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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예수고난회 김준수 신부님의 예수, 마리아, 요셉의 성가정 축일: 루카 2, 41 - 52
작성자이기승 쪽지 캡슐 작성일2024-12-28 조회수40 추천수4 반대(0) 신고

 “예수의 부모는 예수님이 한 말을 알아듣지 못하였다. 예수님은 부모와 함께 나자렛으로 내려가, 그들에게 순종하며 지냈다.”(2,50~51)


오늘은 예수, 마리아, 요셉의 성가정 축일입니다. 이 축일은 1921년에 제정되었습니다. 그 배경은 20세기 말부터 유럽에 시작된 산업 사회는 인류의 기본 공동체인 가정의 가치를 훼손하였기 때문입니다. 그런 사회 환경에서 가정의 중요성을 새롭게 강조해야 할 필요성을 절박하게 자각한 교회는 성탄 후 주일을 성가정 축일로 제정하였습니다. 거의 100년이 지난 현재 가정의 붕괴는 더욱 심각한 상태입니다. 2024년 3월에 통계청이 발표한 우리나라의 2023년 혼인과 이혼 통계를 인용하고자 합니다. 혼인 건수는 194,000건, 이혼 건수는 93,300건으로 집계되었습니다. 이혼 사유는 여러 복합적 요인이 있겠지만 실제로 경찰청에서 제공한 자료에 따르면 2020년 가정폭력 신고 건수가 222,046건이었고, 매년 20만 건 이상 꾸준하게 발생하고 있다는 사실이 바로 문제의 핵심입니다. 배우자가 가해자인 경우가 대부분이었습니다. 이런 현실이다 보니 41.2%의 청소년들은 가정이 더 이상 안정과 따뜻함을 주지 못한다고 생각한다는 것입니다. 또한 이들의 52.9%는 부모가 자식을 위해 열심히 일은 하지만 단지 실망의 대상이요 배척받는 대상일 뿐이지 않나 싶습니다. 

오늘 우리의 가정의 현주소를 보여 주는 참 안타까운 통계 자료가 아닐 수 없습니다. 우리 사회에 학교가 무너진다, 도덕이 무너진다, 경제 기반이 무너진다는 소식을 통해 각종 문제가 돌출되어 우리를 우울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그러나 무엇보다 우리를 불안하게 만들고 있는 것은 바로 가정이 무너지고 있다는 점입니다. 클린턴 가드너라고 하는 사회학자는 정말 중요한 말을 했습니다. “모든 것을 다 잃어도 가정이 있으면 아직 다 잃은 것이 아니지만, 모든 것을 다 가져도 가정을 잃으면 모든 것을 다 잃는 것이다.” 그렇습니다. 가정이 무너지면 다 무너지는 것입니다. 우리 삶의 기반이 무너지고, 삶의 의미나 살아야 할 이유도 무너지고, 삶의 목표도 무너집니다.

예전에 테레사 수녀가 노벨 평화상을 받는 날 한 기자가 물었답니다. “세계 평화를 위하여 가장 긴급한 일이 무엇이라고 생각합니까?” 테레사 수녀가 웃으면서 답했답니다. “기자 선생께서 빨리 집에 돌아가셔서 가족을 사랑하는 것입니다.” 그렇습니다. 세계 평화도 좋고, 사업 성공도 좋고, 출세도 좋고, 이름을 날리는 것도 좋습니다. 그러나 먼저 가정을 행복한 가정으로 만들면서 해야 합니다. 오늘 우리가 들은 복음에 보면, 마리아와 요셉은 예수님이 없어진 줄 알고 사흘 동안 찾아다니다 결국에는 성전에서 찾게 된 후에 마리아는 어머니로서 당연한 질문을 합니다. “얘야, 우리에게 왜 이렇게 하였느냐? 네 아버지와 내가 너를 애타게 찾았단다.”(2,48) 마리아는 예수님의 행동에 질책보다는 안타까워하는 마음으로 대하고 있습니다. 예수님의 행동에 대한 선입견에서 판단하려는 것이 아니라, 이해의 지평을 넓히려고 애쓰고 있는 것입니다. 이것이 잘 드러나는 말이 바로 ‘네 아버지와 내가’라는 말입니다. 자기의 생각과 의견보다는 남편 요셉을 더 우선시하는 배려는 자녀에게도 적용됩니다. 사실 가정에서 가장 먼저 위해 주어야 하는 순서가 있다면 부부가 첫째요, 부모님들이 두 번째요, 아이들이 세 번째라고 봅니다. 하지만 요즘 가정에서는 첫 번째도 아이이고, 두 번째도 아이이며, 세 번째도 아이이고, 네 번째가 부부요, 다섯 번째가 부모입니다. 이처럼 가정 안에서, 위해 주는 순서가 올바르지 않기에 참으로 행복한 가정, 화목한 가정이 이루어지지 않는 것입니다.
  
