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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대림 제2주간 토요일, 십자가의 성 요한 사제 학자 기념]
작성자박영희 쪽지 캡슐 작성일2024-12-14 조회수74 추천수4 반대(0) 신고

[대림 제2주간 토요일, 십자가의 성 요한 사제 학자 기념] 마태 17,10-13 "엘리야는 이미 왔지만, 사람들은 그를 알아보지 못하고 제멋대로 다루었다."

 

 

 

 

오늘의 제1독서는 집회서의 후반부로서, 모든 유다인들이 존경하며 기다리는 대예언자 엘리야가 하느님의 뜻에 따라 이룩한 주요 업적들을 언급한 후, ‘정해진 때’ 즉 하느님께서 정하신 종말의 날에 그가 다시 이 세상에 내려와 수행하게 될 소명에 대해 기록하고 있습니다. 그에게 맡겨진 소명은 “주님의 분노가 터지기 전에 그것을 진정시키고 아버지의 마음을 자식에게 되돌리며 야곱의 지파들을 재건”하는 것이지요. 즉 종말의 날에 엘리야 예언자가 나타나는 것이 이스라엘 백성들에게는 멸망을 예고하는 두렵고 무서운 표징이 아니라, 하느님께서 그들을 부활시키시어 참된 행복의 나라로 데려가신다는 구원의 약속이자 기쁨의 표징인 겁니다. 그와 비슷한 메시지가 구약의 마지막 예언서인 말라키서에 기록되어 있는데 그 내용은 이렇습니다. “보라, 주님의 크고 두려운 날이 오기 전에 내가 너희에게 엘리야 예언자를 보내리라. 그가 부모의 마음을 자녀에게 돌리고 자녀의 마음을 부모에게 돌리리라. 그래야 내가 와서 이 땅을 파멸로 내리치지 않으리라”(말라3,23-24).

 

그렇기에 하느님께서 이 세상에 메시아를 보내시기 전에 엘리야 예언자를 먼저 보내시는 것은 당신 백성을 한 명이라도 더 구원하시기 위해 미리 준비시키시려는 의도입니다. 그러니 엘리야 예언자로 여겨지는 사람을 보았다면 종말의 날이 임박했음을 떠올리며 지금 즉시 구원받기에 합당한 사람으로 변화되기 위한 노력을 시작하면 되는 것이지요. 그러나 이스라엘 백성들은, 특히 대사제나 율법학자 같은 종교 지도자들과 기득권층은 그런 모습을 보이지 않습니다. 그들은 구약성경에 적힌 예언에 따라 메시아보다 엘리야가 ‘먼저’ 와야 함을 강조하면서, 아직 엘리야가 나타나지 않았으니 메시아도 오지 않은 거라고, 그러니 수많은 군중들이 추종하는 예수라는 자는 그리스도가 아니라고 억지를 부립니다.

 

이미 세례자 요한이라는 대예언자가 나타나 종말의 날이 임박했음을 알려주고 회개의 메시지를 선포함으로써 사람들을 구원받도록 준비시키는 소명을 다 하고 있었음에도, 이스라엘의 종교 지도자들이 그를 ‘엘리야’로 인정하지 않은 것은 그가 헤로데에게 붙잡혀 참수를 당했기 때문입니다. 그가 진짜 엘리야라면 남북으로 갈라진 이스라엘 백성들을 화해시키고 무너진 국가의 재건하는 소명을 완수했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하고 죽어버렸으니 그런 무능하고 약한 이가 엘리야 예언자일 리가 없다는 논리이지요. 즉 아직 이 땅에 엘리야가 재림하지 않았으니 메시아도 안오셨다고, 그렇기에 예수라는 자는 절대 메시아일 수 없다고 주장하기에 이른 겁니다.

 

예수님께서는 그들의 잘못된 생각을 바로잡으시고자 분명히 말씀하십니다. “엘리야는 이미 왔지만, 사람들은 그를 알아보지 못하고 제멋대로 다루었다.” 여기서 예수님이 언급하신 엘리야는 세례자 요한을 가리키지요. 즉 세례자 요한이 엘리야의 사명을 띠고 이 세상에 왔지만 나태함과 안일함에 빠진 유다인들은 그가 전한 회개와 극기의 메시지를 받아들이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헤로데를 필두로 한 권력자들이 그를 자기들의 기득권을 위협하는 눈엣가시로 여겨 제거했다는 뜻입니다. 또한 유다인들은 거기에서 그치지 않고 세상을 구원하러 오신 그리스도마저 자기들이 기대하고 바랐던 모습과 다르다는 이유로 배척하며 핍박할 거라고 예고하시지요. 우리도 얼마든지 그들과 같은 잘못을 저지를 수 있습니다. 예수님을 ‘주님’이라고 부르면서 그분 뜻을 따르기보다 내 뜻을 앞세운다면, 그분께서 말씀하신 계명과 가르침대로 살지 않고 탐욕과 집착에 휘둘려 산다면, 다시 또 다시 예수님을 십자가에 못 박게 되는 겁니다. 그러니 주님을 제멋대로 다룰 생각 말고 그분 뜻에 순명하며 살아야 합니다. 그래야 작고 약한 이의 모습으로 오시는 주님을 제대로 알아볼 수 있습니다. 

 

* 함 승수 신부님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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