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사랑하는 이의 발을 씻는다는 것의 의미는 무엇일까?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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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강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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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2025-04-17 | 조회수84 | 추천수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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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년쯤 전 일입니다. 부산의 대학병원에서 여러 차례 봤던 기억입니다. 한 부부가 있었습니다. 아내가 장기간 입원해 있었습니다. 남편은 직장을 다니는 회사원이었습니다. 그 남편분은 아내가 입원해 있는 병원을 직장에 다녀도 매일 퇴근하면 곧장 병원으로 바로 옵니다. 밤늦게까지 아내를 간호하다가 집에 돌아가기 전에 매일 하시는 게 있었습니다. 그 당시 아내는 와상 환자였습니다. 하루도 빠지지 않고 해 주는 게 아내 발을 씻어주는 것이었습니다. 대개의 사람은 일상의 삶 속에서 하루를 마감하게 되면 자기 전에 하는 것 중 하나가 샤워는 불가피해 못 한다고 해도 세수와 양치질 그리고 발을 씻는 것입니다. 그래야 잠자리에 들어도 기분이 개운하기 때문입니다. 입원 환자이고 누워서 지내고 활동이 없어 발이 더러워질 일은 없긴 하지만 오랫동안 해왔던 습관이었고 처음엔 몰랐는데 어느 날부터는 환자이긴 하지만 발을 매일 씻지 못 하고 자니 잠을 편하게 잘 수 없었던 모양이었습니다. 한번은 아내가 지나가는 말로 남편에게 어떤 의도를 갖고 한 이야기는 아니였는데 그런 불편함을 마치 아쉬운 바람처럼 편하게 이야기했습니다. 남편은 "그럼 그걸 진작에 이야기하지 그랬어" 하고 그때부터 아내 발을 씻겨주셨다는 이야기를 듣게 됐습니다.
그 당시 어머니께서 병원에 입원해 계셔서 그런 모습을 보다 보니 언제 그분과 휴게소에서 이야기를 하다가 그런 사연을 들었던 것입니다. 그런 모습을 보며 다소 이상한 것 같지만 저도 모르게 결혼을 하게 되면 아내에게 해 주고 싶은 세 가지 로망을 가지게 됐습니다. 그 중 하나가 간혹 한 번씩 그분이 해 준 것처럼 아내의 발을 씻겨주는 것입니다. 그렇게 하고 싶은 이유가 있었습니다. 그분의 그 모습을 보고 그 당시에 많은 생각을 하며 느낀 게 있었습니다. 일상의 평범한 한 부부의 모습이었지만 처음엔 깊이 생각하지 않았는데 그 일이 있은 후 제가 언젠가 교회에서 그 일화를 큐티 때 언급할 때가 있어서 느낀 바를 나누었습니다.
그 자리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성별을 넘어 진한 감동의 자리가 된 기억이 있습니다. 우리로 말하면 발 씻김 같은 것에 대한 묵상 같은 것입니다. 단순히 그 남편분의 아내 사랑 이야기에 감동한 게 아니고 우리가 일상 속에서 만약 남편이 됐든 아내가 됐든 누군가의 발을 씻겨준다는 것의 의미가 무엇인지였던 것입니다. 개종 후에 항상 성목요일 만찬미사 복음을 마주할 때마다 생각나는 게 바로 그 부부의 모습이었습니다. 그 당시 많은 생각을 하며 그때마다 떠오른 단상을 기록해둔 게 있었습니다. 기회가 되면 그 이야기를 한번 공유하겠습니다. 이제 성경 속 말씀으로 잠시 들어가보겠습니다.
예수님께서 만찬 전 세족례에서 하신 말씀으로 우리가 그처럼 남의 발을 씻겨주라고 하셨습니다. 그럼 왜 하필이면 발을 씻겨주라고 하셨을까 하는 것입니다. 여기에 대한 신학적인 배경 설명과 성경 속 의미에 대해서는 어떤 책을 통해 알고는 있지만 저는 그 의미보다는 다른 의미를 전하고 싶습니다. 물론 그 의미의 연장선상에서 같은 맥락이지만 색다르게 전달해드리고 싶습니다. 이건 그 설명에 대한 저의 개인적인 단상이 어우러진 묵상입니다. 바로 '겸손과 사랑' 하나로 정의를 내리고 싶습니다. 말이 필요 없습니다. 바로 누군가의 발을 씻겨준다는 의미 속에는 깊은 사랑이 녹아져 있어야만 할 수 있는 것입니다.
여기서 사랑은 남녀 사이에서 일어나는 이성적인 사랑이 아니고 인간 본연 안에 속 깊이 내재된 순수하고 아름다운 '인간애'와 같은 사랑입니다. 여기서 그럼 왜 겸손도 담고 있는가 하면 그렇게 하려면 먼저 자신의 몸이 상대방의 몸보다 낮은 위치에서 또 상체를 굽혀야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이 모습은 누군가에게 굴종하기 위해 숙이는 그런 모습이 아니라 진정 아끼는 마음이 사랑으로 포장된 것과 같은 의미를 담고 있는 것입니다. 그렇습니다. 예수님은 단순히 오늘 만찬미사복음에 나오는 그 말씀을 그냥 허투로 누군가의 발이나 한번 씻겨주고 말라는 그런 차원에서 하시려고 한 게 아니셨을 겁니다. 진정 그 말씀에는 어떤 의미가 숨어 있는가를 다시 한 번 더 묵상해봤으면 합니다. 바로 겸손과 사랑일 겁니다. 은혜로운 성목요일 만찬미사가 되시길 기도드립니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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