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부활 팔일 축제 목요일]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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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박영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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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2025-04-24 | 조회수54 | 추천수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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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활 팔일 축제 목요일] 루카 24,35-48 “죄의 용서를 위한 회개가 그의 이름으로 모든 민족들에게 선포되어야 한다. 너희는 이 일의 증인이다.”
오늘 복음은 부활하신 예수님께서 당신이 돌아가시고 난 뒤 두려움에 떨며 숨어지내던 제자들에게 나타나시는 장면입니다. 언제 어떻게 들어오셨는지도 모르게 어느 순간 갑자기 제자들 한 가운데에 서시어 “평화가 너희와 함께!”라며 큰 소리로 외치시니, 제자들 입장에서는 놀라 자빠질만한 상황입니다. 지금 자기들이 뭘 보고 있는지 실감도 안나고, 예수님은 분명 돌아가셨는데 그런 분이 어떻게 자기들 가운데에 서 계시는지 이해도 안되었지요. 그러니 자연스레 예수님의 유령이 나타났다고, 그분을 배신하고 도망친 자신들에게 한이 맺혀 복수하러 오신 거라고 생각하게 된 겁니다. 무섭고 두려워 어쩔 줄 모르고 우왕좌왕하던 그들에게 예수님은 당신의 손과 발을 보여주십니다. 이는 제자들에게 두 가지 사실을 깨닫게 하시기 위함입니다. 첫째, 유령은 분명한 형체가 없이 손끝 발끝 같은 부분이 흐릿하게 보이지만, 당신의 손과 발은 분명하게 알아볼 수 있으니 그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유령이 아니라는 것. 둘째, 십자가에 못 박히실 때 큰 대못으로 뚫린 상처를 고스란히 간직하고 계시니, 십자가에 못 박혀 돌아가신 그 예수님이 다시 살아나신 게 맞다는 것.
제자들 입장에서는 그런 상황이 갑작스럽고 당황스럽겠지만, 예수님은 생전에 세 차례에 걸쳐 분명히 말씀하셨습니다. 당신이 반대자들의 손에 붙잡혀 수난을 겪고 죽임을 당하겠지만, 사흘만에 반드시 부활하리라는 것을... 단지 그 때에는 제자들의 마음이 욕망과 편견에 사로잡혀 있어 그 말씀이 무슨 뜻인지를 제대로 알아듣지 못했을 뿐이지요. 아니 보다 정확히 말하면 자기들이 예수님께 기대하고 바란 것과 다른 내용은 제대로 들으려고도 분명히 알려고도 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주님이 부활하시리라는 걸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고, 자기들 눈으로 주님을 분명히 보고 있으면서도 그분이 정말 부활하신 게 맞는지, 혹시 자기들이 단체로 환각을 보고 있는 건 아닌지 의구심을 품습니다. 이에 예수님은 그들 앞에서 구운 생선 한 토막을 드십니다. 당신이 제자들과 함께 먹고 마시며 친교를 나누었던 그 주님이심을 드러내시기 위함입니다. 당신이 그저 영혼 뿐인 불완전한 상태로 그들 앞에 나타나신 게 아니라, 육체와 영혼을 모두 지닌 온전한 상태 그러면서도 물질적인 조건들에 제약을 받지 않는 완전히 새롭고 자유로운 상태가 되셨음을 보여주시기 위함입니다. 그것이 바로 가톨릭 교회가 가르치는 진정한 부활의 모습이지요.
그렇게 제자들은 점점 주님께서 부활하셨음을 인정하고 받아들이게 되었지만, 그들의 믿음은 아직 충분히 무르익지 않았습니다. 이에 예수님은 그들의 마음을 여시어 성경 말씀을 깨닫게 해 주십니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주님께서 제자들의 마음을 열어주셨다’는 것입니다. 우리는 보통 내가 마음을 열고 생각을 바꾸어야 어떤 새로운 사실을 받아들일 수 있다고 여기지요. 그러나 내 마음을 열고 생각을 바꾸는 건 나 자신이 아니라 주님이십니다. 그렇기에 주님을 믿고 받아들이며 따르는 신앙생활이 우리에게는 주님 앞에서 생색내며 대가를 요구할 공로가 아니라, 오히려 황송한 마음으로 감사하며 받아야 할 소중한 ‘은총’인 겁니다. 그러나 신앙도 주님의 은총이라고 해서 우리는 아무 것도 하지 않고 가만히 있으면 알아서 구원이 이루어지는게 아닙니다. 우리에게도 반드시 해야 할 일이 있는데, 그건 바로 우리의 시선과 마음이 하느님을 향하는 것입니다. 우리는 그것을 ‘회개’라고 부르지요. 우리가 진정한 회개를 통해 시선과 마음으로 하느님을 바라보고 있어야 그분께서 베풀어주시는 은총과 복을 놓치지 않고 내 안에 잘 받아들이고 누릴 수 있습니다. 부활하신 주님께서 회개의 메시지를 선포하시는 건 그런 이유 때문입니다.
* 함 승수 신부님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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