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성주간 수요일]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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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박영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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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2025-04-16 | 조회수85 | 추천수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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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주간 수요일] 마태 26,14-25 “네가 그렇게 말하였다.”
오늘 복음은 예수님의 열 두 제자 중 하나인 유다 이스카리옷이 예수님을 반대자들에게 팔아넘기는 이야기입니다. 그도 그것이 큰 죄라는 걸 잘 알고 있었을 겁니다. 그럼에도 중간에 마음을 바꾸지 않고 끝까지 밀어부친 것은 예수님을 잃는 것보다, 그분을 통해 얻어낼 수 있는 세속적인 가치들을 잃는 걸 더 두려워했기 때문입니다. 참으로 안타까운 모습이지요. 그런데 오늘날 생각보다 많은 이들이 아무렇지 않게 유다의 전철을 밟고 있습니다. 하느님과의 관계가 멀어지는 것보다 자기가 애착하는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가 멀어지는 걸 더 두려워하고, 하느님의 사랑을 잃는 것보다 자기가 가진 얼마 안되는 재산을 잃는 걸 더 두려워하는 겁니다. 그 재산이 있어야만 인생의 즐거움들을 더 많이 누릴 수 있을거라 생각하는 것이겠지요.
물론 우리가 짓는 죄에는 그것을 통해 누릴 수 있는 세속적이고 물질적인 즐거움들이 들어 있습니다. 죄를 짓는만큼 그 죄가 보장하는 즐거움은 확실히 누릴 수 있는 겁니다. 그래서 자신은 잃을 게 없다고 생각하는 이들이 ‘에라 모르겠다’는 심정으로 죄를 짓지요. 그러나 그들은 알지 못합니다. 죄를 지으면 내가 그것을 통해 누리는 유한하고 일시적인 즐거움과는 절대 비교할 수 없는, 소중하고 귀한 것들을 너무나도 많이 잃어버린다는 것을... 유다가 자기 죄로 얻은 것은 은전 30냥, 오늘날 화폐가치로 따지면 천 이백만원 정도에 해당하는 돈이었습니다. 물론 결코 적은 돈은 아닙니다. 그 돈만 있으면 생각보다 많은 것들을 할 수 있지요. 하지만 유다는 그로 인해 주님 앞에 나설 수 있는 의로움을 잃었습니다. 자신이 주님께 사랑받는 귀한 존재라는 자존감을 잃었습니다. 어떤 상황에서도 흔들림 없이 믿고 의지할 수 있는 참된 희망을 잃었습니다. 그 결과는 깊은 절망, 그리고 모든 것을 포기하는 죽음이었습니다.
주님께 대한 굳건한 믿음을 지니고 있지 않으면 우리도 언제든 유다처럼 될 수 있습니다. 주님과 함께 십자가의 길을 걸음으로써 그분과 함께 영원한 생명, 참된 행복을 누리지 못하고, 주님을 팔아서 세속적인 이익을 챙기려다 모든 것을 잃고 마는 불행한 처지가 되는 겁니다. 그렇게 되지 않으려면 “너희 가운데 한 사람이 나를 팔아넘길 것이다.”라는 주님의 경고말씀을 ‘내 얘기’로 생각하며 귀기울여 들어야 합니다. 인간적인 부족함과 약함, 욕망과 집착으로 인해 자신이 언제든 죄로 기울어질 수 있음을 잘 알면서도, 그러지 않기 위해 늘 깨어 기도하며 적극적으로 노력할 생각은 하지 않고, “저는 아니겠지요?”라는 안일한 낙관론에 빠지지 않도록 조심해야 합니다. “생각하는대로 살지 않으면 사는대로 생각하게 된다”고 했습니다. 무엇이 주님 뜻에 맞는 옳은 길인지 알면서도 그대로 실천하지 않으면, ‘나도 그러고 싶지 않았는데 어쩔 수 없었다’고 이런 저런 핑계를 대며 자신을 합리화하게 될 것입니다. 그러면 종말의 순간 내가 한 그 말들이 나를 심판하게 될 겁니다 “네가 그렇게 말하였다.”
* 함 승수 신부님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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