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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죄 없는 아기 순교자들 축일]
작성자박영희 쪽지 캡슐 작성일2024-12-28 조회수53 추천수5 반대(0) 신고

[죄 없는 아기 순교자들 축일] 마태 2,13-18 “주님께서 예언자를 통하여, “내가 아들을 이집트에서 불러내었다.”하신 말씀이 이루어지려고 그리된 것이다.”

 

 

 

 

오늘은 “죄 없는 아기 순교자들 축일”입니다. 자신의 권력을 더 오래 유지하고자 한 헤로데의 탐욕 때문에 아무 죄 없이 죽어간 어린 영혼들의 희생을 기억하고 그들을 위해 하느님께 기도하며, 우리가 늘 깨어있는 자세로 하느님의 뜻을 헤아리고 따름으로써 우리 사회에서 그런 비극이 반복되지 않게 하겠다는 다짐을 되새기는 날이지요. 그런데 많은 분들이 오늘 복음을 받아들이기를 어려워하십니다. 하느님이 계시다면 왜 그런 불의를 보고만 계셨느냐는 것입니다. 어린 아기들의 희생을 두고 온 인류를 구원하시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 한다면 하느님이 세상의 권력자들과 뭐가 다르냐는 것입니다.

 

그러나 죄 없는 어린 영혼들을 죽게 만드는 건 하느님의 뜻이 아닙니다. 헤로데가 자신의 욕망에 휘둘려 하느님 뜻을 거스르는 잘못을 저지른 결과일 뿐이지요. 그리고 그와 비슷한 일들은 오늘날에도 수없이 반복되고 있습니다. 한 해에 오십 만명이 넘는 소중한 생명이 낙태로 희생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어른들이 성적 욕망을 무분별하게 표출하지 않도록 조절할 생각은 하지 않고 ‘자기 결정권’과 이익만 내세우는 사이 소중한 생명들이 세상에 태어나보지도 못한 채 죽어가고 있으니 억울하게 희생된 그 아기들의 슬픔은 누가 위로해 줄 수 있을까요? 게다가 이미 세상에 태어난 아이들조차 부모로부터 학대당하고 사회의 무관심 속에 방치된 채 외로이 죽어가고 있는데 그들의 상처받은 영혼은 또 누가 달래줄 수 있을지요?

 

“주님께서 예언자를 통하여, “내가 아들을 이집트에서 불러내었다.”하신 말씀이 이루어지려고 그리된 것이다.”(마태 2,14)

 

이 말씀은 헤로데가 일으킨 아기 학살 사건에 대한 마태오 복음사가의 해석에 해당합니다. 이는 하느님께서 당신의 구원계획을 이루시기 위해 수많은 아기들의 희생을 ‘묵인’하셨다는 뜻이 아니지요. 오히려 우리를 구원하시어 참된 행복으로 이끄시려는 하느님 아버지의 선하신 뜻이 그 어떤 고난과 역경에도 반드시 이루어지리라는 희망을, 그 어떤 것도 우리를 향한 하느님의 사랑과 자비를 막을 수 없다는 그분의 의지를 드러내는 겁니다. 자비가 넘치시는 하느님께서는 무고하게 희생당한 아기들의 영혼을 당신 품 안에 받아들이시어 위로해 주시고 구원하실 것입니다. 그러나 하느님께서 다 알아서 해결하시는 식으로만 끝나서는 안되지요. 우리도 하느님의 뜻을 이루기 위해 마땅히 해야 할 일들을 해야 합니다. 나태함과 안일함에 빠져 우리 사회의 작고 약한 이들을 위험과 고통 속에 방치하지 않는 것, 재물을 우선으로 여기는 잘못된 사고방식에서 벗어나 사람의 생명을 가장 소중하게 여기는 것, 나의 안위와 편안함만 생각하며 부정과 불의 앞에 침묵하지 않는 것, 주님께서 보여주신 진리의 빛에 비추어 ‘예’할 것은 ‘예’하며 따르고, ‘아니오’ 할 것은 단호하게 배격하는 것, 그렇게 주님의 뒤를 충실히 따라가는 참된 그리스도인이 되는 것이 우리가 해야 할 일입니다. 

 

* 함 승수 신부님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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