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 마리아의 노래, 마니피캇(Magnificat) / 12월 22일[성탄 3일전](루카 1,46-56)
오늘은 1년 중 가장 밤이 긴 날, 동지이다. 이제부터 낮이 점차 빛과 함께 길어지리라. 이 ‘마리아의 노래’에서 기존 질서가 바뀌는 걸 본다. 우리는 다른 이에게 사랑받는다고 생각할 때에 기쁨을 느낀다. 더욱이 하느님께 사랑받고 있다고 느낄 때에 그 기쁨은 말로 표현하기 힘들다. 성모님만큼 하느님의 사랑과 신뢰를 담뿍 받은 사람은 없다. 원죄 없이 잉태된 여인 아닌가!
하느님께서는 가브리엘을 엘리사벳의 잉태 여섯째 달에 이름 없는 나자렛으로 보내시어, 요셉과 약혼한 마리아를 찾게 하셨다. 천사를 만난 그녀는 몹시 놀랐다. “은총이 가득한 이여, 기뻐하여라. 주님께서 너와 함께 계시다.” 이 말에 마리아는 곰곰이 생각하였다. 천사는 두려움에 놀라는 마리아를 달랜다. “두려워하지 마라, 이제 네가 잉태해 아들을 낳을 터이니 그 이름 예수라 하여라.” 이에 가브리엘도 두려워 더듬거린다. 하느님의 어머님 되실 성모님이 아닌가!
따라서 이 노래는 하느님께 받은 사랑과 신뢰에 대한 환희를 그린다. 성모님께서는 세상을 살아가는 우리가 ‘무엇을 감사해야 하는 가’를 이 노래로 분명히 알려 주신다. ‘마리아가 말하였다. “내 영혼이 주님을 찬송하고, 구원자 하느님 안에 기뻐 뛰니, 그분께서 당신 종의 비천함을 굽어보셨다. 그분 이름은 거룩하고, 그 자비는 당신을 경외하는 이들에게 미치시리라. 그분께서는 당신 팔로 권능을 떨치시어, 마음이 교만한 자들을 흩으셨다. 비천한 이들을 높이셨으며, 굶주린 이들을 좋은 것으로 배불리시고, 부유한 자들을 빈손으로 내치셨다. 당신 자비를 기억하시어, 조상님들에게 하신 대로, 그 자비가 아브라함과 그 후손에게 영원히 미치시리라.”
이 노래는 천사의 방문을 받은 마리아가 예수님을 잉태한 몸으로 엘리사벳을 방문하였을 때, 그녀 축복에 응답한 찬미의 기도다. ‘마니피캇’이다. 이를 세부적으로 살펴보자. 마리아는 “그분께서는 마음속 생각이 교만한 자들을 흩으셨습니다.”라고 고백하였다. 이는 주님께 나아가려면 철저한 회개와 반성, 겸손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이는 그분께서 전능을 드러내심으로써 교만한 자에게 부끄러움을 알게 하시기에. 그렇게 겸손한 자세일 때만이 주님을 알아 뵐 테니까.
또한 세상 그 어떤 특권도 물리쳐야만 한다. 주님께서는 힘없는 이들을 높이시고 세상 권력가들을 끌어내리시기에. 인간은 누구나 귀하고 평등하다는 의식을 깨우치자. 마지막으로 주변의 그 어떤 착취와 탐욕도 허용해서는 안 된다. “굶주린 이들을 좋은 것으로 배불리 먹이시고 부유한 자들을 빈손으로 내치셨다.” 그녀의 노래마냥 배고픈 이들에게 먹을 것을 주어야만 한다.
따라서 이 마니피캇에 담긴 성모님의 겸손과 순명을 묵상하자. 세상의 교만한 통치자보다 가난하고 소외된 이, 비천하고 굶주린 이들이 새로운 질서 안에서 하느님 역사의 주인이 된다나. 또 권력을 자랑하던 가치 체계가 무너질 것이란다. 그분께서는 당신 종의 비천함을 보시고 무례한 이들을 끌어내리신단다. 이처럼 이 노래에는 의식의 전환을 요구하는 새 선언이 담겼다.
이렇게 이 노래에는 교만과 반칙을 포기하고 나눔을 실천해 나가란다. 낮이 길어지기 시작하면 밤이 짧아지듯이, 힘없고 미천한 이들의 구원은 힘 있고 교만한 자들의 몰락을 내포하리라. 성탄이 이제 정말 며칠 남지 않았다. 주님께서 아기 예수로 오실 때, 우리의 마음속 깊이 자리 잡고 있는 교만으로 흩어 버리시는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여민 옷깃을 정성껏 다잡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