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송영진 신부님_<거리두기> | |||
---|---|---|---|---|
작성자최원석 | 작성일2025-01-23 | 조회수74 | 추천수3 | 반대(0) 신고 |
“예수님께서 제자들과 함께 호숫가로 물러가셨다. 그러자 갈릴래아에서 큰 무리가 따라왔다. 또 유다와 예루살렘, 이두매아와 요르단 건너편, 그리고 티로와 시돈 근처에서도 그분께서 하시는 일을 전해 듣고 큰 무리가 그분께 몰려왔다. 예수님께서는 군중이 당신을 밀쳐 대는 일이 일어나지 않게 하시려고, 당신께서 타실 거룻배 한 척을 마련하라고 제자들에게 이르셨다. 그분께서 많은 사람의 병을 고쳐 주셨으므로, 병고에 시달리는 이들은 누구나 그분에게 손을 대려고 밀려들었기 때문이다. 또 더러운 영들은 그분을 보기만 하면 그 앞에 엎드려, ‘당신은 하느님의 아드님이십니다!’ 하고 소리 질렀다. 그러나 예수님께서는 그들에게 당신을 사람들에게 알리지 말라고 엄하게 이르곤 하셨다(마르 3,7-12).”
1) 뒤의 5장을 보면, 열두 해 동안이나 하혈하던 여자가 “내가 저분의 옷에 손을 대기만 하여도 구원을 받겠지.” 라는 생각으로 예수님의 옷에 손을 대어서 병이 나았다는 말이 있고(마르 5,25-29), 또 6장에는 “마을이든 고을이든 촌락이든 예수님께서 들어가기만 하시면, 장터에 병자들을 데려다 놓고 그 옷자락 술에 그들이 손이라도 대게 해 주십사고 청하였다. 과연 그것에 손을 댄 사람마다 구원을 받았다(마르 6,56).” 라는 말이 있습니다. 예수님의 옷에(옷자락 술에) 손을 대기만 해도 병이 나았다는 이야기들은, ‘예수님의 옷’이 기적을 일으켰다는 이야기가 아니라, ‘예수님께서’ 기적을 일으키셔서 사람들에게 자비를 베풀어 주셨다는 증언입니다. 만일에 겉으로 보이는 표현만 보고서 예수님의 자비나 예수님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예수님의 옷’이 기적을 일으킨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또는 예수님은 믿지 않고 예수님의 옷만 믿는다면, 그것은 ‘미신’입니다. 사도행전에는 더욱 놀라운 이야기가 기록되어 있습니다. “하느님께서는 바오로를 통하여 비범한 기적들을 일으키셨다. 그의 살갗에 닿았던 수건이나 앞치마를 병자들에게 대기만 해도, 그들에게서 질병이 사라지고 악령들이 물러갔다(사도 19,11-12).” 만일에 주님은 안 믿고, 바오로 사도의 수건이나 앞치마만 믿는다면, 그것은 미신입니다.
2) “예수님께서는 군중이 당신을 밀쳐 대는 일이 일어나지 않게 하시려고, 당신께서 타실 거룻배 한 척을 마련하라고 제자들에게 이르셨다.” 라는 말은, 예수님께서 군중에 대해서 ‘거리두기’를 실행하셨다는 뜻입니다. 물론 예수님께서 사람들을 밀어내신 것은 아닙니다. 예수님께서는 당신에게 오는 사람들을 모두 받아 주셨고, 병을 고쳐 달라는 그들의 간청을 모두 들어 주셨습니다. 그러나 사람들이 너무 많이 밀려들었고, 너무 질서가 없었습니다. 그 상황은 무척이나 소란스럽고 무질서했고, 남들보다 먼저 예수님의 옷에 손을 대려고 서로 밀쳐 대는 상황이었습니다. 자기들끼리 서로 밀쳐 대는 것도 문제인데, 그게 지나쳐서 예수님을 밀쳐 대는 일이 생겼다는 것은 더 큰 문제입니다. 그것은 사람들이 자기만 생각하는 이기심에 사로잡혀 있었음을 나타내고, 또 ‘몸의 치유만’ 원하면서 ‘말씀’은 들으려고 하지 않았음을 나타냅니다. 그들은 절박한 심정으로 그랬겠지만, 그래도 그것은 잘못된 일입니다. 그래서 예수님께서는 ‘질서 유지’를 위해서, 또 ‘말씀’을 제대로 전하기 위해서 ‘거리두기’를 하셨습니다. <무엇인가를 간절하게 청하려고 주님을 찾을 때, 우리는 ‘나만 생각하는 이기심’은 버려야 하고, 눈앞의 급한 사정만 생각하면서 영혼의 구원은 외면하는 기복신앙에 빠지지 않도록 조심해야 합니다. 이기심과 집착과 욕심을 버리는 것, 또 기복신앙과 미신에 빠지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것, 그것은 우리 스스로 실행해야 할 ‘거리두기’입니다. 그 ‘거리두기’는 잘못된 신심에 빠지는 것을 예방하기 위한 일입니다.>
3) “예수님께서는 그들에게 당신을 사람들에게 알리지 말라고 엄하게 이르곤 하셨다.” 라는 말의 뜻은, “예수님께서는 당신을 아는 척 하지 말라고 마귀들에게 엄하게 명령하셨다.”입니다. 마귀들이 예수님 앞에 엎드려서 “당신은 하느님의 아드님이십니다!” 라고 소리 지른 것은, 결코 신앙고백이 아니고, 예수님께서 하시는 일을 방해하려는 나쁜 의도로 한 일입니다. <마귀들의 말은, 예수님의 신성을 부정하려는 의도가 숨어 있는 말이기도 합니다.> 마귀들은 예수님을 안 믿는 것들이고, 예수님께서 하시는 일을 어떻게든 방해하기만 하는 것들이고, 그것들이 하는 말은 겉으로만 그럴듯하게 보이는 거짓말일 뿐입니다. 그래서 예수님께서는 그것들의 입을 아예 막으신 것입니다. 사도행전에도 비슷한 일이 기록되어 있습니다. “우리가 기도처로 갈 때에 점 귀신 들린 하녀 하나를 만났는데, 그는 점을 쳐서 주인들에게 큰 돈벌이를 해 주고 있었다. 그 여자가 바오로와 우리를 쫓아오면서, ‘이 사람들은 지극히 높으신 하느님의 종으로서 지금 여러분에게 구원의 길을 선포하고 있습니다.’ 하고 소리 질렀다. 여러 날을 두고 그렇게 하는 바람에 언짢아진 바오로가 돌아서서 그 귀신에게, ‘내가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너에게 명령하니 그 여자에게서 나가라.’ 하고 일렀다. 그러자 그 순간에 귀신이 나갔다(사도 16,16-18).” 이 이야기에 나오는 귀신은 ‘마귀’이고, 그것은 사도들이 하는 일을 방해하려는 나쁜 의도로 소리를 질렀습니다. 의도가 악하면, 그 말은 ‘선한 증언’이 아니라 ‘악한 말’이 될 뿐입니다.
송영진 모세 신부 ------------------------------------- [출처] 연중 제2주간 목요일 강론|작성자 송영진 모세 신부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