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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부활 팔일 축제 토요일
작성자조재형 쪽지 캡슐 작성일2025-04-25 조회수89 추천수3 반대(0)

2024123일입니다. 저는 당시 시노드 회의에 참석하고 있었습니다. 시노드에 참석한 신부님들이 제게 한국의 비상계엄을 이야기해 주었습니다. 뉴스를 검색하니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하였습니다. 국회는 비상계엄 해제를 결의하였고, 비상계엄은 선포한 지 5시간이 안 되어서 해제되었습니다. 국회는 대통령의 비상계엄이 위헌, 위법한 행위였다고 판단하였습니다. 국회는 대통령의 탄핵을 결의하였고, 대통령의 직무가 정지되었습니다. 그렇게 직무가 정지된 대통령은 44일 헌법재판소의 선고로 대통령직에서 파면되었습니다. 행정부의 수반으로서, 군의 통수권자로서, 경제와 외교를 책임지는 대통령일지라도 위헌하고, 위법한 행동을 하면 그 직무가 정지되고, 파면될 수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우리는 이 사건을 통해 분명히 깨달아야 합니다. 아무리 높은 자리, 아무리 큰 권력을 가진 사람이라도 하느님의 정의와 국민의 양심을 거슬러선 안 된다는 것입니다. 이건 고대 그리스인들이 말한 히브리스(hybris)’, 곧 신을 넘보는 인간의 오만과도 닮았습니다. 그 결과는 항상 네메시스, 곧 파멸로 이어졌습니다. 로마의 네로 황제도 쾌락과 권력에 취해 사람을 죽이고, 도시를 불태우고, 그 죄를 그리스도인에게 뒤집어씌웠습니다. 하지만 그가 그렇게 무너졌지만, 베드로와 바오로 사도의 진리는 살아남았습니다. 플라톤은 국가에서 말했습니다. “정의를 잃은 도시는 결국 무너진다.” 그게 민주주의든, 제국이든, 교회든 마찬가지입니다. 정의가 없는 곳엔 부활의 기쁨도, 하느님의 나라에도 이를 수 없습니다. 몽테스키외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권력은 권력으로만 제어된다.” 누구나 선할 수는 없어서, 견제와 균형, 그리고 헌법적 가치가 필요하다는 겁니다.

 

욕심과 욕망을 내려놓으면 거짓이라는 덫에 걸릴 일도 없습니다. 욕심과 욕망을 내려놓으면 앞에 놓인 진실을 너무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우리를 하느님과 멀어지게 하는 커다란 걸림돌 또한 욕심과 욕망입니다. 그래서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에게 거듭 말씀하셨습니다. ‘첫째가 되고자 하는 자는 꼴찌가 되어야 한다. 나를 따르려는 사람은 자기의 십자가를 지고 따라야 한다. 사람의 아들은 반드시 고난과 죽음을 겪어야 한다. 사람의 아들은 섬김을 받을 자격이 있지만 섬기려고 왔다.’ 그렇습니다. 욕심과 욕망에 빠지면 꽃은 보지만 땅속에 있는 뿌리를 보지 못합니다. 욕심과 욕망에 빠지면 십자가 없는 부활을 생각하게 됩니다. 그러나 욕심과 욕망을 버리면 십자가는 부활을 향해 가는 이정표가 됩니다. 우리가 욕심과 욕망으로 세상을 바라본다면 부활하신 주님께서는 또다시 십자가를 지고 골고타 언덕을 오르셔야 할 것입니다. 우리는 베드로 사도가 그랬던 것처럼 또다시 주님 어디로 가시나이까?’라고 물어야 합니다.

 

우리는 더 나아가 성령의 견제를 받아야 합니다. 하느님의 뜻 앞에 서 있는가? 내 욕망을 따르고 있는가? 이 질문이 우리 양심의 중심에 있어야 합니다. 사도행전에서 베드로 사도가 담대히 말합니다. “하느님의 말씀을 듣는 것보다 여러분의 말을 듣는 것이 하느님 앞에 옳은 일인지 여러분 스스로 판단하십시오. 우리는 보고 들은 것을 말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 말은 부활 신앙의 핵심입니다. 진리를 말하지 않고 침묵하는 것, 불의를 보고도 외면하는 것, 그것은 주님의 부활을 헛되게 만드는 일입니다. 우리는 보고 들은 것을, 느끼고 믿은 것을 말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진리를 외면하는 권력은 무너지고, 진리를 증언하는 사람은 하느님의 나라에 들어갑니다. 이제는 우리가 부활의 증인으로 살아갈 차례입니다. “예수님께서는 이어서 그들에게 이르셨다. 너희는 온 세상에 가서 모든 피조물에 복음을 선포하여라.”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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