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양승국 신부님_구세주의 찬란한 별빛을 뵙고자 한다면...
작성자최원석 쪽지 캡슐 작성일2024-12-15 조회수55 추천수6 반대(0) 신고

다들 요즘 얼마나 마음 고생이 많으십니까? 나라의 근간이 흔들리니 서민 경제도 바닥이고, 대기업뿐만 아니라 중소기업, 자영업자들, 서민들 다들 힘들어 하고 계십니다.

 

그러나 우리의 하느님은 임마누엘 하느님, 언제 어디서든 항상 우리와 함께 하시는 하느님이십니다. 만사형통할 때도 함께 하시지만, 바닥으로 내동댕이쳐질때도, 죽음의 골짜기를 걸어갈 때도 함께 하시는 주님이십니다.

 

이토록 어려운 국면에 처한 우리 현실 안에도 주님께서는 반드시 함께 하시며 우리를 좋은 길로 이끌어주시리라 확신합니다. 꼭 그렇게 될 것을 믿고, 기도하는 대림시기 보내면 좋겠습니다.

 

며칠 전 아래쪽 숙소 거실 천장에 배관에 문제가 생겨서, 수리를 끝낸 다음, 도배를 하고 있었습니다. 사람 부르면 인건비 엄청나서 혼자서 살살 하고 있었는데, 늦게 피정에 도착하신 분이 문을 확 열고 들어오셨습니다.

 

열심히 도배하고 있는 저를 보신 형제님이 대뜸 묻습니다. “관리장님 되시나요? 제가 좀 늦었는데 어디로 가면 되나요?”

 

제가 활짝 웃으면서 “네, 잘 오셨습니다. 제일 꼭대기 성당으로 올라가시면 됩니다.” 라고 말씀드렸습니다.

 

그리고 강의 시간이 되서 대충 일 마무리 하고 옷 갈아입고 강의하러 갔더니 아까 그 형제님 깜짝 놀라시며 미안해하셨습니다.

 

저는 올해로 수도 생활 40년 째인데...돌아보니 수도원 안에서 늘 높은 자리에 앉아 있었습니다.

 

쾌적한 사무실 컴퓨터 앞에서 주로 일을 했고, 매일 하는 일이 회의하고 결재하고 6개년 계획 짜고..

 

그런데 5년 전부터 피정 센터 와서 전혀 다른 일을 하고 있습니다. 이런 저런 궂은 일들, 잡일들을 기쁘게 하며 그렇게 살고 있습니다. 오랜 세월 높은 곳에만 있었던 것에 대해, 하느님께 형제들께 송구한 마음이 들어, 일부러 남들이 하기 싫어하는 일, 가장 힘든 일을 찾고, 공동체 안에서도 가장 낮은 곳에 있으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랬더니 너무 은혜로운 일들이 많이 생겼습니다. 높은 자리에 있을 때는 전혀 보이지 않던 인생의 진리가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전에는 조금도 생각하지 못했던 청소노동자들의 고충도 알게 되고 주방 노동자들의 노고와 그런 일의 소중함도 알게 되었습니다.

 

또다시 성탄 준비하고 있습니다. 탄생하실 주님을 더 깊이 뚜렷이 뵙고 싶다면 높은 곳이 아니라 낮은 곳으로, 휘황찬란한 밝은 곳이 아니라 심연의 어두운 아래로 내려서야 합니다.

 

구세주의 찬란한 별빛을 뵙고자 한다면, 네온사인이 반짝이는 번화가에서는 불가능합니다. 동방 박사들처럼 어두운 밤길을 지속적으로 걸어야 합니다.

 

깊어가는 대림 시기 흥청망청 술잔치, 말잔치을 줄이고 좀 더 자제하고 좀 더 청빈한 삶을 추구하고, 그래서 생긴 여유분을 가난한 이웃과 적극적으로 나눌 때, 아래에 있는 이웃들을 기쁘게 찾아나설 때, 그 자리에 아기 예수님께서는 기쁘게 탄생하실 것입니다.

 

양승국 스테파노, 살레시오회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태그
COMMENTS※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26/500)
[ Total 27 ] 기도고침 기도지움
등록하기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 파일 찾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