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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슬로우 묵상] 빵을 적시는 손
작성자서하 쪽지 캡슐 작성일2025-04-14 조회수71 추천수5 반대(0) 신고

성주간 화요일

 

"빵을 적신 다음 그것을 들어 시몬 이스카리옷의 아들 유다에게 주셨다." (요한 13:26)

 

오늘 나는 세 사람을 만난다

그들은 겉으로는 다른 얼굴을 하고 있지만,

사실은 모두 내 안에 함께 살아 숨 쉬고 있다.

 

한 사람은 예수님.

그 고통에서 도망치지 않으신다.

산란한 마음을 숨기지 않고,

자신의 내면을 제자들 앞에 조용히 드러내신다.

배신당할 것을 알면서도,

빵을 적셔 유다에게 건네주신다.

마지막까지 함께 하려는 사랑,

판단 없이 바라보는 시선.

그 사랑은 계산이 없고,

그 침묵은 비겁함이 아니라 온전한 품음이다.

그런 예수님 앞에 나는 조용히 고개를 숙인다.

나는 그런 존재가 아니기에.

그러나 그런 존재를 바라볼 수 있기에.

그분 앞에서 나도 나의 진실을 직면하게 된다.

 

또 한 사람은 유다.

그는 지금도 내 안에 살아 있다.

진실을 외면하고 싶은 마음,

내가 선택한 길이 옳다고 믿고 싶은 마음.

내 안의 어둠을 정당화하고 싶은 유혹.

예수님의 눈을 피하고,

은근히 거리를 두고,

결국은 밖으로 나가는 선택.

그때는 밤이었다.

나는 유다를 정죄할 수 없다.

그도 나처럼 사랑을 갈망했고,

그만큼 실망도 컸을 것이다.

그 어둠을 나는 안다.

나도 그 밤을 지나갔기에.

 

마지막 사람은 베드로.

그는 말한다.

“주님을 위해서라면 목숨까지 내놓겠습니다.”

그러나 두려움 앞에서는

세 번이나 “나는 그를 모른다”고 말할 것이다.

그 모순된 존재,

의지는 앞서고 마음은 흔들리는 사람.

그가 꼭 나다.

진실에 대한 열망이 있다.

그러나 동시에 현실의 고통을 회피하고 싶은

두려움도 함께 있다.

나는 늘 그 사이에서 흔들린다.

그러면서 조금씩, 아주 조금씩

예수님의 길을 배워간다.

 

오늘 나는

예수님과, 유다와, 베드로를

다 내 안에서 만난다.

그리고 그 만남을 통해

나는 진실 앞에 서는 법을 배운다.

 

사랑은 끝까지 머무는 것이며,

믿음은 실패 속에서도 다시 일어서는 것이며,

진실은 도망치지 않고 바라보는 것임을

배워간다.

 

그렇게 오늘도

나의 존재는 조금씩 빛을 향해 나아간다.


 https://blog.naver.com/penetrating-light/223832366625

 

서하의 기도

 

사랑의 주님,

낮은 곳에서 당신의 마음을 전해온

프란치스코 교황님을 기억합니다.

 

아파하는 이들 곁에 머무르던 그 발걸음을

신의 평화로 감싸주소서.

 

세상의 상처에 입맞추던 손,

눈물 젖은 어깨 위에도

당신의 자비를 얹어주소서.

 

그가 흘린 말 없는 기도가

이 땅 위에 자비의 물결 되어

더 많은 사랑이 퍼져가게 하소서.

 

그분의 하루하루가

당신 안에서 쉬고,

당신 안에서 다시 일어설 수 있도록

주님, 함께하여 주소서.

 

아멘.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태그 성주간,묵상,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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