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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양승국 신부님_우리 안에서 친구처럼 허물없고 연인처럼 섬세한 하느님이 태어나시기를!
작성자최원석 쪽지 캡슐 작성일2024-12-24 조회수102 추천수6 반대(0) 신고

 

 

안타깝게도 지금 우리는 엄청난 고통과 상실의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나라의 근간이 흔들리니 서민들의 삶도 크게 출렁입니다. 오랜 세월 쌓아 올려온 국가 이미지도 급격히 추락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언제까지 이 어려운 상황이 지속될지 기약도 없습니다.

 

이토록 어려운 시기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아기 예수님의 성탄 앞에서 무슨 말을 할 수 있을까요? 난감하고 곤혹스러움에도 불구하고 성탄의 의미는 오늘 이 시대에 맞춰 계속 재해석되어야 하고 성찰되어야 합니다.

 

성탄은 하느님께서 우리를 만나러 오시는 은혜로운 대 사건입니다. 오늘 이 순간에도 하느님께서는 지속적으로 사람이 되시고, 특별히 오늘 성탄절 날 갓 난 아기의 모습으로 우리 각자에게 다가오십니다.

 

오늘의 어둠이 아무리 짙다 할지라도 하느님께서는 항상 당신 백성과 동행하시며 아픔과 상실, 고통의 순간에도 언제나 우리와 함께 하고 계신다는 가장 강력한 표현이 곧 아기 예수님의 성탄입니다

 

때로 고통은 우리를 더 깊은 내면으로 들어가게 만들고, 더 진지한 신앙 여정 속으로 들어가게 합니다. 이토록 혹독한 어려움 속에서도 우리는 현실을 긍정적으로 바라봐야겠습니다. 우리는 결코 혼자가 아님을 잊지 알아야겠습니다.

 

아기 예수님의 성탄을 묵상하며, 그분의 또 다른 모상인 모든 피조물을 좀 더 더 경이롭게 바라보고, 진지하게 받아들여야겠습니다. 지금 이 시간에도 고통 속에 있는 수많은 이웃들을 기억해야하겠습니다. 우리는 다른 곳이 아니라 그들 가운데 탄생하시는 아기 예수님을 경배해야겠습니다.

 

성탄절 하면 우선 떠오르는 이미지는 어떤 것들입니까? 성탄절의 아름다운 추억입니다. 마음에 드는 성탄 선물, 잘 차려진 성탄 파티, 달콤하고 로맨틱한 성탄 구유와 전례 등등... 성탄과 관련된 아름다운 추억들입니다.

 

그러나 2천년 전 예수님께서 탄생하셨던 베들레헴의 마굿간에는 달콤하고 로맨틱한 분위기는 하나도 없었습니다. 현실은 냉정했습니다. 예수님 탄생의 분위기는 비참하고 서글펐습니다. 예수님 탄생 당시 사회적 상황 역시 암울했습니다.

 

하느님의 이 세상 육화강생은 태평성대 때가 아니라, 가장 암울하고 어려운 시대, 로마 식민 통치 시대, 가장 불안한 헤로데 왕정 시기에 이루어졌다는 것을 우리는 잊지 말아야겠습니다.

 

하느님께서 인간 세상 안으로 들어오셨던 최초의 모습도 잊지 말아야겠습니다. 예수님께서는 로마 황제처럼 강력한 모습으로 오지 않으셨습니다. 지혜로 똘똘 뭉친 현자의 모습으로도 오지 않으셨습니다. 탁월한 능력을 지닌 해결사의 모습도 아니었습니다. 스스로 힘으로는 머리조차 옆으로 돌릴 수 없는 갓난 아기로 이 세상에 오셨습니다.

 

하느님 인류 구원의 역사는 바로 오늘 우리 한가운데, 오늘 우리가 겪고 있는 슬프고 고통스런 현실 안에서 시작됩니다. 아기 예수님의 성탄 역시 이 어려운 시대, 큰 고통을 겪고 있는 우리 각자 안에 이루어질 것입니다.

 

만만치 않은 냄새가 풀풀 나는 구유에 몸을 누이신 아기 예수님을 바라보며 든 한 가지 생각입니다. 하느님은 당신의 강생 사업을 실현하는 과정에서 좋은 여건을 찾지 않으셨습니다. 인간 세상의 비정한 현실, 혹독한 조건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셨습니다.

 

탄생 과정에서부터 우리 인간의 가난과 비참과 고통과 한계에 전적으로 참여하겠다는 하느님 측의 강력한 의사표현이 마구간 탄생인 것입니다.

 

찬 바람 숭숭 들어오는 마구간, 말과 소들의 콧김을 맞으며 이 세상에 강생하신 아기 예수님을 바라보며 그분의 이러한 육화의 방식이 우리 인류에게 전하고자 하는 바가 무엇인가 생각해봅니다.

 

우리 역시 있는 그대로의 삶을 받아들이라고 하십니다. 가끔 우리에게 다가오는 납득하기 어려운 현실이나 참혹한 인간 조건도 삶의 일부로 수용하라고 강조하십니다.

 

이 한 세상 살아가면서 겪게 되는 부정적인 체험들을 지속적으로 긍정화시키라고 말씀하십니다. 의미 없어 보이고 때로 구차스러워 보이는 세상사에 끊임없이 의미와 가치를 부여하라고 요청하십니다.

 

“하느님은 언제나 태어나실 수 있는 분이다. 그분의 이름은 기쁨이고 자유이며 충만함이다. 숨결처럼 우리와 가까이 계시며 한없이 따뜻한 마음을 지닌 그분은 우리가 꿈꿀 수 있는 가장 아름다운 꿈이시다. 그러나 하느님이 베들레헴에서 수없이 태어나신다 해도, 우리 안에 태어나실 수 없다면 참으로 허무할 것이다. 모쪼록 우리 안에서 친구처럼 허물없고 연인처럼 섬세한 하느님이 태어나시기를!”(마리아는 길을 떠나, 에르메스 콘키, 바오로 딸)

 

양승국 스테파노, 살레시오회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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