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이수철 프란치스코신부님 -역사는 반복한다 “죄없는 아기 순교자들” | |||
---|---|---|---|---|
작성자선우경 | 작성일2024-12-28 | 조회수60 | 추천수5 | 반대(0) 신고 |
2024.12.28.토요일 죄없는 아기 순교자들 축일
1요한1,5-2,2 마태2,13-18
역사는 반복한다 “죄없는 아기 순교자들”
"어린이들은 마치 어린양처럼 뛰놀며, 그들을 구원하신 주님을 찬양하였도다."(독서기도; 후렴1)
계속되는 성탄축제중 오늘은 죄없는 아기 순교자들 축일 미사를 봉헌합니다. 얼마전 12.3 비상계엄 내란사태를 보면서, 어제 국무총리 탄핵 사건을 보면서, 또 오늘 죄없는 아기 순교자들 축일을 지내면서 새삼스러이 깨닫는 진리는 ‘역사는 반복한다’는 것입니다. 삶은 반복입니다. 그러나 우리 믿는 이들에게는 늘 거룩한 반복, 새로운 반복이 있을 뿐입니다.
문득 생각나는 “시지프의 신화”입니다. 시지프가 형벌로 산꼭대기까지 돌을 굴려 올려 놓으면 떨어뜨리고, 또 올려 놓으면 떨어뜨리고...참으로 무의미하고 단조로운 반복의 인생이 흡사 형벌같기도 합니다. 삶의 의미를 잃은 믿지 않는 이들의 삶이기도 할 것입니다. 수도원에서 42년동안 정주의 삶을 통해 늘 새롭게 깨닫는 엄중한 삶의 진리가 반복입니다. 늘 읽어도 늘 새로운, 26년전 한 여름에 써놨던 ‘담쟁이’란 애송 자작시가 생각납니다.
“이제부터 다시 시작이다 작년가을 붉게 타오르다 사라져갔던 담쟁이 어느새 다시 시작했다 초록빛 열정으로 힘차게 하늘 향해 힘차게 하늘 향해 담벼락, 바위, 나무 타오르기 시작했다 마침내 붉은 사랑으로 타오르다 가을 서리 내려 사라지는 날까지 또 계속이다 해마다 반복되는 제자리 정주의 삶에도 지칠줄 모르는 초록빛 열정! 다만 오늘 하늘 향해 타오를 뿐 내일은 모른다 타오름 자체의 과정이 행복이요 충만이요 영원이다 오늘 하루만 사는 초록빛 영성이다”<1998.6.3.>
다시 써내려 가면서도 시공을 초월하여 불끈 샘솟는 초록빛 열정을 느낍니다. 주님의 전사로서 종신불퇴, 백절불굴의 지칠줄 모르는 열정으로 정주의 반복의 삶에 항구할 수 있음은 하느님께 궁극의 희망을 두었기 때문입니다. 이런 하느님 향한 희망에서 샘솟는 ‘아모르 파티(Amor Fati)’, 운명애의 열정이요 무한한 인내력입니다.
역사는 반복합니다(History repeats itself). 역사가 지속되는 한 반복은 계속될 것입니다. 조선 500년 역사의 실록을 보면서도 보복의 악순환의 반복의 역사이기에 한권으로 족하다는 생각도 했습니다. 해방 80년이 되었어도 여전히 반복되는 좌우의 첨예한 증오와 배척의 극단적 대결입니다. 세계 곳곳에서도 여전히 반복되는 불의의 전쟁의 현실입니다.
무지의 죄로 인한 악순환의 반복을 끊을 수 있는 유일한 길은 주님의 빛 속에서 살아가는 것뿐입니다. 바로 그 좋은 모범이 오늘 이집트로 피신하여 예수 아기를 살린 요셉 마리아 성가정 부부입니다. 오늘 사도 요한의 말씀이 깊은 위로와 평화를 줍니다. 길지만 그대로 인용합니다.
“하느님은 빛이시며, 어둠이 전혀 없다는 것입니다. 우리가 하느님과 친교를 나눈다고 말하면서 어둠 속에서 살아간다면, 우리는 거짓말을 하는 것이고, 진리를 실천하지 않는 것입니다. 그러나 그분께서 빛 속에 계신 것처럼 우리도 빛 속에서 살아가면, 우리는 서로 친교를 나누게 되고, 그분의 아드님이신 예수님의 피가 우리를 모든 죄에서 깨끗하게 해 줍니다...우리가 우리 죄를 고백하면 성실하시고 의로우신 그분께서 우리의 죄를 용서하시고, 우리를 모든 불의에서 깨끗하게 해주십니다.”
