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사순 제5주간 수요일]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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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박영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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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2025-04-09 | 조회수46 | 추천수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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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순 제5주간 수요일] 요한 8,31-42 “너희가 내 말 안에 머무르면 참으로 나의 제자가 된다. 그러면 너희가 진리를 깨닫게 될 것이다. 그리고 진리가 너희를 자유롭게 할 것이다.”
유다인들은 ‘자유’라는 말에 예민한 편입니다. 수천년의 역사가 이어져 내려오는 동안 주변의 강대국들에게 침략을 당하거나 지배를 받는 일이 빈번했기 때문입니다. 심지어는 정든 고향 땅을 떠나 이역만리 외국으로 유배를 가기도 했지요. 힘 없는 약소국의 국민이기에 겪는 설움이기도 했지만, 하느님의 뜻을 거스르고 죄를 저지른 벌이기도 했습니다. 게다가 예수님 당시 이스라엘은 로마라는 초강대국의 통치 아래에 있었는데, 로마가 근동지방을 다스리는 총독으로 임명한 빌라도는 잔혹하고 무자비한 폭력으로 유다민족을 억압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런 빌라도의 무력이 유다민족의 마음까지 꺾어놓지는 못했습니다. 유다인들은 자신들이 하느님께 선택받은 그분의 백성이라는 자부심을 잃지 않고, 그런 하느님께서 언젠가는 메시아를 보내시어 자신들을 구원하시리라는 희망을 간직하고 있었지요.
그런 상황에서 예수님으로부터 “진리가 너희를 자유롭게 할 것이다.”라는 말씀을 들었으니 발끈했을 겁니다. 자신들은 로마인들의 핍박을 견디고 있을 뿐 그들에게 완전히 굴복한 것은 아니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자기들이 자유를 잃은 ‘종’인 것처럼 말씀하시니 신경을 잔뜩 곤두세우며 그 말씀에 반박하려고 한 것입니다. 하지만 예수님은 그들에게 ‘스스로의 의지로 자기가 하고 싶은 것을 하는’ 정치적이고 법적인 자유 개념을 말씀하신 게 아니었습니다. 부족하고 약한 인간은 하느님의 마음을 제대로 헤아리지 못하고 그분의 뜻을 거스르는 ‘죄’를 지음으로써 그 죄의 어둠 속에 갇히는 ‘종’이 된다는 것을, 그런 상태에서 벗어나려면 하느님께서 원하시고 바라시는 뜻인 ‘진리’가 무엇인지를 제대로 알아야 한다는 것을, 그리고 그 진리는 예수님 당신께서 아버지로부터 들은 그대로 하시는 말씀으로 또 아버지의 뜻을 행하는 실천으로 우리에게 알려주신다는 것을 깨닫게 하시려는 것이었지요.
그런데 ‘죄의 종’이 된다는 것은 구체적으로 무슨 뜻일까요? 이에 대해 바오로 사도는 로마서에서 다음과 같이 설명합니다. “나에게 원의가 있기는 하지만 그 좋은 것을 하지는 못합니다. 선을 바라면서도 하지 못하고, 악을 바라지 않으면서도 그것을 하고 맙니다.(로마 7,18ㄴ-19) 인간은 마음 속 욕망을 따르려는 경향이 있기에, 그리고 사악한 세력들이 그런 경향을 이용하여 우리를 하느님과 그분 뜻으로부터 멀리 떼어놓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유혹하기에, 우리는 무엇이 하느님의 뜻에 맞는 올바른 것인지를 잘 알면서도 그것을 선택하지 않고 ‘에라 모르겠다’라는 식으로 욕망을 따르는 쪽을 선택하게 됩니다. 그러면서 자신이 원하는 것을 자기 마음대로 선택하는 자유를 누린다는 착각에 빠져 살지요. 실제로는 자기 욕망에 휘둘리고, 남들의 시선과 평가에 휘둘려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고 바라야 할 것이 무엇인지 조차 모르면서 말입니다.
진정한 자유는 지금 당장 내 욕망이 시키는대로 따르는게 아닙니다. 하느님의 뜻이기에 힘들고 어려워도 내 의지로 받아들이고 따르는 것, 그 순명을 통해 내 삶에서 정말 중요하고 소중한 가치를 지켜내는 것, 그것이 바로 우리가 지향해야 할 참된 자유입니다. 오늘 제1독서에 나오는 세 젊은이가 바로 그런 참된 자유를 누린 사람들입니다. 그들은 자신들을 핍박하며 죽이겠다고 위협하는 권력자 앞에서도 주눅들지 않습니다. 하느님께서 자신들을 그 위험에서 구해내시리리 희망하지만 설령 그리되지 않는다 해도 자신들은 오직 하느님만 섬기며 그분 뜻만 따르겠노라 당당하게 고백합니다. 그리고 하느님은 놀라운 기적을 통해 당신에 대한 믿음과 순명이 결코 헛되지 않다는 것을 우리에게 보여주시지요. 이것이 우리가 항상 되새겨야 할 구원의 진리입니다. 이 진리를 마음 속에 품고 사는 사람은 하느님 안에서 참된 자유를 누립니다.
* 함 승수 신부님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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