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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대림 제2주간 수요일]
작성자박영희 쪽지 캡슐 작성일2024-12-11 조회수54 추천수6 반대(0) 신고

[대림 제2주간 수요일] 마태 11,28-30 “고생하며 무거운 짐을 진 너희는 모두 나에게 오너라. 내가 너희에게 안식을 주겠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은 세상의 거센 풍파에 시달리느라 지친 우리에게 ‘안식’을 주겠다고 하십니다. 늘 피로에 찌든 채 앉으면 눕고 싶고 누우면 자고 싶은 우리에게 그 말씀은 ‘아무 것도 안하고 푹 쉬게 해주겠다’는 의미로 들려 반갑게 느껴지지요. 그런데 예수님이 말씀하시는 안식은 우리가 기대하는 ‘휴식’과는 다릅니다. 안식은 하느님께서 태초에 세상을 창조하실 때 당신께서 만드신 모든 피조물에게 허락하시고 명하신 ‘축복’에 가깝습니다. 아무 것도 안하고 늘어져 있으라는 게 아니라, 일주일에 단 하루라도 ‘세상의 일’을 잠깐 접어두고 하느님과의 관계 안에 머무르며 그분께서 나에게 바라시는 뜻을 묵상해보라는 초대이자 권고인 겁니다.

 

그런데 세상은 우리가 그런 안식을 누릴 여유를 주지 않습니다. 돈을 최고의 가치로 여기는 자본주의와 자유시장 경제체제 안에서 사람은 더 많은 돈을 뽑아내기 위한 ‘부속품’에 불과하기에, 세상은 우리가 일을 중단하고 쉬는 걸 탐탁치 않게 여기는 겁니다. 그렇게 쉴 때 다 쉬어가며 어떻게 성공하느냐고, 더 많은 돈을 벌어 행복해지려면 자는 시간도 아껴가며 불철주야 달려야 한다고, 쉬는 건 많은 돈을 벌고 난 뒤에 성공하고 난 뒤에 해도 늦지 않는다고 우리를 다그칩니다. 그 영향 때문인지 요즘 사람들은 ‘피곤해 죽겠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살면서도 정작 안식을 누리는 걸 불안해 합니다. 죽으면 어차피 쭉 쉴거니 할 수 있을 때 죽어라 일해서 빨리 성공하겠다고 이를 악물지요. 그러다보니 몸과 마음에 병이 생깁니다. 쉼을 포기한 대가로 통장에 숫자는 쌓여가는데 마음은 점점 공허해질 뿐입니다.

 

예수님은 그런 우리에게 말씀하십니다. “모두 나에게 오너라.” 주님과의 관계 안에 깊이 머무르며 그분과 친교를 맺는 기도의 시간이야말로 몸과 마음, 영혼까지 다 방전되어버린 우리에게 반드시 필요한 ‘안식’입니다. 기도를 통해 주님과 나 사이의 사랑이 깊어질수록 그분께서 주시는 힘과 위로를 받아 마음이 충만해지지요. 그럴수록 그분 사랑 안에 더 깊이, 더 오래 머무르고 싶다는 갈망 또한 커집니다. 그런데 이 거룩한 안식을 누리기 위해서는 세상의 일을 잠시 내려놓아야 합니다. 세상에서 얻을 수 있는 이익들을 상당부분 포기해야 합니다. 그렇게 하는 건 ‘어리석은 시간 낭비’라고 우리 귀에 대고 속삭이는 어둠의 세력들을 단호하게 물리쳐야 합니다.

 

물론 주님과 함께 한다고 해서 우리가 삶의 여정에서 지고 가야 할 ‘짐’이 사라지지는 않습니다. 세상살이에서 짊어지는 짐에 신앙생활에 따르는 의무까지 더해져 때로는 더 힘들게 느껴지기도 하지요. 그러나 주님께서는 눈 앞에 놓인 바다를 없애주시는 분이 아니라 그 바다를 갈라 살 길을 열어주시는 분입니다. 힘들고 괴로운 십자가를 대신 져주시는 분이 아니라, 그 십자가를 끝까지 잘 지고 갈 수 있는 힘을 주시는 분입니다. 누구보다 나를 사랑하시고 나에게 대해 가장 잘 아시는 분이 언제나 나와 함께 걸으시며 힘을 주시니, 우리는 ‘새 힘을 얻고 독수리처럼 날개 치며 올라갈 수’ 있습니다. 

 

* 함 승수 신부님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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