이런 하느님의 빛속에서 회개와 화해, 깨끗한 마음으로 주님과 친교를 누리며 사는 것이 반복의 악순환의 사슬을 끊을 수 있는 유일한 길임을 깨닫습니다. 참으로 주님의 은총이 우리를 고통과 고난의 악순환에 함몰되지 않게 합니다. 오늘 옛 현자의 지혜가 우리의 용기를 북돋아 줍니다.
“봄과 겨울이 모두 계절이듯, 살아가며 겪었던 고통과 고난 또한 나를 이루는 것이다.”<다산> 참으로 주님을 믿는 우리는 무의미한 반복의 고통과 고난이 아니라, 세월과 더불어 연륜의 나이테처럼 모두가 참나의 완성에로 이끄는 거룩한 반복임을 깨닫습니다. “근심과 고난이 나를 살게 하고, 편안함과 즐거움이 나를 죽음으로 이끈다.”<맹자> 참으로 살려면 안락함을 추구하지 말고, 근심과 고난을 일상의 벗으로 삼으라는 충고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헤로데의 폭정을 피하여 이집트로 도주하는 요셉의 모습이, 헤로데와 요셉의 싸움같지만 실은 헤로데와 하느님의 싸움입니다. 빛이신 하느님의 인도에 따라 살아가는 요셉을 어둠속에 살아가는 헤로데가 결코 이길 수는 없습니다. 빛이신 하느님의 인도로 언제나 헤로데 보다 몇걸음 앞서가는 요셉입니다. 그 누구도, 무엇도 주님의 빛 속에서 살아가는 요셉을, 우리를 이길수는 없습니다.
폭군 헤로데는 가상현실, 과대망상속에 살아가는 편집증 환자입니다. 그에게는 일상도 없고 상식도 없고 무도, 무법, 무지, 무능합니다. 권력은 자식과도 나누지 않습니다. 2인자를 허락하지 않는 권력자들입니다. 권력욕의 화신같은 헤로데는 자기의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자식도 둘이나 처형했고, 이어 화근이 될 수 있는 베들레헴과 그 일대의 죄없는 아이들을 죽여버리니 대략 20여명 안팎으로 추정합니다. 당신 주민 인구는 1000명쯤 됐을 거라합니다.
그 아득한 옛날 이집트 폭군 파라오의 폭압치하에서 모세의 탄생과 더불어 많은 히브리 아기들이 살해되었듯이, 오늘 복음에서는 예수님 탄생과 더불어 많은 아이들이 희생됩니다. 그리고 언젠가는 예수님도 빌라도에 의해 희생될 것입니다. 새삼 역사는 반복됨을 깨닫습니다. 반복되는 순교의 역사는 세상 끝날까지 계속 될 것입니다.
바로 오늘 우리는 이 무죄한 아기 순교자들을 위해 미사를 봉헌합니다. 이들뿐 아니라 태어나지 않은 아이들은 물론 모든 인류의 생명을 보호해 주십사 기도와 미사를 봉헌합니다. 오늘 성무일도 화답송 후렴도 “무죄한 어린 순교자들의 화관이신 그리스도 나셨으니, 어서 와 조배드리세.”기도하며 이들을 주님을 위한 순교자들로 기립니다. 예수님이 아니곤 이들의 억울한 죽음의 비극과 신비를 해명할 길이 없습니다. 아, 인류역사상 얼마나 무죄한 이들이 억울하게 비참하게 죽었고, 지금도 죽어가고 있으며, 앞으로도 죽어가겠는지요!
무지의 어둠을 몰아내는 말씀이신 그리스도 예수님의 빛입니다. 기억하십시오. 기억하지 않으면 반복의 악순환은 계속됩니다. 반복되는 악순환의 역사가 내 주변에서는 재현되지 않도록, 오늘 복음의 성 요셉처럼 늘 주님의 빛 속에 깨어 기도하며 사시기 바랍니다. 주님의 이 거룩한 미사은총이 여러분 모두를 무지의 죄악에서 보호해 주시어 주님의 빛 속에서 영적승리의 삶을 살도록 이끌어 주실 것입니다.
"그들은 사람들 가운데서 구출되어 하느님에게 바쳐진 첫 열매이며, 아무런 흠없이 하느님의 옥좌 앞에 서 있는도다."(독서기도;후렴2). 아멘.
성 베네딕도회 요셉수도원 이수철 프란치스코신부님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