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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주님 수난 성금요일]
작성자박영희 쪽지 캡슐 작성일2025-04-18 조회수79 추천수4 반대(0) 신고

[주님 수난 성금요일] 요한 18,1-19,42 “나는 진리를 증언하려고 태어났으며, 진리를 증언하려고 세상에 왔다.“

 

 

 

 

오늘 우리는 주님께서 우리를 위해 수난을 당하시고 십자가에 못 박혀 돌아가셨음을 기념하는 “주님 수난 성금요일”을 지냅니다. 오늘 전례의 핵심은 주님께서 겪으신 고통과 시련, 그리고 희생과 죽음이 우리의 삶과 구원에 어떤 의미인지를 밝혀주는 ‘말씀의 전례’와 ‘십자가 경배’이지요. 매년 성 금요일을 기념하긴 하지만, 그리스도 신앙인들에게 ‘십자가’란 언제나 참으로 이해하기 어렵고 받아들이기는 더 어려운 숙제인 게 현실입니다. 살면서 되도록 “꽃길”만 걷고 싶은 게, 가능하면 고통이나 시련은 피하고 싶은 게 인간적인 바람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제대 뒤에 걸린 십자고상을 외면하지 않고 바라보는 것만으로 모자라, 제대 앞에 세운 십자고상에 깊은 절을 하며 그 의미를 묵상하라고까지 하니 너무나 부담스러워 피하고 싶어지는 겁니다.

 

물론 십자가 그 자체는 그저 하나의 물건일 뿐 경배의 대상이 아닙니다. 더구나 예수님 시대에 십자가는 극악무도한 대역죄인, 특히 로마에 반란을 일으킨 정치범들을 처형하는 사형도구였기에 그 존재만으로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패배의식과 절망감을 심어주는 재수 없는 물건이었지요. 그러나 예수 그리스도를 믿고 따르는 우리에게는 그 십자가가 기쁨과 희망의 상징이 됩니다. 우리 구세주이신 그리스도께서 십자가에 못 박혀 돌아가심으로써, 고통과 절망 뿐이던 십자가에 새로운 의미를 부여하셨기 때문입니다. 십자가에 못 박힌 주님께서 우리 죄를 씻어주시기 위해 보속의 피를 흘리심으로써, 우리가 죄의 속박에서 해방되어 하느님 나라에서 참된 행복을 누릴 기회가 활짝 열렸기 때문입니다. 또한 “친구들을 위하여 목숨을 내놓는 것보다 더 큰 사랑은 없다.”(요한 15,13)는 예수님의 말씀이 십자가에 못 박혀 돌아가신 그 모습 안에서 너무나 분명하고 확실하게 드러나기 때문입니다. 즉 예수님 덕분에 십자가는 사람을 죽이는 도구에서 사람을 살리는 도구로, 예수님의 사랑을 드러내는 가장 확실한 표징, 즉 ‘성사’로 변화된 겁니다.

 

예수님께서는 하고자 하셨다면 얼마든지 십자가의 길을 피하실 수 있었습니다. 그분의 능력을 생각하면 어려운 일도 아니었지요. 그러나 예수님은 차마 십자가를 외면하실 수 없었습니다. 그것이 당신 자신을 위한 길이 아니라 당신께서 너무나 사랑하시는 우리를 위한 길이었기 때문에, 의인에게 영광과 번영을 보장하기 위한 길이 아니라 의지할 데 하나 없는 불쌍한 죄인을 구하고 살리기 위한 길이었기에 ‘나 몰라라’하실 수 없었던 겁니다. 즉 주님은 사랑과 자비가 넘치시기에 자신의 안위와 행복만 생각하며 십자가의 길을 거부하는 이기적인 마음을 거부하신 것이지요. 또한 당장 고통스럽고 힘들어도 그 길을 따라가는 것이, 그리하여 모든 이를 죄에서 구원하는 것이 아버지 하느님의 뜻을 이루는 길이었기에 사랑에서 우러나온 순명으로 기꺼이 십자가를 끌어 안으셨습니다.

 

그렇게 사랑과 순명으로 십자가를 끌어 안으심으로써, 주님은 우리에게 구원의 ‘진리’를 알려주고자 하셨습니다. 우리가 신앙생활 하면서 깨우쳐야 할 구원의 진리는 어렵거나 복잡한 게 아닙니다. 하느님을 굳게 믿고 그분께 마음을 활짝 열면 누구나 분명하게 알 수 있는 진실이지요. 첫째, 하느님 아버지께서 우리를 너무나 사랑하시어 당신의 하나뿐인 외아들을 우리에게 내어주셨음을 아는 것입니다. 둘째, 아드님이신 예수 그리스도는 우리를 각자가 저지른 죄의 결과에 따라 심판하러 오신 게 아니라, 우리가 저지른 죄를 용서하고 구원하시어 우리 각자가 이 세상에 태어나는 순간 하느님 아버지와 맺었던 참된 사랑의 관계를 회복시켜 주시기 위해 오셨음을 믿는 것입니다. 셋째, 그런 앎과 믿음을 지닌 우리는 쉽고 편한 세상의 것들을 추구하지 말고,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신 그리스도의 뜻과 계명을 충실히 실천함으로써 ‘하느님 나라’에 들어가기 위해 노력해야 함을 항상 되새기는 것입니다. 그래야 우리를 위한 주님의 희생이 수포가 되지 않습니다. 주님을 다시 또 다시 십자가에 못 박는 슬픈 역사가 반복되지 않습니다. 

 

* 함 승수 신부님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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