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스테파노 첫 순교자 축일]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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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박영희 | 작성일2024-12-26 | 조회수55 | 추천수4 | 반대(0) 신고 |
[스테파노 첫 순교자 축일] 마태 10,17-22 “너희는 내 이름 때문에 모든 사람에게 미움을 받을 것이다. 그러나 끝까지 견디는 이는 구원을 받을 것이다.”
어제는 우리 주 그리스도께서 세상에 탄생하신 것을 기념하는 성탄이었습니다. 그리고 오늘 가톨릭 교회는 교회의 첫 순교자인 스테파노 성인의 죽음을, 다시 말해 그의 천상 탄일을 기념합니다. 우리를 구원하시기 위해 사람이 되시어 세상에 오신 주님의 사랑이 결코 헛되지 않도록, 우리도 최선을 다해 주님의 뜻을 실천하여 하느님 나라에 들어감으로써 하느님의 구원계획이 완성되게 하겠다는 의지를 되새기는 것이지요. 그런 이유로 성탄의 기쁨이 채 가시기도 전인 오늘 스테파노 성인의 순교를 기념하는 겁니다.
아기 예수님의 지상 탄생과 스테파노 성인의 천상 탄생, 이 두 탄생에는 한 가지 공통점이 있습니다. 그 탄생이 ‘자기 비움’과 ‘순명’이라는 일종의 죽음을 통해 이루어진다는 것입니다. 또한 그 죽음이 이웃을 향한 참된 사랑으로 드러난다는 것입니다. 즉 구세주이신 그리스도께서는 우리를 위해 자신을 낮추고 비워 인간이 되셨으며, 스테파노는 그런 주님을 위하여, 그분을 향한 자신의 믿음과 사랑 때문에 자기 목숨까지 바치며 순교한 겁니다. 자신을 향해 날아드는 무수한 돌덩이에 살이 찢기고 뼈가 부러지는 와중에도 스테파노는 이렇게 기도했습니다. “주 예수님, 제 영을 받아 주십시오. 주님, 이 죄를 저 사람들에게 돌리지 마십시오.” 정당한 이유 없이, 질투와 자격지심 때문에 자신을 죽이려 드는 이들을 위해 기도하는 모습에서, 십자가 위에서 원수들을 위해 아버지께 기도하신 예수님의 모습이 겹쳐져 보입니다. 스테파노가 자신을 핍박하는 원수들을 용서하며 그들을 위해 목숨까지 바칠 수 있었던 것은 그만큼 평소에 주님의 뜻을 충실히 실천했기 때문입니다. 그 실천을 통해 이 세상에서 이미 하느님의 얼굴을 뵈었기에 미움과 원망, 분노와 복수처럼 주님 뜻에 어긋나는 것들은 실행할 수도 바랄 수도 없었던 겁니다.
“신앙의 자유”를 누리는 오늘 우리의 현실에서는 목숨 바쳐 순교할 일은 없지만 그렇다고 해서 순교할 기회 자체가 없는 건 아닙니다. 자신이 가진 모든 걸 내려놓고 주님 뜻에 철저히 순명하며 따르는 것이 순교의 본질이기 때문입니다. 순교는 주님의 뜻을 철저히 따르는 실천을 통해 내가 주님을 믿고 있음을 당당히 드러내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살다보면 세상 사람들에게 미움을 받을 것입니다. 그러나 주님께서는 분명히 약속하셨습니다. 당신 이름 때문에, 즉 당신의 뜻과 가르침대로 사는 과정에 따르는 미움과 차별, 핍박과 배척에도 불구하고 악을 악으로 갚지 않기 위해 끝까지 견디며 더 큰 사랑과 자비로 그것을 극복하기 위해 노력하는 이들은 구원을 받을 거라고 말이지요. 우리는 지금 성탄의 기쁨을 나누는 축제의 기간을 지내고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 가운데 사시는 주님과 함께하는 신앙생활은 마냥 기쁘고 즐겁기만 한 게 아니라 고통과 슬픔, 미움과 질투, 슬픔과 한숨까지 다 포함되어 있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길을 끝까지 걷기 위해 스테파노 성인의 믿음을 기리며 그분의 전구를 청하는 오늘입니다.
* 함 승수 신부님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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