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순 제 5주간 토요일
“저 사람이 저렇게 많은 표징을 일으키고 있으니, 우리가 어떻게 하면 좋겠소.” (요한 11:47)
오늘 복음 속 유다인들은
예수님을 그대로 두면 모두가 그분을 믿게 될 것이고,
그렇게 되면 로마인들이 와서
자신들의 성전과 민족을 짓밟을 것이라고 말합니다.
성전은 분명 거룩한 장소입니다.
하지만 그들에게 성전은
하느님께 나아가는 공간이기보다는
자신들이 쌓아올린 질서와 체계,
그리고 권위를 지키는 상징이었습니다.
예수님을 만난 그들은
그분의 말씀과 행위 앞에서
자신들의 기반이 흔들리는 것을 느꼈고,
그 흔들림은 곧 불안으로 번졌습니다.
그래서 그들은
예수님을 ‘제거해야 할 위협’으로 받아들였고,
죽이기로 결의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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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불안,
그 낯선 떨림이
어쩌면 내 안에도 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익숙한 방식,
정체성이라 여긴 껍질들,
성공, 인정, 평가…
그 모든 것으로 나는 내 ‘성전’을 쌓아왔는지도 모릅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
내가 지켜야 한다고 믿어왔던 것들이
오히려 나를 가두고,
숨을 막고 있었다는 것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이 불안,
이 낯선 흔들림은
처음엔 두려웠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압니다.
이것은 거짓 자아가 보내는 마지막 저항이며,
참 나가 숨 쉬고 싶다는 신호라는 것을.
이제 묻습니다.
무엇이 나의 숨을 다시 쉬게 할 수 있을까요?
그 답은 아주 단순하고, 깊은 자리에서 울려옵니다.
사랑입니다.
있는 그대로의 나를 향한 하느님의 사랑을 받아들이는 것.
그 사랑 안에서 내 진짜 얼굴을 기억해 내는 것.
무언가를 더 쌓고, 증명하고, 인정받지 않아도
그 사랑 안에 이미 내가 충분하다는 것을 알게 될 때—
비로소 내 숨은 다시 살아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