자칫 잘못 들으면 예수님의 “왜 저를 찾으셨습니까? 저는 제 아버지의 집에 있어야 하는 줄을 모르셨습니까?”(2,49)라는 답변을 오해할 수 있을 것입니다. 흔히 배우지 못한 어머니라고 무시한다고 생각하실지 모르겠습니다. 이 답변은 심리적인 측면에서 부모와 자식 간의 관계는 물론, 신앙을 깊이 성찰하게 하는 계기를 마련해 줍니다. 먼저 모든 아이는 때가 되면 자의식을 갖게 되고 자기 나름대로 생각하기 시작합니다. 이때가 바로 육체적인 탯줄만이 아닌 심리적 탯줄을 끓게 되는 시기이기도 합니다. 홀로 서는 시기가 되면 부모는 지금껏 고분고분했던 자녀들이 자신의 의견이나 생각을 나누는 것을 오해해서, 말대꾸한다고 착각하고 지나치게 과민 반응을 하거나 격한 감정에 휩싸입니다. 하지만 좀 더 깊이 예수님의 표현을 보면, 그 답변 밑바닥에는 바로 부모님이 제게 그러한 삶, 하느님을 중심으로 한 삶을 살도록 본을 보여 주셨지 않았습니까, 라는 응답입니다. 부모들의 삶의 모습을 보고 익힌 교육의 결과, 이제 보이지 않는 주님을 어디서 찾아야 하고 보이지 않은 하느님을 위해 살겠다고 고백하는 순간입니다. 참된 삶의 교육이 실현되는 순간입니다. 예수님은 깨달았지요. ‘하느님은 성전뿐 아니라, 사랑의 움직임이 있는 곳 어디에나 현존하십니다. 나 또한 거기에 머물 것입니다!’ 어머니 마리아는 아들 예수가 한 말을 알아듣지 못했지만, 어머니 마리아는 이 모든 일을 마음속에 간직합니다. 그리고 훗날 알게 됩니다. 가족 안에는 이해할 수 없을지라도 서로에 대한 신뢰와 사랑으로 기다려주어야 합니다. 

오늘 우리가 기억하는 성가정의 모습에서 볼 때, 가정은 가장 작은 기초적 사회이며 공동체입니다. 가정 안에서 갓 태어난 생명은 사람과의 관계를 맺고 살아감으로써 삶을 배우기 시작합니다. 가정 안에서 사랑과 증오의 감정을 배우고, 해야 할 것과 하지 말아야 할 것을 배우고, 사회생활의 기본이 되는 예의와 공중도덕 등 기초지식을 배웁니다. 사람이 가정 안에서 이러한 기초지식을 제대로 배우지 못할 때, 그는 문제를 일으키는 사람이 되거나 낙오자가 되기 쉽습니다. 가정은 또한 작은 교회입니다. 작은 수도원이고 작은 신학교입니다. 가정 안에서 기도를 배우고 하느님을 배우기 시작합니다. 가정 안에서 하느님을 알고 기도를 배웠을 때, 그는 하느님의 사람으로서 은총과 진리를 실천하는 하느님의 사람이 될 것입니다. 예수님께 하느님을 위한 삶을 살아가도록 본을 보여 주신 분들은 아버지 요셉과 어머니 마리아였습니다. 부모는 인생의 스승이며 신앙의 교사입니다. 

미국 네브라스카 주립대학 교수인 스티네트 박사는 행복하고 건강한 가정을 조사 연구한 결과 그 가정들에서 다음 몇 가지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었답니다. 첫째, 감사입니다. 가족 서로가 서로에게 고마움을 표시하고 있다는 말입니다. 둘째, 헌신입니다. 나보다 가족 전체의, 나보다 서로의 행복을 생각하며 살아간다는 말입니다. 셋째, 의사소통입니다. 부부가, 부모 자녀가 서로 자주 대화한다는 말입니다. 넷째, 함께하는 시간입니다. 함께 있는 시간을 많이 가지면서 가족 간의 사랑을 키워간다는 말입니다. 다섯째, 정신적 건강입니다. 서로 축복하고, 서로 격려하고 서로 칭찬하면서 그 가정은 정신적으로 건강한 가정이 되어간다는 말입니다. 여섯째, 극복의 능력입니다. 가정이 어려움에 봉착했을 때 가족들이 지혜를 모으고 힘을 모아서 위기를 발전의 기회로 만들어 간다는 말입니다. 우리에게 이 여섯 가지가 필요합니다. 그러나 저는 여기에 영적인 하나 됨을 추가합니다. 온 가족이 하느님 안에서 영적으로 하나를 이루는 것입니다. 

성가정이란 어느 날 갑자기 이룩되는 것이 아닙니다. 가정 안에서 각자가 자신의 역할에 충실해야 하고, 서로 일치하려고 노력해야 하며, 사랑으로 감싸주고 용서를 실천해야 합니다. 오늘 예수 마리아 요셉의 성가정 축일에 과연 우리 가정이 사회의 기초 공동체로서나 작은 교회로서 충실했는가, 참된 인간으로 성장하고 신앙인으로 성숙한 삶을 살아가려고 노력했는가를 반성하면서 은총을 청합시다. 우리 가정이 작은 교회로서 살고, 사랑을 배우고 사랑을 실천하는 공동체로 살고, 하느님의 뜻과 교회의 가르침에 순종하는 삶의 자세를 살아가도록 합시다. 우리 모두의 가정이 사랑과 일치의 성가정이 되도록 기도하면서 가정의 모든 구성원을 예수님처럼, 성모님처럼 그리고 성 요셉처럼 살아가도록 합시다. 성가정 축일을 축하드리며 늘 건강하시고 행복한 가정이 되길 바라며 축복을 빕니다. 가정이 모든 것입니다. “주님 모든 가정을 축복하여 주시고, 당신께서 부모에게 순종하며 지냈던 것처럼 가족 구성원 사이에 먼저 사랑하고 배려하며, 서로 섬기고 희생하고 신뢰하고 순종하며 살아갈 수 있도록 함께 계셔주시길 바랍니다. 아멘.”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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