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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예수, 마리아, 요셉의 성가정 축일(가정 성화 주간)
작성자조재형 쪽지 캡슐 작성일2024-12-28 조회수143 추천수3 반대(0)

주일 아침 성당 가는 길이었습니다. 일기예보에 비가 온다고 했지만, 나올 때는 비가 오지 않아서 우산도 없이 성당으로 갔습니다. 중간쯤 가면서 비가 내렸습니다. 사제관으로 가기도 그렇고, 비를 맞으면서 성당으로 갔습니다. ‘머피의 법칙이 제게도 해당하는지 그만 성당 열쇠를 사제관에 놓고 왔습니다. 아무리 본당 신부라고 해도, 열쇠가 없으면 성당에 들어갈 수 없습니다. 조금 기다리니 수녀님이 오셨고, 성당으로 들어갔습니다. 비를 맞으며 걸어오면서 예전에 토론토에서 지냈던 시간이 생각났습니다. 200511월에 저는 해외연수를 신청했고, 토론토에서 지내기로 했습니다. 동창 신부님과 저는 2시간 걸리는 거리에서 따로 지냈습니다. 말을 배우려면 따로 지내는 것이 좋을 것 같았습니다. 그렇게 2달 정도 지내다가, 동창 신부와 저는 같이 지내기로 했습니다. 말을 배우는 것도 좋지만, 낯설고 먼 타향에서 같이 지내는 것이 더 좋을 것 같았습니다. 2년 동안 지내면서 부부가 같이 산다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라는 걸 알았습니다. 눈에 보이는 집은 열쇠가 있으면 열리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마음은 서로에 대한 배려와 존중이 있어야 열린다는 걸 알았습니다.

 

신앙 안에서 우리는 3가지 차원의 집에 머물게 됩니다. 첫 번째는 하느님의 모상으로 창조된 인간입니다. 우리의 몸과 마음에 하느님께서 머물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지금 나의 몸과 마음에 하느님께서 오실 수 있는지, 지금 나의 몸과 마음이 예수님께서 머물렀던 구유가 될 수 있는지 돌아보아야 합니다. 두 번째는 가족이라는 집입니다. 하느님께서는 혼자 있어야 하는 아담을 위해서 하와를 창조하셨습니다. 하와는 아담의 몸에서 나왔습니다. 그러기에 가족은 서로 아껴주고, 보듬어 주어야 합니다. 예수님께서는 하느님의 뜻을 따르는 사람은 모두 한 형제요, 자매라고 하셨습니다. 하느님의 모상을 닮은 우리 모두는 가족이라는 집에 머물고 있습니다. 세 번째는 하느님께서 만들어 주신 하늘과 땅입니다. 우리는 하느님께서 만들어 주신 지구라는 집을 잘 가꾸어야 합니다. 우리는 우리의 선조들이 물려주었던 아름다운 지구를 우리의 후손들에게 물려주어야 합니다.

 

오늘 교회는 예수, 마리아, 요셉 성가정축일을 지내고 있습니다. 재물, 명예, 권력, 성공이라는 기준으로 행복한 가정이라고 말하기 어렵습니다. 그런데도 우리가 오늘을 성가정 축일로 지내는 것은 예수, 마리아, 요셉에게 한가지 공통점이 있기 때문입니다. 무엇일까요? 맞습니다. 나자렛 성가정은 모두 하느님의 뜻을 따랐습니다. 성모님은 이 몸은 주님의 종이오니 그대로 제게 이루어지소서.’라며 하느님의 뜻을 따랐습니다. 요셉 성인은 남모르게 파혼하려는 마음을 바꾸고, 하느님의 뜻을 따라서 성모님을 아내로 맞아들였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이 잔을 제게서 거두어 주소서. 그러나 제 뜻대로 마시고 아버지의 뜻대로 하소서.’라고 기도하셨고, 하느님의 뜻을 따라서 십자가를 지셨습니다. 우리의 가정에 하느님의 뜻이 함께한다면, 하느님의 의로움이 드러난다면 우리의 가정 역시 성가정이 될 것입니다.

 

오늘은 모든 추억, 기억, 상상력이 시작되는 성가정 축일입니다. 오늘의 성서 말씀은 가정의 소중함을 이야기하고 있으며, 소중한 가정을 이루기 위해서 가족들이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를 말해 주고 있습니다. “네 아버지가 나이 들었을 때 잘 보살피고, 그가 살아 있는 동안 슬프게 하지 마라. 그가 지각을 잃더라도 인내심을 가지고, 그를 업신여기지 않도록 네 힘을 다하여라. 아버지에 대한 효행은 잊혀지지 않으니, 네 죄를 상쇄할 여지를 마련해 주리라.” “아내 여러분, 남편에게 순종하십시오. 주님 안에 사는 사람은 마땅히 그래야 합니다. 남편 여러분, 아내를 사랑하십시오. 그리고 아내를 모질게 대하지 마십시오. 자녀 여러분, 무슨 일에서나 부모에게 순종하십시오. 이것이 주님 마음에 드는 일입니다. 아버지 여러분, 자녀들을 들볶지 마십시오. 그러다가 그들의 기를 꺾고 맙니다.”

 

오늘 성가정 축일을 지내면서 예전에 읽었던 글을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 “비가 오는데, 키 큰 사람하고, 키 작은 사람이 우산 하나만을 가지고 비를 피해야 한다고 생각해 봅시다. 키 큰 사람에게 우산의 높이를 맞추면 키 작은 사람이 비를 맞게 되고, 키 작은 사람에게 우산의 높이를 맞추면 키 큰 사람이 비를 맞게 됩니다. 서로가 키가 다른 것에 대해 한탄하거나 탓하면 둘 다 불행해 집니다. 또 서로를 탓하다 갈 곳을 못 가게 될 수도 있죠. 해결 방법의 하나는, 키 큰 사람이 키 작은 사람을 업고, 키 작은 사람은 우산을 들면, 비 맞지 않고 갈 곳을 가게 될 뿐만 아니라, 둘이 서로의 믿음과 나눔의 경험을 창출해 낼 것입니다. 이렇듯, 모든 문제는 함께 해결할 수 있고 또 함께 해결하면서 성장의 기회를 얻게도 됩니다.”

 

기도와 마음을 열어주는 대화, 그리고 신뢰를 통해서 성가정을 이룰 수 있도록 해야 하겠습니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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