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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12월 17일]
작성자박영희 쪽지 캡슐 작성일2024-12-17 조회수113 추천수5 반대(0) 신고

[12월 17일] 마태 1,1-17 "그리스도라고 불리는 예수님께서 태어나셨다."

 

 

 

 

오늘 복음은 “다윗의 자손이시며 아브라함의 자손이신 예수 그리스도의 족보”라는 말로 시작됩니다. 여기서 ‘족보’는 우리 식으로 번역된 말이고 이 말의 그리스어 원문인 ‘게네시스’는 ‘계보’라는 뜻입니다. 즉 예수 그리스도가 온전한 “참 사람”으로 이 세상에 존재하시게 된 ‘근원’과 그것이 인간 역사 안에서 이어져 내려온 ‘내력’을 기록한 것이지요. 그 내력에서 중심적인 역할을 하는 두 ‘기둥’은 아브라함과 다윗 임금입니다. 아브라함은 하느님께서 당신 백성으로 뽑으신 이스라엘의 조상이자 하느님께 충실한 믿음을 지녔던 신앙의 조상이기에, 예수 그리스도라는 존재의 근원이 그로부터 시작되었다는 것은 그분이 하느님께서 특별히 선택하신 분이자 하느님 아버지를 향한 굳은 믿음과 신뢰를 지닌 분이심을 드러냅니다. 한편 다윗 임금은 하느님을 충실히 섬기며 그분 뜻을 따른 덕분에 하느님으로부터 번영과 평화를 약속 받은 인물이기에, 예수 그리스도라는 존재가 그 후손으로 태어났다는 것은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 온 인류의 구원과 평화라는 하느님의 약속이 실현되리라는 점을 드러내지요.

 

한편, 오늘 복음을 통해 하느님의 구원사업이 지니는 세가지 특징이 추가적으로 드러나고 있습니다. 첫째, 우리를 구원하시려는 하느님의 계획은 어느 한 순간 갑자기 이루어지는 게 아니라, 인간의 구체적인 역사 안에서 오랜 시간에 걸쳐 서서히 이루어진다는 것입니다. 그 과정은 쉽고 편한 “꽃길”이 아니라 힘들고 어려운 “가시밭길”이지만 하느님께서 언제나 우리와 함께 걸으시기에 온갖 시련과 난관에도 불구하고 항구하게 이어지고 있습니다. 둘째, 예수 그리스도의 계보에는 남자의 이름 뿐만 아니라 여자의 이름도 기록되어 있는데, 심지어 평범한 유다인이 아니라 이방인과 죄를 지은 여인의 이름들만 기록되어 있습니다. 시아버지와 동침하여 자식을 낳은 타마르, 이방인 창녀로써 적군인 이스라엘과 내통한 라합, 그리고 젊은 과부로 보아즈를 유혹했던 이방인인 룻, 자기 남편 우리야를 죽인 다윗과 부정을 저질러 자식을 낳은 바쎄바까지… 이 여인들이 예수 그리스도의 계보에 포함되었다는 것은 인간의 부정과 불의에도 불구하고 당신의 선을 이루시는 하느님의 전능하심을 드러내는 동시에, 하느님께서는 유다인 뿐만 아니라 이방인들도, 의인들 만이 아니라 죄인들까지 구원하고자 하시는 사랑과 자비가 넘치시는 분임을 드러내지요. 즉 하느님은 어떻게 해서라도 기필코 우리를 구원하고 싶으신 겁니다. 셋째, 계보를 정확히 십 사 대씩 나눈 것은 그 안에 하느님의 섭리와 뜻이 스며들어 있음을 표현하기 위함입니다. 하느님께서 우리를 구원하고자 하시는 당신 뜻을 이루시기 위해 역사 안에서 끊임없이 섭리하고 계셨다는 뜻이지요. 그 과정은 완전무결하다고는 할 수 없고 중간에 우여곡절도 많았지만 그 결과는 그리스도의 탄생이라는 ‘해피 엔딩’으로 끝납니다. 하느님은 어떤 상황에서도 당신 뜻을 이루시고야 마는 전능하신 분이기 때문입니다.

 

우리를 구원하시기 위해 하느님께서 직접 써내려가시는 예수 그리스도의 계보는 지금 이 순간도 계속해서 기록되고 있습니다. 그 계보에는 언젠가 나의 이름도 기록될 것입니다. 기왕이면 대단한 업적을 남긴 의인으로 기록되진 못하더라도, 하느님 뜻을 거스른 죄인으로는 기록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구원의 계보에 이름이 적힌다는 사실 자체에 안주하기보다 하느님 마음에 드는 삶, 그분을 기쁘게 해 드리는 삶을 살아야겠습니다. 

 

* 함 승수 신부님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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