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원죄 없이 잉태되신 마리아 대축일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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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조재형 | 작성일2024-12-08 | 조회수188 | 추천수6 | 반대(0) |
오늘 우리는 성모 마리아께서 원죄 없이 잉태되신 신비를 기념하며 대축일을 지내고 있습니다. 이 축일은 하느님께서 구세사의 시작부터 구원의 계획 안에서 성모 마리아를 특별한 방식으로 선택하시고 준비하셨음을 보여줍니다. 성모님의 축일을 지내면서 23년 전에 있었던 일이 생각납니다. 당시 제가 있던 본당은 서울 대교구에서 가장 작은 본당이었습니다. 23년 전 봄에 저는 김수환 스테파노 추기경님께 편지를 보냈습니다. 편지의 내용은 대림 특강을 해 주실 수 있는지 여쭈어보는 거였고, 가능하시면 특강을 해 주시기를 청했습니다. 여름이 지나도 추기경님께서는 답장이 없었습니다. 가을이 깊어 가면서 추기경님 비서실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추기경님께서 로마에 회의 갔었고, 며칠 전에야 편지를 보았다고 합니다. 추기경님께서는 12월 8일, 원죄 없이 잉태되신 마리아 대축일에 대림 특강도 하고, 미사도 하신다고 하셨습니다. 저와 본당 식구들은 감사하는 마음으로 대림 특강을 준비했습니다. 마을 입구에 현수막을 걸었고, 문산과 법원리 성당에도 알렸습니다. 군부대에도 협조공문을 보냈습니다. 추기경님께서 오시는 날에는 성당이 잔칫날이 되었습니다. 추기경님께서는 강의와 미사를 하셨고, 저녁까지 잘 드시고 가셨습니다. 서울 대교구에서 가장 작은 본당이었기에 추기경님께서는 먼 길도 마다하지 않고 오셨습니다. 지금 생각해도 감사하고 기쁜 일입니다. 루카 복음서에서 천사 가브리엘이 마리아를 찾아와 “은총이 가득한 이여, 기뻐하여라”라고 말한 구절은 하느님께서 마리아를 특별히 선택하셨음을 드러냅니다. 이 표현은 마리아가 단순히 선택받은 정도가 아니라, 하느님의 은총 안에서 온전히 보호되고 인도되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원죄 없이 잉태되셨다는 것은 마리아께서 죄의 흔적이 전혀 없는 상태로 태어나셨음을 뜻합니다. 이는 마리아의 공로가 아니라 하느님의 은총이 주도적으로 역사하셨다는 점에서 하느님의 사랑과 계획의 위대함을 증언합니다. 마리아는 원죄 없이 잉태되심으로써 구원 계획의 중심에 서게 되셨지만, 그분의 위대함은 단순히 선택받은 데 있는 것이 아닙니다. 마리아께서는 "보십시오, 저는 주님의 종입니다. 말씀하신 대로 저에게 이루어지기를 바랍니다"라는 응답으로 자유롭게 자신의 의지를 하느님께 봉헌하셨습니다. 하느님의 부르심에 대한 마리아의 응답은 오늘 우리에게도 큰 도전이 됩니다. 우리들 또한 하느님의 부르심에 충실하게 응답해야 합니다. 마리아의 순수함은 단지 죄가 없는 상태만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그것은 하느님과의 완전한 일치를 상징합니다. 우리도 성모님을 본받아 하느님 앞에서 정결하고 깨끗한 마음을 지니기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성사와 기도를 통해 우리 안에 자리한 죄와 잘못을 씻고, 하느님께서 주시는 은총에 마음을 열어야 합니다. 마리아께서 원죄 없이 잉태되신 신비는 단순히 그분 한 분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우리 모두를 향한 하느님의 초대이기도 합니다. 하느님께서는 모든 이가 거룩한 삶으로 부르심 받았음을 이 신비를 통해 드러내십니다. 마리아의 모범은 우리로 하여금 우리 자신을 하느님의 뜻에 맡기고, 거룩함을 향해 나아가도록 이끌어 줍니다. 오늘 원죄 없이 잉태되신 마리아 대축일을 지내며, 우리 각자도 하느님의 특별한 사랑과 계획 안에 있음을 깨닫길 바랍니다. 성모님을 본받아 하느님의 뜻을 온전히 신뢰하며, 우리의 일상에서도 거룩함을 추구하는 삶을 살아갑시다. “원죄 없이 잉태되신 성모 마리아, 저희를 위하여 빌어주소서.”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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