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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양승국 신부님_저는 한때 제가 이미 죽었다고 생각했습니다!
작성자최원석 쪽지 캡슐 작성일2025-04-20 조회수64 추천수5 반대(0) 신고

 

 

또 다시 부활입니다. 유난히 길고도 우여곡절이 많았던 사순절이었습니다. 어려움 속에서 주님 자비와 은총 덕분에 화사한 봄이 또 찾아왔고, 오늘 우리는 또 이렇게 주님 부활이라는 큰 축제를 만끽하고 있습니다.

 

죽음을 이기시고 영광스럽게 부활하신 예수님께서 주시는 평화와 기쁨이 여러분들과 늘 함께 하시기를 기도합니다. 부활하신 예수님을 따라 우리 역시 매일의 삶 속에서 거룩하고 성숙한 작은 죽음을 이겨내면 좋겠습니다. 죽음을 건너 영생으로 건너가신 주님을 따라 우리 역시 매일 죽음에서 생명으로 건너가면 좋겠습니다.

 

오늘 저는 참으로 특별한 부활 체험을 하나 했습니다. 성주간과 부활절을 함께 지내기 위해 많은 피정객들이 오셨습니다. 당연히 너무나 바빴습니다. 성당으로 주방으로 오르락 내리락 하던 어느 순간이었습니다.

 

제일 꼭대기 수도원 앞에 꼬마 차를 주차해놓은 다음, 초스피드로 부활 성야 예식 때 사용할 초와 이런저런 준비물들을 챙겨놓고 밖으로 나갔는데, 세상에 아무리 찾아봐도 꼬마 차가 없는 것입니다.

 

귀신 곡할 노릇이라 이리저리 찾아보다가, 강풍에 슬슬 밀려 다행이 아무런 사고 없이 뒷유리만 완전 박살나고 찌그러진 차를 발견했습니다.

 

제작년에도 똑같은 상황에서 승합차 한 대를 해 먹었는데, 이걸 어쩌나 심각하게 고민을 했습니다. 그러다가 즉시 해결책이 떠올랐습니다. 우선 잔뜩 찌그러진 차체를 망치로 폈습니다. 그리고 남아있는 유리 조각들을 남김없이 제거했습니다. 그리고 두꺼운 투명 비닐을 대고 촘촘하게 볼트 너트를 박았습니다. 그랬더니, 완전 외제차가 따로 없었습니다.

 

완전히 탈바꿈한 꼬마 차를 바라보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한갓 인간인 저도 맛이 완전히 간 차를 폐차장으로 보내지 않고 어떻게서든 살려보려고 각고의 노력을 했는데, 하물며 사랑이신 하느님께서는 어떻게 하실 거냐는 것입니다.

 

부활하신 우리 주님은 바로 이런 분이십니다. 주님께서는 희망의 주님이요 자비의 주님이십니다. 우리는 끝났다고 좌절하는데, 그 끝에서 다시 시작하십니다. 사방이 꽉 막혀 있다고 울부짖고 있는 우리를 위해 주님께서는 슬그머니 문 하나를 열어주십니다.

 

오늘 오후 내내 저는 피정 오신 형제자매님들의 사연을 들었습니다. 겉으로는 편안해 보이고 의연해 보이지만, 다들 나름 깊은 상처, 어디다 말하기조차 힘든 사연들을 끌어안고 계십니다. 아마도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 모두가 다 그럴 것입니다.

 

우리 내면 안에서 이런 저런 이유로 죽음을 체험하게 됩니다. 저도 돌아보니 한때 고통이 얼마나 심각했던지, 상황이 얼마나 우울하던지, 그때 저는 제가 이미 죽었다고 생각했습니다. 희망이라고는 단1도 없는 숨 쉬고 있지만 죽은 상태라고 생각했었습니다.

 

바로 이런 우리를 위해 오늘 주님께서 부활하셨습니다. 오늘 우리에게 필요한 노력, 죽음과도 같은 삶을 살아가면서도 부단히 건너가기 위해 발버둥 치는 일입니다.

 

이 부활시기 정말이지 필요한 노력이 한 가지 있습니다. 부활하신 예수님을 우리 매일의 삶 안으로 들어오시게 하는 것입니다. 우리 안에 죽음을 이기고 영광스럽게 부활하신 예수님께서 생생하게 살아 숨 쉬게 하는 것입니다. 부활하신 주님의 현존을 내 안에 지속적으로 연장시키고 되풀이하는 것입니다. 매일 매순간 훌훌 털고 죽음에서 생명으로 파스카(넘어오는) 노력을 되풀이할 일입니다.

 

양승국 스테파노, 살레시오회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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