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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사순 제5주간 월요일]
작성자박영희 쪽지 캡슐 작성일2025-04-07 조회수38 추천수4 반대(0) 신고

[사순 제5주간 월요일] 요한 8,12-20 “나는 세상의 빛이다. 나를 따르는 이는 어둠 속을 걷지 않고 생명의 빛을 얻을 것이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은 당신 자신을 가리켜 ‘세상을 비추는 빛’이라고 표현하십니다. 그렇기에 당신의 가르침을 충실히 따르는 이들은 하느님의 뜻을 거스르는 죄악을 저질러 어둠 속에 빠지지 않고, 생명의 빛을 얻게 된다고 말씀하십니다. 예수님께서 이처럼 ‘빛’이라는 속성을 지니셨다는 점에서 당신을 이 세상에 보내신 하느님 아버지와 같은 본성을 지니신 분임을 알 수 있습니다. 그 예로 탈출기를 보면 하느님께서 ‘빛’으로 당신 백성을 이끄시는 모습이 나타나지요. 어두운 밤에 하늘에 구름이 잔뜩 껴 있으면 이스라엘 백성들은 너무나 막막했습니다. 드넓은 광야에 길잡이가 되어줄 이정표가 있는 것도 아닌데 그나마 방향을 분간하게 해주는 별빛까지 보이지 않으니 어디로 가야할 지 알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그런 그들을 위해 하느님께서는 커다란 불기둥을 세우시어 그들을 앞장서게 하셨고, 이스라엘 백성들은 그 불빛이 이끄는대로 따라감으로써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도 약속된 땅을 향해 나아갈 수 있었습니다. 이처럼 예수님은 구원의 빛으로 사람들을 비추심으로써 올바른 길을 걷도록 이끄시겠다고 하시는 겁니다.

 

그런데 좀 이상합니다. 태양보다 밝은 빛이신 주님께서 세상을 비추시면 이 세상은 말 그대로 ‘대명천지’(大明天地)가 되어야 하는데, 우리가 사는 세상엔 왜 아직도 어둠이 있을까요? 우리가 방에 켜는 전등빛이 구석구석까지 제대로 비추지 못해 우리가 눈으로 볼 수 없는 사각지대가 생기는 것처럼, 주님께서 비추시는 빛에도 한계가 있다는 뜻일까요? 당연히 그렇지 않습니다. 우리가 사는 지구에 태양빛이 비추지 않는 곳은 없지만, 태양빛이 미치지 못하는 곳은 있는 것과 비슷한 이치입니다. 그건 태양빛의 광량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큰 건물이나 나무가 내 앞에서 그 빛을 가려버려 나에게까지 도달하지 않는 것이지요. 그것은 주님께서 비추시는 구원의 빛, 진리의 빛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분께서는 선한 사람에게나 악한 사람에게나 똑같이 빛을 비추어주시는데, 그 빛을 좋아하는 선한 사람은 빛 한가운데로 나아가 자기 몸을 쬐는데 비해, 그 빛이 불편하고 싫은 악한 사람은 그 빛이 자기 몸에 닿지 않게 거짓과 위선 뒤로 피하고 숨는 겁니다. 그렇게 우리 마음이 어둠에 익숙해지면 점점 더 짙은 어둠을 찾게 되고 결국엔 마음의 눈이 멀어 하느님과 그분 사랑을 제대로 알아보지 못하게 되지요.

 

그런 비참한 신세가 되지 않으려면 죄악의 어둠 속에 숨는 일은 이제 그만두어야 합니다. 나의 실수와 잘못이 드러나지 않으면 지금 당장은 마음이 편할지 모르지만, 결국 “숨겨진 것은 드러나기 마련이고 감추어진 것은 알려지기 마련”(마태 10,26)이기 때문입니다. 전능하신 하느님은 숨은 일도 보시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두려움과 불안 속에 전전긍긍하며 불행한 삶을 살지 말고 주님께로, 그분께서 비추시는 진리의 빛 속으로 나아가야 합니다. 불편하고 부끄러운 건 잠깐일 뿐입니다. 그 회개와 정화의 시간을 잘 견디면 따뜻하고 포근한 하느님 품 안에서 두다리 쭉 펴고 편안한 안식을 누릴 수 있습니다. 

 

* 함 승수 신부님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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