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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사순 제5주간 토요일]
작성자박영희 쪽지 캡슐 작성일2025-04-12 조회수68 추천수2 반대(0) 신고

[사순 제5주간 토요일] 요한 11,45-56 "온 민족이 멸망하는 것보다 한 사람이 백성을 위하여 죽는 것이 여러분에게 더 낫다는 사실을 여러분은 헤아리지 못하고 있소.”

 

 

 

 

로마제국은 거대한 영토를 차지하였고 수많은 식민지를 통치했습니다. 그러나 정작 로마 시민의 숫자는 그 식민지를 다 다스릴 수 있을 정도로 많지 않았지요. 그래서 그들이 선택한 방식이 ‘간접통치’였습니다. 식민지에서 자기들 대신 통치권을 행사할 엘리트들을 선발하였고 그들에게 큰 권한을 주었습니다. 대신 두 가지만은 반드시 지킬 것을 요구했는데 하나는 로마에 대한 절대적인 충성이었고, 다른 하나는 세금을 성실하게 납부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로마의 통치에 저항하는 반란세력들은 가혹할 정도로 잔인하게 진압했고 반란을 이끈 주동자들은 십자가형이라는 극형에 처했습니다. 그런데 유다 사회의 지도층인 대사제와 종교 지도자들은 그런 치욕적인 상황을 순순히 받아들였습니다. 자기들의 기득권만 유지할 수 있다면 누구에게 세금을 내는지는 아무 상관 없었던 겁니다.

 

그런 시대적 배경에서 예수님은 ‘하느님 나라’를 선포하셨습니다. 수많은 이적과 표징을 보여주셨습니다. 가난한 이들과 죄인들, 배척과 차별을 당하던 이방인들, 과부들과 고아들, 그리고 병자들과 가까이 지내시며 그들의 눈에 흐르는 눈물을 닦아주셨습니다. 심지어 이미 죽은 지 사흘이나 지난 라자로를 되살리시는 놀라운 기적을 일으키시기도 했습니다. 그러자 예수님에게서 희망을 발견한 이들이 그분 곁으로 구름처럼 몰려들었습니다. 다윗이 하느님의 권능으로 골리앗을 물리쳤던 것처럼, 마카베오 가문이 하느님의 은총과 보호로 독립전쟁을 성공으로 이끌었던 것처럼, 메시아로 오신 예수님도 강력한 카리스마와 놀라운 능력으로 자신들을 로마의 지배로부터 해방시켜 줄 것이라 기대했습니다.

 

그러나 백성들의 그런 기대와 희망은 이스라엘의 지배층에게는 매우 심각한 위험요소였습니다. 예수님을 중심으로 로마에 대한 저항운동이 본격화하여 소요사태가 발생하면, 로마의 식민정책상 기존의 지배층은 그동안 누리던 특권과 권력을 상실하게 되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렇다고 자기들의 권력인 율법을 이용하여 예수님을 제거할 수도 없었습니다. 이미 수많은 이스라엘 백성들이 예수님을 메시아로 믿고, 따랐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그들은 로마의 힘을 빌어서 예수님을 죽이기로 합니다. 예수님께 ‘로마에 반란을 도모한 반역자’라는 죄목을 뒤집어 씌워 고발하면, 빌라도 총독이 황제의 이름으로 알아서 처리해 줄테고, 그러면 그분의 피에 대한 책임을 자기들이 지지 않아도 될 거라 생각한 겁니다. 백성들의 성난 민심은 이스라엘 민족 전체를 지키기 위해 어쩔 수 없는 희생이었다는 논리로 가라앉히면 그만이었습니다. 괜히 로마라는 거대제국의 비위를 거슬러 온 민족이 멸망하는 것보다는 이스라엘 백성 전체의 생명과 안위를 지키기 위해 예수라는 한 사람을 희생시키는 것이 낫지 않느냐고 물으면 감히 누구도 반기를 들 수 없을테니까요.

 

그런 주장을 한 카야파 대사제는 자신이 대단한 아이디어를 생각해냈다고, 생각이 짧고 무식한 백성들은 아무것도 모른다고 여겼지만, 정작 아무 것도 모르는 건 카야파 자신이었습니다. 전능하신 하느님은 굽은 자를 가지고도 직선을 그으시는 분임을, 자기들의 계략과 음모에도 불구하고 인류를 구원하시려는 하느님의 계획은 착착 진행되고 있었음을, 그런 그분의 뜻을 거슬러 사악한 음모를 꾸민 자기 이름이 후대의 모든 이들에게 영원히 박제될 것임을 알지 못했던 겁니다. 그런 카야파처럼 되고 싶지 않다면, 짧은 내 생각보다 하느님의 뜻을 헤아리고 따르는데에 집중해야겠습니다. 오직 그것만이 우리가 올바르고 행복하게 사는 길입니다. 

 

* 함 승수 신부님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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