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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대림 제3주간 월요일]
작성자박영희 쪽지 캡슐 작성일2024-12-16 조회수95 추천수4 반대(0) 신고

[대림 제3주간 월요일] 마태 21,23-27 "나도 무슨 권한으로 이런 일을 하는지 너희에게 말하지 않겠다.”

 

 

 

 

오늘 복음은 예수님께서 성전을 정화하신 사건에 이어지는 내용입니다. 예수라는 자가 나타나 상인들을 내쫓고 장사하던 좌판을 뒤집어 엎는 등 말 그대로 난리를 치고 갔다는 얘기를 들은 수석 사제들과 백성의 원로들이 화가 잔뜩 나서 씩씩대며 예수님을 찾아옵니다. 그리고 그분께 이렇게 따져 묻지요. “당신은 무슨 권한으로 이런 일을 하는 것이오? 그리고 누가 당신에게 이런 권한을 주었소?” 성전을 관리하고 운영하는 권한은, 더 나아가 백성들에게 하느님의 말씀을 가르치는 권한은 종교 지도자들인 자신들에게 있는데, 당신이 대체 누구길래 자기들의 권한을 침해하느냐는 겁니다. 예수님의 행동은 자기들의 기득권을 위협하는 일이었기에 가만히 두고 볼 수 없었던 것이지요. 권한은 그들의 기득권을 지켜주는 힘이었습니다. 권한은 사회의 질서와 가치체계를 유지하는 힘이었습니다. 그러니 그 힘이 자기들이 아닌 다른 이에게, 특히 출신 성분도 별 볼 일 없고 하느님 말씀과 율법을 제대로 공부한 적도 없는 촌뜨기에게 넘어가는 걸 절대 용납할 수 없었습니다.

 

그런 그들에게 예수님께서 물으십니다. “요한의 세례가 어디에서 온 것이냐? 하늘에서냐, 아니면 사람에게서냐?” 당시 세례자 요한은 사람들에게 권위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의 가르침과 삶이 사람들의 마음에 큰 울림을 주었고 변화를 위해 스스로 움직이도록 자극했던 것이지요. 수석 사제들과 원로들도 얼마나 많은 백성들이 그를 따르고 있는지 익히 들어 알고 있던 터였습니다. 그래서 예수님의 질문에 선뜻 대답할 수 없었습니다. 그의 권한이 하느님으로부터 왔다고 대답하면 그의 권한을 인정하고 그의 말을 따라야 했기 때문입니다. 그의 권한이 그저 사람에게서 왔을 뿐이라고 대답하면 자기들이 누리고 있는 권한도 아무것도 아닌 게, 사람이면 누구나 누릴 수 있는 게 되어버리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무엇이 진실인지 뻔히 알면서도 ‘모르겠다’며 입을 다물어버리는 비겁한 모습을 보입니다.

 

그러자 예수님께서도 하느님 말씀을 선포하고 실행하는 당신의 권한이 어디에서 온 것인지 말씀해주지 않겠다고 하십니다. 그들은 예수님의 말씀을 들을 마음이 없기 때문입니다. 들어도 그 참뜻을 이해할 지혜가 없기 때문입니다. 예수님이 생각하시는 권한은 그들이 생각하는 것과 달랐기 때문입니다. 예수님이 지니신 권한은 남들앞에서 자신을 내세우고 군림함으로써가 아니라, 겸손하게 자신을 낮추고 섬기는 사랑에서, 다른 이를 위해 자기 자신을 희생하는 헌신에서 비롯되는 것이지요. 그렇게 비롯된 참된 권위는 그분의 소명으로 연결됩니다. “사람의 아들도 섬김을 받으러 온 것이 아니라 섬기러 왔고, 또 많은 이들의 몸값으로 자기 목숨을 바치러 왔다.”

 

“너희에게 말하지 않겠다”는 예수님의 단호한 침묵이 제 마음을 무겁게 짓누릅니다. 저도 알게 모르게 사제라는 권한을 무기 삼아 타인을 저울질하고 있지는 않는지, 내 삶을 이끌어 가실 권한을 주님께 내어드리지 않고 제 뜻과 계획을 앞세우고 있지는 않은지 돌아보게 됩니다. 이제는 심판의 저울 위에 다른 이를 올려놓으려 들지 말고 저 자신이 올라서야겠습니다. 늘 깨어 있는 자세로 내가 주님 뜻을 헤아리고 받아들이며 실천하고 있는지 잘 챙겨야겠습니다. 

 

* 함 승수 신부님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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