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12월 20일]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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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박영희 | 작성일2024-12-20 | 조회수103 | 추천수5 | 반대(0) 신고 |
[12월 20일] 루카 1,26-38 “보십시오, 저는 주님의 종입니다. 말씀하신 대로 저에게 이루어지기를 바랍니다.”
어제 복음에서는 하느님의 말씀을 받아들이는 즈카르야의 모습이, 오늘 복음에서는 같은 상황에 처한 성모님의 모습이 연속으로 나오다보니 자연스럽게 두분의 서로 다른 점들이 더 부각되어 드러나게 됩니다. 어제 가브리엘 천사를 통해 그토록 바라던 아들을 얻게 되리라는 메시지를 들은 즈카르야는 “제가 그것을 어떻게 알 수 있겠습니까?”라고 묻습니다. 자신도 엘리사벳도 이미 너무 늙어버렸는데, 게다가 엘리사벳은 원래부터가 아이를 못 낳는 몸인데 어떻게 갑자기 아이를 잉태하겠느냐는 것이지요. 하느님의 뜻을 자기 머리로 이해하고 납득해야만 받아들이겠다는 완고하고 교만한 태도입니다. 그런 돌밭 같은 마음에는 하느님 말씀이 깊이 뿌리내리지 못하기에, 그는 하느님 말씀이 이루어질 때까지 벙어리로 지내는 ‘보속’을 해야만 했고, 그토록 바라던 아이를 얻게 된 기쁨을 맘껏 누리지 못했습니다.
반면 성모님은 가브리엘 천사를 통해 처녀의 몸으로 아이를 잉태하게 되리라는 메시지를 듣고 먼저 곰곰이 생각합니다. 하느님께서 부족한 자신을 왜 선택하셨는지, 그분께서 자신에게 바라시는 게 무엇인지를 충분히 심사숙고 한 뒤에, 자기가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느님의 뜻이 자신을 통해 이루어질 수 있겠는지 그 구체적인 방법을 묻지요. “저는 남자를 알지 못하는데, 어떻게 그런 일이 있을 수 있겠습니까?” 그리고 그 질문에 대한 답으로 불가능이 없으신 하느님께서 성령의 힘으로 당신 뜻을 이루실 거라는 구원의 진리를 듣게 됩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성모님은 아무 것도 안하고 가만히 계시기만 하면 되는 게 아니지요. 자발적으로 그리고 적극적으로 하느님의 뜻을 받아들이고 협력함으로써 그분 뜻이 자신 안에서 열매 맺도록 노력해야 하는 겁니다. 하늘에서 햇볕을 비춰주고 비를 내려주면 농부가 씨를 심고 가꾸는 것과 비슷한 이치이지요.
오늘 복음에서 성모님이 그런 적극성이 보입니다. “보십시오, 저는 주님의 종입니다. 말씀하신대로 저에게 이루어지기를 바랍니다.” 하느님께서 굳이 그렇게 하시겠다면 어쩔 수 없이 받아들이겠다는 태도가 아닙니다. 자기가 원해서 먼저 하느님을 부른 것입니다. 하느님께서 비천한 종에 불과한 자신에게 넘치도록 큰 은총을 베풀어 주셨으니, 감사하는 마음으로 최선을 다해 그분 뜻을 따르겠다는 것입니다. 그 과정에서 어떤 어려움이 있더라도, 심지어 목숨을 잃게 되더라도 기꺼이 감수하겠다는 것입니다. 그렇게 자기 자신을 온전히 하느님께 내어맡겼기에 불가능을 모르시는 하느님께서 일으키시는 놀라운 일들을 알아보게 됩니다.
우리도 성모님처럼 해야 합니다. 믿기 위해 기적을 바라지 말고, 순명에 대가를 요구하지 말고, 하느님께서 나를 도구로 삼아 당신의 선한 뜻을 이루시도록 나 자신을 그분께 온전히 의탁해야 합니다. 그러면 내 능력과 예상을 무한히 뛰어넘는 하느님의 위대한 섭리를 알아보고 기뻐하게 될 것입니다. 하느님께는 불가능한 일이 없지만, 그분은 우리와 더불어 우리와 함께 당신 뜻을 이루십니다. 그런 점에서 예수 그리스도의 탄생은 하느님의 은총이 성모님의 믿음 안에 심어져 맺어진 열매라고 할 수 있습니다. 우리도 각자 삶의 자리에서 그 열매를 맺어야 합니다. 그래야 종말의 때가 오기 전에 구원받기에 합당한 존재로 변화됩니다.
* 함 승수 신부님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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