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성 스테파노 첫 순교자 축일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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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조재형 | 작성일2024-12-25 | 조회수178 | 추천수3 | 반대(0) |
첫눈, 첫발자국, 첫사랑, 처음 본당이 지니는 의미가 있습니다. 첫눈 오는 날 만나자는 약속을 하기도 합니다. 첫발자국은 새로운 시작을 알리기도 합니다. 첫사랑은 이루어지지 않을 수도 있지만, 첫사랑이 주는 감미로움과 애잔함이 있습니다. 처음 경험하는 것은 순수하기도 하지만, 어설프기도 합니다. 33년 전 사제서품 받고 처음으로 부임한 본당은 ‘중곡동’ 성당입니다. 본당 신부님과 저를 포함해서 2명의 보좌신부가 있었습니다. 선임 보좌신부님은 청년, 중고등부를 담당했고, 저는 초등부 주일학교를 담당했습니다. 제가 했던 일은 교사들의 교안을 확인하는 거였습니다. 교사 회합을 들어가는 거였습니다. 토요일에는 어린이 미사를 하였고, 주일에는 12시 미사를 하였습니다. 선임 보좌신부님이 미사 순서를 정하면 평일 미사를 하였습니다. 사람 좋아하는 저는 어른들과도, 청년들과도 만나면서 처음 본당을 순조롭게 시작했습니다. 본당 신부님은 자상하셨고, 선임 보좌신부님은 입학 동창이라서 친하게 지냈습니다. 미국으로 이민 오면 공항에서 만나는 사람의 직업을 많이 따라간다고 합니다. 야채가게 하는 사람이 마중 나오면 야채가게에서 일하게 되고, 세탁소 하는 사람이 마중 나오면 세탁소에서 일하게 되고, 마트를 하는 사람이 마중 나오면 마트에서 일하게 되고, 도넛 가게 하는 사람이 마중 나오면 도넛 가게에서 일하게 되고, 식당 하는 사람이 마중 나오면 식당에서 일하게 된다고 합니다. 물론 기술직이나, 전문직으로 왔으면 그 기술과 전문 분야를 찾아서 일할 수 있습니다. 사제 생활도 비슷한 점이 있습니다. 처음 만난 본당 신부님의 사목 방침과 사목 스타일을 배우게 됩니다. 꼼꼼하게 챙기고, 사목을 이끌어가는 신부님을 만나면 그렇게 배우게 됩니다. 운동을 좋아하고, 여행 가는 걸 좋아하는 신부님을 만나면 그렇게 배우게 됩니다. 책을 가까이하고, 강론을 성실하게 준비하는 신부님을 만나면 그렇게 배우게 됩니다. 성령 기도회를 이끌고, 영성이 깊은 신부님을 만나면 그렇게 배우게 됩니다. 제가 처음 만난 본당 신부님도 제게 큰 영향을 주었습니다. 미국에서 교포 사목하고 오신 신부님은 무척 자유로웠습니다. 기존에 보았던 본당 신부님은 엄격하셨고, 권위가 있었고, 가까이 하기에는 어려웠습니다. 신부님은 늘 먼저 제게 손을 내밀었습니다. 스테이크를 구워주기도 하였고, 스키장을 가자고 하였고, 산책 가자고 하였습니다. 매주 화요일에는 성령 기도회 미사가 있는데, 같이 하자고 하였습니다. 단체들에도 힘을 실어 주었습니다. 신부님은 하지 말라는 이야기를 거의 안 하였습니다. 보좌신부들이 하는 일도 간섭하지 않았습니다. 자유로운 신부님에게서 사제 생활의 기쁨을 볼 수 있었습니다. 신부님은 늘 기도하였습니다. 성당에서 성체조배 하였고, 신부님 방에는 따로 기도 방이 있었습니다. 신부님 방의 기도 초는 늘 눈물이 마르지 않았습니다. 신부님은 매일 복음 묵상 글을 만들었습니다. 신부님은 ‘2000년대 복음화’ 단체를 이끌었고, 저는 신부님을 따라서 몇 번 미사에 함께 했습니다. 신부님의 자유는 기도라는 뿌리가 있었기에 더욱 풍요로웠습니다. 사제 생활 길잡이가 되어준 신부님께 감사드립니다. 성탄의 기쁨이 있는 바로 다음 날, 우리는 교회의 첫 번째 순교자인 ‘스테파노 순교자’를 기억하고 있습니다. 그것은 예수님께서 사람이 되신 이유를 늘 기억하라는 의미가 있습니다. 예수님의 탄생은 하느님께서 모든 권력과 능력을 포기하시고 사람이 되신 것을 의미합니다. 성탄으로 인해서 우리들은 구세주 예수님은 어떤 존재인지 묵상할 과제를 부여받습니다. 마구간이라는 가장 가난하고 낮은 자리에서 태어났음을 늘 기억해야 하는 것입니다. 예수님은 그렇게 태어날 때부터 가난하였고 ‘나는 머리 둘 곳조차 없다’라고 자신의 처지를 말한 적도 있습니다. ‘가난한 사람들아, 너희는 행복하다. 하늘나라가 너희들의 것이다.’ 제자들을 파견하면서도 지팡이조차 들고 가지 말라고 하였습니다. 철저한 무소유와 자발적 가난의 모습만이 가장 제자다운 삶이 될 수 있다는 가르침이 성탄입니다. 많은 성인과 성녀가 있지만 스테파노 성인이 예수님을 믿으며 처음으로 순교하였고, 신앙을 증거하였습니다. 스테파노 성인의 뒤를 이어서 수많은 성인과 성녀들이 예수님을 믿으며 신앙을 증거하였고 천상에서 빛나는 별이 되었습니다. 오늘 우리는 스테파노를 통해서 신앙인이 가야 할 길이 무엇인지를 배우게 됩니다. 그것은 또한 예수님께서 이미 보여주신 길이기도 합니다. ‘제 영혼을 아버지의 손에 맡기나이다. 아버지, 저 사람들을 용서해 주십시오.’ 스테파노는 죽음의 순간에 이렇게 기도하였습니다. 예수님께서도 십자가 위에서 이렇게 기도하였습니다. 죽음의 순간에서도 누군가를 원망하거나, 미워하지 않았습니다. 순교란 단순히 목숨을 바치는 것만이 아닙니다. 순교란 하느님께 모든 것을 맡기고, 하느님께 영광을 드리는 것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 분명하게 말씀하십니다. “너희는 나 때문에 모든 사람에게 미움을 받을 것이다. 그러나 끝까지 견디는 이는 구원을 받을 것이다.” 이것이 신앙의 신비입니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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