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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부활 팔일 축제 화요일]
작성자박영희 쪽지 캡슐 작성일2025-04-22 조회수56 추천수3 반대(0) 신고

[부활 팔일 축제 화요일] 요한 20,11-18 “내가 아직 아버지께 올라가지 않았으니 나를 더 이상 붙들지 마라.“

 

 

 

 

우리는 새로운 생명의 탄생을 기뻐하고 축하하지만, 10개월을 엄마 뱃 속에서만 지낸 아기의 입장에서 탄생은 아마도 두려움과 고통의 순간일 것입니다. 그동안은 따뜻하고 편안한 어머니 자궁에서 안전하게 보호받으며, 탯줄을 통해 전달되는 양분을 받아먹고 아무런 걱정 없이 지내왔는데, 갑자기 자기에게 ‘온 세상’이었던 그곳을 떠나 낯설고 불편한 곳으로 나아가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어머니 자궁이 아무리 편안하고 따뜻해도 언제까지나 그 안에 머무를 수는 없습니다. 임신기간이 필요 이상으로 길어지면 아기가 발달 장애와 같은 후유증을 겪거나, 심할 경우 목숨을 잃을 수도 있지요. 그러니 “oo야”라고 자기 태명을 부르는 부모님의 목소리를 따라 세상으로 나가야 합니다. 그렇게 비좁은 나만의 세상에서 함께 살아가는 우리의 세상으로, 불편하고 힘들지만 그만큼 더 큰 가능성과 보람이 있는 넓은 세상으로 나아가는 것을 우리는 ‘탄생’이라고 부릅니다.

 

오늘 복음은 스승이신 예수님을 향한 유아기적 사랑에 머물러 있었던 마리아가, 그분의 부르심을 듣고 믿음의 눈이 열려 새로운 존재로 다시 태어나게 된 이야기입니다. 마리아는 다른 어떤 제자들보다 깊이 예수님을 사랑했습니다. 그러나 그녀의 사랑은 눈으로 보고 귀로 목소리를 들으며 손으로 만지는 물질적이고 세속적인 차원에 머물러 있었습니다. 그랬기에 자신이 그토록 사랑하던 예수님을 더 이상 볼 수도 듣거나 만질 수도 없는 철저한 부재상황을 견디지 못합니다. 그래서 그분의 시신이라도 한 번 더 봐야겠다는 생각에 예수님의 무덤으로 달려갔지만, 그분의 무덤은 텅 비어 있었습니다. 이에 큰 충격과 상실감에 빠진 마리아는 어찌할 바를 모르고 펑펑 울고 있었지요. 그런 그녀의 앞에 그토록 그리던 예수님께서 나타나셨는데, 그녀는 그분이 예수님이신줄을 알아보지 못합니다. 돌아가신 분이 멀쩡히 서 계실 리가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예수님을 향한 그녀의 믿음과 사랑이 아직 아기의 수준에 머물러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에 예수님은 따뜻하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그녀의 이름을 불러주셨고, 그러자 마리아는 눈이 열려 예수님을 알아보게 되지요.

 

그러나 슬픔과 괴로움에 가려졌던 눈이 잠시 열린 것일 뿐, 아직 그녀는 예전 상태에 머물러 있었습니다. 그래서 자기도 모르게 예수님의 몸을 붙들지요. 사랑하는 이를 눈으로 보고 손으로 만져야만 안심이 되는 아기와 같은 모습이었던 겁니다. 이에 예수님은 그녀에게 분명히 말씀하십니다. “내가 아직 아버지께 올라가지 않았으니 나를 더 이상 붙들지 마라.” 부활하신 주님은 이제 물질적인 제약과 한계에서 벗어나 언제 어디서 어떤 식으로든 당신 제자들과 함께 계실 수 있게 되었으니, 그분을 붙들고 구속하려는 마음을 버리라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제 부활하신 주님께 걸맞는, 그리고 그분의 뜻과 가르침을 세상에 전해야 할 사도라는 직무에 걸맞는 더 높은 차원의 믿음과 사랑으로 나아가라는 것입니다. 그래야만 예수님과 나 사이가 ‘스승과 제자’라는 경직되고 멀리 떨어진 상태에 머무르지 않고, 하느님께서 주신 생명을 함께 나누는 ‘형제’사이로 발전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형제이신 예수 그리스도를 통하여 하느님과 ‘부모-자식’이라는 새롭고 완전한 관계를 맺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즉 주님께 대한 성숙된 믿음을 통해 하느님의 자녀라는 새로운 존재로 다시 태어나는 것이지요. 그렇게 새로 태어난 이들은 더 이상 부질 없는 세상 것들에 연연하지 않습니다. 하느님께서 나에게 바라시는 뜻을 최우선으로 여기고 따르며 그 안에서 참된 행복을 찾아갑니다. 그것이 주님의 부활이 갖는 진정한 의미입니다. 

 

* 함 승수 신부님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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