 잃고 엉뚱한 곳을 헤매면 그것을 나와 상관없는 ‘남의 일’로 여기며 무관심하게 대하지 말고 ‘나의 일’로 여기며 주님과 함께 그를 찾아 나서야 한다고 하십니다. 그가 죄를 지어 길을 잃은 건 내 탓이 아니라고 생각하겠지만, 이 세상에서 서로 밀접한 관계를 맺고 살아가는 우리는 알게 모르게, 직접 혹은 간접적으로 서로 어떤 식으로든 영향을 주고받기에 내 책임이 아예 없다고는 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또한 우리가 지향해야 할 ‘구원’은 나 혼자만 지옥에서 벗어나 잘 먹고 잘 사는 게 아니라, 우리 모두가 하느님의 사랑 안에서 일치를 이루어 그분과 함께 참된 행복을 누리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둘째, ‘측은지심’이라는 관점에서, 죄를 지어 하느님 사랑에서 멀어진 이들을, 그래서 하루 하루를 깊은 슬픔과 절망 속에 사는 그들을 가엾이 여기라고 하십니다. 우리는 같은 하느님을 아버지로 모시는 ‘한 가족’, ‘한 형제’이기 때문입니다. 부모에게 자식은 열 손가락 깨물어 안 아픈 손가락 없이 모두 소중한 존재이니, 또한 ‘아픈 손가락’일수록 더 큰 관심과 사랑을 주는 게 부모 마음이니, 내가 하느님을 나의 아버지로 사랑하는 만큼, 길을 잃고 방황하는 내 형제를 안쓰럽게 여기며 그들이 다시 아버지 품으로 돌아올 수 있도록, 그래서 아버지께서 잃었던 아들을 되찾는 큰 기쁨을 누리실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하는 겁니다. 그래야 구원의 잔치가 벌어지는 기쁜 자리에서 혼자 분노와 억울함으로 씩씩댔던 불쌍한 ‘큰 아들’처럼 되지 않습니다. 그러니 따뜻한 관심과 사랑으로 주위를 둘러봅시다. 고된 세파에 시달리느라 기가 꺾여 있는 이웃이 없는지, 부족함과 약함 때문에 죄를 지어 어둠 속을 헤매고 있는 형제가 없는지… 그리고 그런 이웃과 형제를 찾아가 함께 있어주고 위로해주며 힘을 줍시다. 주님께서 나에게 거저 그렇게 해주셨으니 나도 그들에게 거저 그렇게 해 줍시다. 

 

* 함 승수 신부님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태그
COMMENTS※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26/500)
[ Total 27 ] 기도고침 기도지움
등록하기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 파일 찾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