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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이수철 프란치스코신부님-“와서 아침을 먹어라.” 부활하신 주님의 사랑의
작성자선우경 쪽지 캡슐 작성일2025-04-25 조회수35 추천수4 반대(0) 신고

2025.4.25.부활 팔일 축제 금요일                                                             

 

사도4,1-12 요한21,1-14

 

 

“와서 아침을 먹어라.”

부활하신 주님의 사랑의 초대

 

 

“이 날은 주께서 마련하신 날,

 이 날을 기뻐하자, 춤들을 추자.”(시편118,24)

 

잠시 옛 현자의 지혜를 나눔으로 강론을 시작합니다.

“세월의 더께가 쌓인 나이테는 어떤 재주로도 흉내낼 수 없다. 사람들은 그의 성과에 감탄하지만 그의 노력은 따라 하지 않는다.”<다산>

“중간에 그만두지 않으면 쇠와 돌에도 무늬를 새길 수 있다.”<순자>

 

삶에도 항구하고 한결같아야 함을 배웁니다. 나무들에는 필시 나이테가 있기 마련입니다. 하루하루 삶과 더불어 이뤄지는 내 삶의 나이테, 내 영혼의 나이테입니다. 과연 내 삶의 나이테는, 내 영혼의 나이테는 어떤 상태일런지요? 살아 있는 그날까지 계속될 나이테입니다.

 

새삼 2025.4.21일 ‘주님 부활 대축일’ 다음날 88세로 선종하신 프란치스코 교황과, ‘천주의 성모 마리아 대축일’ 전날 2022.12.31. 95세로 선종하신 베네딕도 교황이 생각납니다. 베네딕도 교황은 사임하신후 ‘교회의 어머니 수도원’에서 10년 동안 조용히 지내다가, 프란치스코 교황은 재위 12년동안 끝까지 사명을 수행하시다가 선종하셨으며 두분 다 아름답고 깊은 성인다운 삶을 사셨습니다. 두분의 삶의 나이테, 영혼의 나이테도 참 독특하고 깊고 아름다우셨을 것입니다. 

 

오늘 요한복음의 부록과 같은 부활하신 주님의 세 번째 발현을 소개하는 내용은 상징하는 바 아주 풍부합니다. 한폭의 살아 있는 그림처럼 깊고 아름답습니다. 장소는 주님의 제자들이 되기 전 그들의 고기잡이 일터였던 티베리아 호수입니다. 아마도 제자들은 주님의 십자가의 죽음후에 실의에 빠진 듯 합니다. 

 

일곱의 제자공동체인데 일곱 숫자는 충만함을 상징합니다. 바로 이 제자들 공동체에 부활하신 주님께서 발현하신 것입니다. 이 또한 우리를 찾아 오시는 파스카 예수님의 지극한 사랑을 상징합니다. 오늘 복음과 독서의 주인공은 수제자이자 초대 교황인 베드로이며 그의 활약이 두드러지게 드러납니다.

 

“나는 고기 잡으로 가네.”

수제자였던 시몬 베드로가 말하자 남은 동료들도 호응합니다.

“우리도 함께 가겠소.”

 

그들은 배를 탔지만 그날 밤에는 아무것도 잡지 못했다 합니다. 제자들의 마음은 칠흑같은 밤처럼 허무와 무의미의 어둠으로 가득했을 것입니다. 주일미사후 낮기도 대신 바치는 시편 다음 대목이 연상됩니다.

 

“주께서 집을 아니 지어 주시면, 

 그 짓는 자들 수고가 헛되리로다.

 주께서 도성을 아니 지켜 주시면, 

 그 지키는 자들 파수가 헛되리로다.

 이른 새벽 일어나 자리에 드는 것도, 

 수고의 빵을 먹는 것도 너희에게 헛되리니,

 주님은 사랑하시는 자에게, 

 그 잘 때에 은혜를 베푸심이로다.”(시편127,1-2)

 

주님 사랑의 은혜가, 은총이 있어야 걷히는 허무와 무의미의 어둠입니다. 이어지는 다음 장면의 묘사가 참 신비롭고 아름답습니다. 제자들의 배경에는 동터오는 희망의 태양처럼 부활하신 주님께서 물끄러미 제자들을 바라보고 계셨지만 제자들은 예수님을 알아 보지 못했습니다. 우리 모두 깨달을 바, 절망의 그 삶의 자리 뒤편에 동터오는 희망의 태양이신 주님이 계시다는 사실입니다! 분명 부활하신 주님은 제자들의 허무 가득한 어둔 내면을 환히 들여다보고 계셨을 것입니다.

