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대림 제2주간 수요일
작성자조재형 쪽지 캡슐 작성일2024-12-10 조회수117 추천수4 반대(0)

죽음 교육에서 고은 시인의 순간의 꽃이라는 시를 읽었습니다. 짧은 시인데 깊은 여운을 주는 시였습니다. 오늘은 그 시를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 “노를 젓다가/ 노를 놓쳐버렸다./ 비로소 넓은 물을 돌아다보았다.” 노를 젓는 일이 필요하고, 중요한 일입니다. 그러나 노를 젓는 방향이 중요합니다. 물질, 성공, 권력, 업적이라는 방향을 향해서 노를 저으면 아무리 열심히 저어도 참된 행복을 향해 나갈 수 없습니다. 노를 놓쳐서 잠시 멈추면 비로소 방향을 알 수 있습니다. 사목이라는 노를 저어서 33년을 달려왔습니다. 보좌신부 때는 청년부와 주일학교를 대상으로 노를 저었습니다. 행사하고, 밥 먹고, 술 마시면서 청년들을 만났습니다. 돌아보면 말씀과 영성이 부족했습니다. 본당신부 때는 사목회를 중심으로 교우들을 대상으로 노를 저었습니다. 많은 행사가 있었고, 만남이 있었습니다. 돌아보면 말씀이 부족했고, 영적으로 메말랐습니다. 교구청에 있을 때는 교구청을 중심으로 교구 신자들을 대상으로 노를 저었습니다. 교육이 있었고, 행사가 있었습니다. 돌아보면 교우들이 바라는 것을 제대로 채워주지 못했습니다. 역시 말씀과 영성이 부족했습니다. 뉴욕의 신문사에 있을 때는 코로나 팬데믹의 중심에 있었습니다. 신문사 운영이라는 노를 저었습니다. 재정적인 어려움에 늘 노심초사였습니다. 달라스 한인 성당에서 사목이라는 노를 젓고 있습니다. 어쩌면 현직에서 젓는 마지막 노가 될 수 있습니다. 점시 노를 멈추고 말씀과 영성을 향해 방향을 바꾸어야겠습니다.

 

물벌레와 잠자리이야기도 들었습니다. 물벌레는 물속에서 살며 물 표면을 올라가는 것을 두려워합니다. 물속 생활에 익숙한 물벌레들은 자신들의 세상을 떠나 물 밖으로 나가는 것이 무슨 의미인지 알지 못합니다. 그들 사이에서는 물 위로 올라간 친구들이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는 이야기가 전해집니다. 어느 날, 물벌레 중 하나가 물 표면을 향해 올라가기로 결심합니다. 물을 떠나 물 밖으로 나온 물벌레는 기다리고 있던 변화를 맞이하며 잠자리로 변태하게 됩니다. 잠자리가 된 물벌레는 하늘을 날며 새로운 세상과 자유를 경험합니다. 그러나 이제는 물속으로 돌아갈 수 없음을 깨닫습니다. 그는 물속에 남아 있는 친구들에게 자신이 겪은 변화를 알리고 싶지만, 방법이 없습니다. 이 이야기는 변화와 성장, 그리고 우리가 알 수 없는 세상에 대한 신비로움과 연결됩니다. 물벌레에서 잠자리로의 변태는 인간 삶의 단계적 변화를 상징하기도 하며, 종교적 관점에서는 죽음과 부활, 또는 새로운 생명에 대한 은유로 해석되기도 합니다. 물벌레가 잠자리로 변하는 과정은 삶과 죽음의 순환을 상징하며, 죽음 이후의 세계에 대한 성찰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말씀하십니다. ‘고생하며 무거운 짐을 진 너희는 모두 나에게 오너라. 내가 너희에게 안식을 주겠다. 나는 마음이 온유하고 겸손하니, 내 멍에를 메고 나에게 배워라. 그러면 너희가 안식을 얻을 것이다. 정녕 내 멍에는 편하고, 내 짐은 가볍다.’ 오늘 예수님께서는 새로운 짐과 멍에를 이야기하십니다. 어떤 짐과 멍에일까요? 강도 맞은 이웃을 돌보아 주었던 착한 사마리아 사람의 측은지심입니다. 지난날의 잘못을 뉘우치고 아버지께 돌아가는 둘째 아들의 수오지심입니다. 이제는 그리스도가 내 삶의 전부라고 고백했던 바오로 사도의 사양지심입니다. 성령의 열매를 분별하는 시비지심입니다. 친구가 오리를 같이 가자고 하면 십리까지도 함께 가주는 따뜻한 마음입니다. 나의 뜻이 이루어지기를 바라기 전에 먼저 하느님의 뜻이 무엇인지를 바라는 열정입니다. 벗을 위해서 목숨까지 바치려는 사랑입니다. 예수님께서는 해야 할 일들을 좋아하셨다고 생각합니다. 그러기에 십자가를 지는 일도, 복음을 전하는 일도, 힘들게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오늘 주님께서는 우리에게 같은 말씀을 하십니다. ‘여러분이 해야 할 일을 좋아하십시오. 그러면 여러분의 짐과 멍에는 여러분을 행복하게 할 것입니다.’

 

우리가 대림 시기를 지내는 것은, 우리의 능력과 우리의 업적 때문에 하느님의 사랑을 받는 것이 아님을 묵상하는 것입니다. 하느님의 크신 사랑이, 우리의 허물과 잘못을 모두 용서하신다는 것을 돌아보는 것입니다. 이제, 우리는 살면서, 우리에게 잘못한 이를, 우리에게 상처를 준 이들을 넓은 마음으로 보듬을 수 있어야 하겠습니다. 2024년도 이제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우리가 지고 가려던 짐과 멍에는 무엇이었을까요? “주님께 바라는 이들은 새 힘을 얻고 독수리처럼 날개 치며 올라간다. 그들은 뛰어도 지칠 줄 모르고 걸어도 피곤한 줄 모른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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