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님 만찬 성목요일
"예수님께서는 당신의 사람들을 끝까지 사랑하셨다” (요한 13:1)
‘끝까지’...단순히 시간의 마지막까지라는 의미를 넘어서,
사랑의 완성, 온전함을 향한 깊은 사랑을 말하는 ‘끝까지(εἰς τέλος)’..
예수님의 사랑은
다른 이의 존재와 하나 되려는 깊은 일치의 움직임이다.
발을 씻는 그분의 몸짓은
‘행위’가 아니라
우리 안으로 들어오셔서
우리의 더러움과 아픔까지 껴안는
당신 심장에서 흘러나온 사랑의 방식이었다.
"나는 너와 다르지 않다.
나는 너와 함께 있다.
나는 너를 씻기지만,
그 씻김으로 네 안에 들어가고,
너도 내 안에 들어온다."
그런데 그 사랑을 받아들이지 않기로
자유롭게 선택한 한 사람..
예수님의 사랑은 실패였을까..
아니, 그분의 사랑은 실패가 아닌,
우리의 자유를 끝까지 존중하시는
당신 심장에서 흘러나온 사랑의 방식이었다.
일치는 강제가 아니라 선택이기에,
예수님은 지금도
우리를 억지로 붙들지 않으시고,
다만 우리가 당신과 일치를 선택하기를 기다리시는구나.
나는 오늘 조심스레
예수님의 두 손아래 내 발을 밀어 놓는다.
내 발은 물 위에 풀어진 예수님의 마음으로
나의 지난 시간이 씻겨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