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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주님 공현 대축일 전 금요일
작성자조재형 쪽지 캡슐 작성일2025-01-02 조회수131 추천수6 반대(0)

유발 하라리의 신작 넥서스를 읽고 있습니다. 그는 서문에서 파에톤의 신화와 마법사의 빗자루에 관한 이야기를 합니다. 파에톤은 자신의 욕망으로 태양을 끄는 마차를 움직이겠다고 합니다. 태양을 끄는 건 상당히 어려운 일이고, 성실해야 합니다. 파에톤은 성실하지 않았습니다. 정해진 규칙을 지키지 않았습니다. 태양이 지나치게 지구에 가까우면 화재가 발생했고, 지나치게 지구와 멀어지면 지독한 추위가 생겼습니다. 결국 제우스는 파에톤을 끌어 내렸습니다. 그리고 태양을 끄는 마차는 원래의 주인에게 돌려주었습니다. 괴테는 마법사의 빗자루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빗자루 마법을 하는 스승이 제자에게 항아리에 물을 담아 놓으라고 명령하고, 여행을 떠납니다. 제자는 꾀를 내서 빗자루에 마법을 걸었습니다. 빗자루는 강에서 물을 길어서 항아리에 옮겨 담았습니다. 마법을 걸 수는 있지만 푸는 방법을 몰랐던 제자는 겁이 났습니다. 빗자루가 계속 물을 길어오기 때문입니다. 할 수 없이 빗자루를 둘로 잘랐습니다. 그런데 둘로 잘려진 빗자루는 더 많은 물을 길러왔습니다. 동네가 물바다가 될 즈음에 스승이 돌아왔습니다. 스승은 마법을 풀어서 문제를 해결했습니다.

 

이 이야기를 읽으면서 대한민국의 현실이 떠올랐습니다. 파에톤은 자기의 능력을 과신하며 태양 마차를 몰았지만, 그 결과는 세계적 파괴였습니다. 이는 리더가 자기의 능력과 권한의 한계를 인지하지 못할 때 어떤 위험이 초래될 수 있는지 보여줍니다.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는 지도자가 권력의 도구(마차)를 자신의 욕망을 채우기 위한 수단으로 사용했음을 드러냅니다. 한 국가의 지도자가 위기를 명분으로 과도한 권력을 행사할 때, 이는 국민과 사회에 심각한 피해를 줄 수 있습니다. 아직도 비상계엄이 해제되지 않았다면 대한민국에는 매우 불행한 일이 벌어지고 있을 겁니다. 마법사의 빗자루는 힘을 제어하지 못했을 때 발생하는 혼란과 재앙을 상징합니다. 비상계엄은 민주주의 체제에서 매우 민감한 사안으로, 남용될 때, 헌정 질서를 훼손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우리는 이를 이미 45년 전에 경험했습니다. 광주 민주화 운동, 삼청 교육대는 인간의 권리와 인간의 품위를 짓밟은 사건이었고, 그 이면에는 비상계엄이 있었습니다. 제우스가 파에톤의 직무를 정지하였듯이, 대한민국의 국회는 탄핵을 통해서 윤석열 대통령의 직무를 정지시켰습니다.

 

파에톤은 자신의 자격과 책임에 대한 숙고 없이 태양 마차를 몰겠다는 자만으로 인해 비극을 초래했습니다. 이는 권력을 책임 없이 사용하는 태도의 위험성을 상징합니다. 반대로 세례자 요한은 자신에게 주어진 사명을 철저히 인식하고 겸손히 "나는 그리스도가 아니다"라고 고백하며 자신의 역할을 제한했습니다. 마법사의 빗자루는 통제되지 않은 욕망과 무분별한 힘 사용의 상징입니다. 세례자 요한은 자신의 역할과 한계를 인정하며, "그분은 점점 커지셔야 하고, 나는 더욱 작아져야 한다."라는 고백으로 힘과 영향력을 욕망하지 않는 태도를 보였습니다. 비상계엄은 지도자의 권력 사용에 있어 신중함과 책임을 요구하는 문제입니다. 만약 이를 무분별하게 실행한다면, 이는 파에톤처럼 큰 비극을 초래할 수 있습니다. 세례자 요한은 자신의 권위를 오직 하느님의 뜻에 두었고, 자신의 역할을 넘어서지 않았습니다. 이는 지도자가 자신에게 맡겨진 권한을 책임감 있게 사용해야 함을 보여주었습니다. 겸손한 사람은 지나친 욕망을 제어할 수 있습니다. 겸손한 사람은 할 수 있는 일과 할 수 없는 일을 식별할 수 있습니다. 세례자 요한이 바로 그런 사람이었습니다.

 

초대교회는 가진 걸 기쁜 마음으로 나누었습니다. 우리 몸의 지체가 한 몸을 이루어 성장하듯이, 초대교회는 그리스도를 머리로 한 몸을 이루었습니다. 여유가 있는 공동체는 어려운 공동체를 기쁜 마음으로 도왔습니다. 굶주린 형제에게는 먹을 걸 나누어 주었습니다. 옷이 없는 형제에게는 입을 옷을 주었습니다. 우리에게 친숙한 사회복지는 초대교회에서 이미 시작되었습니다. 공동체가 착한 사마리아 사람이 된다면 분열과 갈등은 사라질 겁니다. 지금 교회에 당면한 문제가 있다면, 지금 교회가 익숙함에 젖어있다면, 지금 교회가 성장을 멈추고 늙어가고 있다면 초대교회가 성장했던 이유를 다시 돌아보면 좋겠습니다. 지금 교회가 가고 있는 방향이 예수님께서 원하시는 방향인지 알고 싶다면 역시 초대교회의 삶을 돌아보면 좋겠습니다.

 

사랑하는 여러분, 하느님께서 의로우신 분이심을 깨달으면, 의로운 일을 실천하는 사람들이 모두 하느님에게서 태어났다는 것도 알게 됩니다. 과연 나는 보았습니다. 그래서 저분이 하느님의 아드님이시라고 내가 증언하였습니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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