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이수철 프란치스코신부님 -두려워하지 마라 <귀 있는 사람은 들어라>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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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선우경 | 작성일2024-12-12 | 조회수58 | 추천수5 | 반대(0) 신고 |
2024.12.12.대림2주간 목요일
이사41,13-20 마태11,11-15
두려워하지 마라 <귀 있는 사람은 들어라>
“하늘아, 위에서 이슬을 내려라. 구름아, 의로움을 뿌려라. 땅은 열리어 구원을 피어나게 하라.”(이사45,8)
두려움과 불안중에 살아가는 많은 사람들입니다. 두려움과 불안은 인간 누구도 예외일 수 없는 인간의 근원적 정서인지도 모릅니다. 성서에도 365회나 나오는 말마디가 ‘두려워하지 마라’입니다. 여기 요셉수도원 십자로 중앙 예수성심상 아래 바위판에 새겨진 말마디 또한 “나다, 두려워하지 마라”(마태14,27)입니다. 작금의 위기상황중인 대한민국 국민들에게 주시는 주님의 말씀입니다.
“나다(I AM)”는 모세에게 계시된 하느님 이름입니다. 하느님과 같은 위상의 파스카 예수님이라는 것입니다. “나다”에는 예수님은 “너희와 함께 있는 하느님(I AM with you), ”너희를 위해 있는 하느님(I AM for you)”이라는 의미가 함축되어 있습니다. 그러니 ‘나다’에는 두려워하지 마라는 말마디가 꼭 뒤따르기 마련입니다. 제 여섯째 숙부가 오래전 선종시 임종전 꼭 잡고 산 성구가 바로 두려워하지 마라가 들어있는 성구였습니다.
“두려워하지 마라. 내가 너의 곁에 있다. 걱정하지 마라. 내가 너의 하느님이다. 내가 너의 힘이 되어 준다. 내가 도와 준다. 정의의 오른팔로 너를 붙들어 준다.”(이사41,10)
이 말씀은 제가 고백성사중 보속용 말씀 처방전으로 많이 써드리는 성구중 하나입니다. 어떤 분은 수십년을 보관하고 지내기도 합니다. 오늘 제1독서 이사야서는 “두려워하지 마라”는 성구로 시작하고, 오늘 복음은 “귀 있는 사람은 들어라”는 성구로 끝맺음이 의미심장합니다. 이에 지체없이 “두려워하지 마라, 귀있는 사람은 들어라”로 강론 제목을 정했습니다. 오늘 이사야서의 말씀이 그대로 오늘 우리에게 주시는 말씀입니다.
“나 주님이 너의 하느님, 내가 네 오른손을 붙들어 주고 있다. 나는 너에게 말한다. ‘두려워하지 마라, 내가 너를 도와주리라.’ ... 나 주님이 그들에게 응답하고 나 이스라엘의 하느님이 그들을 버리지 않으시리라. 나는 벌거숭이산들 위에 강물이 골짜기들 가운데에 샘물이 솟아나게 하리라.”
살다 보면, 간혹 “하늘이 도왔다.”, "천운이다!"라는 감격에 벅찬 고백도 듣습니다.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이 있다고 믿는 누구나에게 이런 구원체험이 있을 것입니다. 참으로 두려웠던 상황이 하느님의 개입이란 예기치 못한 일들로 인해 구원받았던 체험의 고백입니다.
한쪽 문이 닫혀 있으면 한쪽 문은 열려 있는 법입니다. 아주 예전에 삼국지에서 읽은 “모사謀事는 재인在人이요 성사成事는 제천在天!”이라, 즉 일을 꾸미는 것은 사람에게 있지만 일을 이루는 것은 하늘에 달려 있다는, ‘사마의 사마염 사마소’ 삼부자가 제갈량의 계책에 빠져 불속에서 죽음을 맞이할 찰라에 갑자기 하늘서 내리는 비로 불이 꺼지고 살아나는 장면을 본 제갈량의 탄식의 말마디도 잊지 못합니다.
인명 또한 재천입니다. 사람의 목숨은 하늘에 달려 있습니다. 모든 일이 이뤄짐은 하늘에 달려 있다는 고백이니 하늘을 우러러 부끄러움이 없다면 결코 두려워할 것이 없다는 것입니다. 진인사대천명盡人事待天命, 우리가 할 일은 최선을 다하고 결과는 지성至誠이면 감천感天의 하느님께 맡기는 믿음의 자세뿐이겠습니다. 오늘 복음의 주님 말씀도 우리에게는 큰 위로와 힘이 됩니다.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말한다. 여자에게 태어난 이들 가운데 세례자 요한보다 더 큰 인물은 나오지 않았다. 그러나 하늘 나라에서는 가장 작은 이라도 그보다 더 크다.”
바로 당대의 당신 제자들은 물론 오늘 우리를 두고 하는 말씀입니다. 이미 세례로 하느님의 자녀가 되어 하늘 나라를 살고 있는 우리들은 비록 가장 작은 이라 할지라도 세례자 요한보다 더 크다는 것입니다. 무엇보다 파스카의 주님과 늘 함께 하는 우리의 하늘 나라 삶이요 세례자 요한은 이런 구원의 경지를 체험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세례자 요한 때부터 지금까지 하늘나라는 폭행을 당하고 있다. 폭력을 쓰는 자들이 하늘 나라를 빼앗으려고 한다...요한은 바로 오기로 되어 있는 엘리야다. 귀 있는 사람은 알아들어라.”
지금까지 그랬고 앞으로도 하늘 나라는 계속 폭행을 당할 것이나 그런 와중에도 하늘 나라는 계속 성장 실현될 것입니다. 아무도 하느님의 역사하심을 좌절시킬 수 없기 때문입니다. 바로 세례자 요한이 대림시기 우리에게는 좋은 모범이 됩니다. 재림의 엘리야 같은 세례자 요한과 함께 깨어 주님의 길을 닦는 회개의 삶에 충실함이 대림시기 우리에게 주어진 과제입니다.
은총의 대림시기와 더불어 하늘 나라의 실현도 분명해집니다. 그러니 두려워하지 않음은 물론 마음의 귀를 열고 들어야, 경청해야 합니다. “들어라!” 역시 성서에 참 많이 나오는 말마디입니다. 침묵과 경청, 겸손과 순종의 믿음을 통해 하느님이 함께 하심을 깊이 깨닫고 회개의 삶이 더욱 충실할 수 있을 것입니다.
날마다 주님의 이 거룩한 미사은총이 우리 모두 무지의 어둠, 두려움의 어둠을 몰아내시어 오늘 지금 여기서 생명과 빛의 하늘 나라 꿈을 실현하며 살게 하십니다.
“우리는 현세에서 의롭고 경건하게 살며, 복된 희망이 이루어지고, 위대하신 하느님의 영광이 나타나기를 기다리네.”(티토2,12-13). 아멘.
성 베네딕도회 요셉수도원 이수철 프란치스코신부님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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