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활 팔일 축제 금요일 "예수님께서 사랑하신 그 제자가 베드로에게 “주님이십니다.” 하고 말하였다. 주님이시라는 말을 듣자, 옷을 벗고 있던 베드로는 겉옷을 두르고 호수로 뛰어들었다." (요한 21.7)
베드로가 겉옷을 두르고 호수로 뛰어진 장면에 머뭅니다. 그 모습은 단순한 행동이 아니라 거의 존재 전체가 반응한 순간이었고, 이건 사랑이 움직이는 방식이었습니다. 마치 어린아이가 엄마를 발견하자마자 품에 안기기 위해 달려가는 것처럼.. 이토록 그리워하고 사랑하는 주님을 왜 바로 알아보지 못했을까 그의 마음에 머물러 봅니다. 베드로는 예수님에 대한 깊은 애정을 가진 사람이었지만 한편으론 상처가 아직 생생했던 사람이었습니다. 세 번이나 예수님을 부인했던 기억은, 여전히 그의 마음을 짓누르고 있었겠지요. 주님을 보고 싶어 하는 마음은 간절했지만, "정말 그분이 살아나신 걸까?" "나 같은 사람이 다시 받아들여질 수 있을까?" 이런 자기 의심과 두려움이 눈을 흐리게 했을지도 모릅니다. 즉시 알아차리지는 못했어도 "주님이십니다" 한 마디에 즉시 호수로 뛰어드는 베드로의 모습에서, 그동안 베드로가 애써 덮어두었던 감정, 그 밤 횃불 앞에서 마주친 눈빛, 말하지 못했던 후회, 다시 말 걸고 싶었던 간절함이 느껴집니다. 그래서 생각이 아니라 몸이 먼저 반응했고, 그건 순종이라기보다는, 사랑이 향하는 쪽으로 몸이 먼저 달려간 순간이었습니다. 이 장면은 지금 나에게 말을 건넵니다. "주님의 현존을 알아차릴 준비가 되어 있니?" " 누군가의 말 한마디에, 다시 사랑 쪽으로 달려갈 수 있니?" 과거의 베드로처럼 외면할 수도 있고 오늘의 베드로처럼 뛰어들 수도 있고 그러나 우리가 어떤 모습이든, 결국 그 길은 주님께 향해 있습니다. 
주님, 제가 주님의 현존을 알아차릴 수 있는 눈을 갖게 하시고, 사랑이 부르는 쪽으로 주저 없이 달려가게 하소서.
아 멘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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