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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양승국 신부님_어둠이 깊다면, 그것은 새벽이 멀지 않았다는 말입니다!
작성자최원석 쪽지 캡슐 작성일2024-12-30 조회수48 추천수6 반대(0) 신고

 

 

 

 

마리아와 요셉이 아기 예수님을 예루살렘 성전에 봉헌하였을 당시, 수많은 사람들이 아기 예수님 곁을 스쳐 지나갔지만, 다들 세상사나 자기 생각에 깊이 빠져 그분을 알아뵙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오직 두 사람, 육화 강생하신 하느님을 두 눈으로 직접 목격하고 품에 안아보는 특전을 누린 예언자들이 있었으니, 시메온과 한나였습니다. 두 사람은 공통점이 있었습니다. 세상 의롭고 독실했습니다. 언제나 성전을 떠나지 않고 밤낮으로 기도했습니다. 성령께서 항상 그들 위에 머물러계셨으며, 성령의 인도로 아기 예수님께로 나아왔습니다.

 

루카 복음사가는 여 예언자 한나에 대해 이렇게 소개하고 있습니다. “프누엘의 딸로서 아세르 지파 출신이었다. 나이가 매우 많은 이 여자는 혼인하여 남편과 일곱 해를 살고서는, 여든 네 살이 되도록 과부로 지냈다. 그리고 성전을 떠나는 일 없이 단식하고 기도하며 밤낮으로 하느님을 섬겼다.”(루카 2, 36-37)

 

보십시오. 한나 예언자가 탄생하신 아기 예수님을 지복직관할 수 있었던 비결이 짧은 문장 안에 정확히 들어 있습니다. 이른 나이에 남편을 먼저 떠나보낸 큰 고통을 겪었지만, 그 고통 속에서도 항상 하느님만 바라보며 신앙생활에 충실했습니다.

 

요즘 우리 가톨릭교회를 지탱하고 있는 7-80대 자매님들처럼 단 하루도 빠짐없이 미사에 참석하며, 교회 일에 협조적이었습니다. 항상 묵주를 손에 놓지 않고 밤낮으로 기도했습니다.

 

한나는 아세르 지파 출신이었는데, 신명기에 따르면 아세르 지파는 모세로부터 엄청난 축복을 받은 모범적인 지파였습니다. “아들 가운데에서 가장 큰 복을 받은 아세르. 그는 형제들이 가장 좋아하는 이가 되어 발을 기름에 담그리라. 너의 빗장은 쇠와 구리 너는 한평생 평안하리라.”(신명 33, 24-25)

 

한나의 좋았던 시절 7년과 현재 나이 84세에 대한 주석가들의 해설이 흥미롭습니다. 한나가 남편과 함께 산 7년 세월은 주님께서 육신으로 사셨던 시간을 의미한다고 말합니다.

 

84세에 대해서는, 일곱에 열둘을 곱하면 84가 됩니다. 일곱은 또 완전함을 의미합니다. 이 세상의 전 과정을 나타낸답니다. 열둘은 열두 사도의 완전한 가르침을 의미합니다.

 

그러니 한나 예언자가 84세란 표현은 그녀가 삶의 전 과정을 사도들의 가르침에 따라 충실히 살아온 신앙인이었음을 강조합니다. 결국 한나는 갖은 고통과 시련 속에서도 84년 동안, 아니 평생토록 충만한 은총 속에 주님을 섬겨온 신앙인의 모델이었던 것입니다.

 

인간적인 시선으로 바라볼 때 한나 예언자처럼 불행한 여인이 다시 또 없었습니다. 결혼 7년 만에 남편을 먼저 떠나보냈습니다. 생계를 꾸려가기 위해 참으로 많은 고생을 겪었습니다. 그녀는 당시 가장 불행한 인생의 대표 격인 ‘청상과부’로 60년 이상 살아왔습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그녀의 삶을 보십시오. 그 오랜 세월 성전을 떠나는 일 없이, 단식하고 기도하며 밤낮으로 하느님을 섬겼습니다.

 

한평생에 걸친 기도의 결과 하느님께서 그녀에게 큰 상급을 내리셨는데, 그것은 바로 ‘지복직관’ 하느님의 얼굴을 자신의 눈으로 직접 뵙는 것이었습니다. 성모님의 품에 안겨 계신 만왕의 왕, 하느님의 아들 예수 그리스도를 자신의 품에 안아 본 것이었습니다.

 

하느님께서는 아이러니하게도 역사상 가장 어두웠던 시기, 아무런 의미도, 아무런 희망도 없던 좌절의 시대에 당신의 아들 예수 그리스도를 유다 백성들에게 보내셨습니다.

 

결국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노력은 기다리는 일이군요. 비록 단 한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칠흑 같은 어둠의 나날이라 할지라도 그저 기다리는 일입니다. 꼬이고 꼬인 인생이라 할지라도, 도저히 풀 방법이 없어 보이는 실타래를 손에 들고 있다 할지라도 기다릴 일입니다.

 

어둠이 깊다면, 그것은 어쩌면 새벽이 멀지 않았다는 말과 동일합니다. 고통의 정도가 극심하다면 그것은 어쩌면 고통의 끝이 멀지 않았다는 말과 일맥상통합니다. 정말 너무 너무 지루하다면 기다림의 끝이 멀지 않았다는 말과 같습니다.

 

기다리다보면 선하신 하느님께서 언젠가 반드시 우리 앞에 좋은 날을 펼쳐놓으실 것입니다. 우리의 노고를 크게 치하하실 것입니다. 우리의 인내에 백배로 응답하실 것입니다. 한나 예언자에게 하신 그대로 말입니다.

 

양승국 스테파노, 살레시오회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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