 

“얘들아, 무얼 좀 잡았느냐?”

“그물을 배 오른쪽에 던져라. 그러면 고기가 잡힐 것이다.”

 

주님 친히 주도권을 잡으시고 다정히 접근하시며 말씀하십니다. 자나깨나 노심초사 당신 제자들을 챙기시는 자비하신 주님의 면모가 약여합니다. 성 베네딕도회 오틸리엔 연합회 신임 총재 아빠스 하비에르 아파르시오의 좌우명 시편도 생각납니다. “주님, 당신은 나를 샅샅이 보고 계시나이다.” 바로 부활하신 주님이 그러하십니다.

 

주님의 말씀에 순종하여 제자들이 그물을 던졌더니 고기가 너무 많아 그물을 끌어 올릴 수가 없었다 합니다. 전광석화, 바로 그 순간 주님의 사랑을 받던 애제자는 즉시, “주님이십니다!” 고백했고, 수제자 베드로는 주님이라는 말을 듣자 겉옷을 두른 채 호수로 뛰어듭니다. 부활하신 주님과의 감격적이요 충격적 사랑의 만남입니다. 여기 함께 했던 제자들 역시 잊지 못할, 영원히 기억될 주님 사랑의 체험이 되었을 것입니다. 

 

수제자 시몬 베드로가 배에 올라 그물을 뭍으로 끌어 올렸고, 그 안에는 무려 큰 고기가 153마리나 가득 들어 있었으며, 고기가 그토록 많은데도 그물이 찢어지지 않았다 합니다. 역시 153마리 숫자는 일곱제자의 입곱 숫자처럼 충만함을 상징합니다. 부활하신 주님을 삶의 중심에 모실 때 충만한 삶이요, 결코 찢어짐의 분열이 없는 견고한 일치의 교회공동체임을 상징하는 장면입니다.

 

“와서 아침을 먹어라.”

 

오늘 발현사화의 절정으로, 아침 식사에 제자들을 초대하신 부활하신 주님은 제자들에게 빵과 함께 고기를 주시니 그대로 공동체의 아침 미사를 연상케 하는 은혜로운 장면입니다. 아침 미사나 식사때 마다 “와서 아침을 먹어라.”하신 주님의 다정하고 사랑에 넘친 이 말씀을 늘 상기하시기 바랍니다. 

 

오늘 사도행전은 수제자 베드로의 대활약을 보여줍니다. 담대하기가 예전의 베드로가 아닙니다. 오늘 복음에서 그물이 찢어질 정도의 물고기를 잡았던 상징적인 장면이 그대로 실현되어 사도들의 말을 듣고 믿게 된 이들이 무려 장정만도 그 수가 오천명이 되었다 합니다. 최고의회에서 백성의 지도자들과 원로들 앞에서 성령에 가득 차 증언하는 베드로의 모습이 감동적입니다. 

 

“여러분이 십자가에 못 박았지만, 하느님께서 죽은 이들 가운데에서 다시 일으키신 이 예수님께서는 ‘집짓는 자들에게 버림을 받았지만, 모퉁이의 머릿돌이 되신 분’이십니다. 이분 말고는 다른 누구에게도 구원이 없습니다. 사실 사람들에게 주어진 이름 가운데에서 우리가 구원받는 데에 필요한 이름은 하늘 아래 이 이름밖에 없습니다.”

 

베드로는 물론 사도들에게, 특히 성 프란치스코를 닮았던 얼마전 선종하신 프란치스코 교황에게 영원한 화두는 ‘예수’였음을 봅니다. 프란치스코 성인은 평생 “마음에도, 입에도, 귀에도, 눈에도, 손에도, 다른 지체에도 늘 예수님을 품고 모시고 다녔다”<1첼라노,115> 합니다. 날마다 주님의 이 거룩한 미사은총이 우리 모두 예수님을 닮아가는 ‘예닮의 여정’에 결정적 도움을 주십니다. 오늘 하루도 숨쉴 때 마다 “마라나타; 오소서, 주 예수님!”(요한묵22,20) 말마디를 호흡에 맞춰 기도로 바치시기 바랍니다.

 

“주님께 감사하라, 그 좋으신 분을.

 영원도 하시어라, 그 사랑이여.”(시편118,29). 아멘.

 

 

성 베네딕도회 요셉수도원 

이수철 프란치스코신부님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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