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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부활 팔일 축제 수요일]
작성자박영희 쪽지 캡슐 작성일2025-04-23 조회수51 추천수5 반대(0) 신고

[부활 팔일 축제 수요일] 루카 24,13-35 “길에서 우리에게 말씀하실 때나 성경을 풀이해 주실 때 속에서 우리 마음이 타오르지 않았던가!”

 

 

 

 

오늘 복음에 등장하는 두 제자는 예수님께서 특별히 선발하시어 함께 지내시며 가르치신 열 두 명의 핵심 제자단에는 들지 못했지만, 예수님을 따르는 무리들 사이에서 꽤나 큰 역할을 했던 이들입니다. 예수님의 말씀과 가르침에 감화된 그들은 그분께서 선포하신 하느님 나라가 어서 오기를 간절히 희망하며 그분을 도왔지요. 특히 예수님께서 본격적인 순회활동을 시작하시기 전, 당신께서 방문하실 고을들에 미리 파견하시어 복음선포를 위한 준비작업을 하게 하셨던 일흔 두 명의 제자단에는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그만큼 적극적으로 예수님을 따르던 그들이 고향인 엠마오를 향해 터덜터덜 걸어가고 있었습니다. 예수님을 따르던 첫 순간만 해도 그런 식으로 큰 ‘실패’를 겪은 뒤 ‘낙향’하는 초라한 신세가 되리라고는 절대 생각하지 않았지요. 예수님을 통해 이 땅에 ‘하느님 나라’가 실현되면, 자신들은 그 나라를 세운 ‘일등공신’으로써 큰 부와 명예를 누리며 ‘금의환향’ 하리라고 기대했을 겁니다. 그러나 예수님께서 반대자들의 손에 붙잡혀 죽임을 당하심으로써 그들이 그리던 꿈은 산산조각 나버렸고, 이에 크게 실망한 그들은 더 이상 예루살렘에 머무를 이유나 의미를 찾지 못하고 고향 땅으로 돌아가 살기로 합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 부활하신 예수님께서 나타나시어 그들과 함께 걸으십니다. 그러나 그들은 ‘눈이 가리어 그분을 알아보지 못하’지요. 이는 예수님의 부활사화에서 자주 드러나는 장면입니다. 예수님께서 일부러 모습을 감추시거나 엉뚱한 사람의 모습으로 나타나셔서 그분을 알아보지 못한 게 아니라, 정신적 혹은 영적인 어떤 요소가 그들의 마음에 작용하여 자기들 눈으로 분명히 본 것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게 만든 겁니다. 그렇다면 구체적으로 어떤 요소가 그들로하여금 예수님을 알아보지 못하게 방해했을까요? 그것은 바로 잘못된 선입견입니다. 오랜 세월동안 간절히 바라던 ‘메시아’가 오시면, 강력한 카리스마와 지도력으로 자기들을 억압하고 착취하는 이방민족들을 몰아내고 이스라엘을 해방과 번영으로 이끌어 주시리라 기대했던 겁니다. 즉 그들이 바라던 ‘메시아상’은 강한 힘을 지닌 정치적 군주였던 것이지요. 그랬기에 이스라엘 백성들이 지은 죄를 대신 속죄하시기 위해 당신 자신을 희생하시는 예수님의 모습을 받아들일 수 없었습니다. 그분이 참된 그리스도가 맞다면 그렇게 무력하게 돌아가시면 안되었습니다. 상황 탓, 조건 탓을 하고 있지만, 결국은 자기들 스스로가 예수님이 그리스도이심을 부정하는 모습입니다.

 

말로는 ‘주님 주님’ 하면서 예수님을 통해 자기들이 원하는 걸 이룰 생각만 하면 그분의 참모습을 알아볼 수 없는 법입니다. 주님께서 나에게 무엇을 원하시는지 그 뜻과 의도를 알고 받아들여야, 언제 어디서 어떤 식으로 그분을 만나더라도 그분께서 주님이심을 알아볼 수 있지요. 결국 내 눈을 가려 주님을 알아보지 못하게 하고, 그분과 나 사이를 멀어지게 만드는 건 내 욕망과 편견입니다. 반대로 주님을 알아보게 하고 그분과 나 사이를 가깝게 만드는 건 그분을 향한 참된 믿음입니다. 사람은 눈에 보이는대로 보는 게 아니라, 보고 싶은대로 보기 때문입니다. 엠마오로 가던 두 제자는 다행히 예수님께서 가르쳐주신 성경 말씀을 귀기울여 들으며 조금씩 마음의 문이 열렸습니다. 주님께서 자기들에게 바라시는 게 무엇일지를 생각하기 시작했고, 본인도 모르는 사이 그분을 자기 집에 모셨습니다. 그 결과 자기들과 함께 계시던 그분이 주님이었음을 뒤늦게나마 깨닫게 되었지요. 언제나 나와 함께 계시는 주님을 알아보고 만나려면 그들처럼 해야 합니다. 성경 말씀을 귀기울여 들음으로써 주님께 마음의 문을 열고, 그분을 내 삶 안에 모시며 그분 뜻을 따라야 합니다. 그러면 그분과 함께 누리는 참된 기쁨과 행복으로 내 마음이 뜨거워질 겁니다. 

 

* 함 승수 신부님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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