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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성 필립보와 성 야고보 사도 축일
작성자조재형 쪽지 캡슐 작성일2025-05-02 조회수111 추천수6 반대(0)

오늘은 필립보와 야고보 사도 축일입니다. 예수님을 따라 살고, 복음을 위해 생명을 바친 사도들을 기억하는 날입니다. 사도는 처음부터 사도가 아니었습니다. 어설프고, 이해도 부족하고, 때론 두려워 도망쳤던 사람들입니다. 그런데 그들이 어떻게 사도가 되었을까요? 그건 바로 복음을 만났기 때문입니다. “복음이란 무엇입니까?” 우리는 자주 복음을 전합시다’, ‘복음적으로 삽시다라고 말하지만, 정작 그 복음이 무엇인지에 대해 묵상하는 시간은 많지 않습니다. 복음(εαγγέλιον, good news)은 단순히 착하게 살라는 말씀이 아닙니다. 복음은 "하느님의 나라가 가까이 왔다. 회개하고 복음을 믿어라."라는 예수님의 첫 번째 선포입니다. 하느님의 나라는 억눌린 자가 자유를 얻고, 원수가 형제가 되며, 상처가 치유되고, 죽음이 생명으로 바뀌는 나라입니다. 복음은 바로 그 나라가 지금 여기에서, 나의 삶 안에서 시작된다는 선포입니다. 그리고 회개는 그 복음을 믿고 내 삶의 방향을 바꾸는 것입니다.

 

며칠 전 선배 신부님께 들은 한 어르신 이야기가 생각납니다. 동네에 사납고, 잘 다투기로 유명한 어르신이 있었다고 합니다. 어르신은 신부님에게서도 꼬투리를 잡으려고 성당을 찾아와서 강론을 들었다고 합니다. 어르신은 강론을 들으면서 신부님의 인품에 반하였고, 세례를 받아 신앙인이 되었습니다. 어르신은 미사를 마치고 나오면 안수를 청했습니다. 그러면 며칠 보이지 않았습니다. 신부님은 궁금해서 어르신에게 물었습니다. ‘안수를 받으시면 어째 며칠 보이지 않습니까?’ 그러자 어르신은 제가 살면서 잘못한 일이 많았습니다. 제가 잘못한 사람을 찾아가서 용서를 청하였습니다. 제게 잘못한 사람은 기꺼이 용서하였습니다.’ 신부님은 어르신의 이야기를 듣고 부끄러웠습니다. 강론 중에 용서를 이야기하면서도 신부님은 정작 용서하는 데 인색했습니다. 어느 날 어르신은 미사가 끝났는데 안수를 청하지 않고 사무실로 갔습니다. 신부님은 궁금해서 물었습니다. ‘오늘은 어째 그냥 가시나요?’ 어르신은 대답했습니다. ‘제가 그동안 잘못했던 사람은 모두 찾아가서 용서받았습니다. 이제 그동안 밀린 교무금을 내려고 왔습니다.’ 어르신의 환한 웃음을 기억하며 사제관으로 왔는데 경찰에서 전화가 왔습니다. 병원 응급실인데, 어르신의 목에 스카플라가 있는데, 그 뒤에 신부님의 이름과 전화번호가 있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내게 무슨 일이 생기면 신부님에게 연락하라.’라는 글이 있었다고 합니다. 신부님은 병원에 가서 어르신을 위해 병자성사를 드렸고, 어르신은 하느님의 품으로 갔습니다. 신부님은 한편으로 놀랐고, 한편으로 부러웠다고 합니다. 사제로 살면서 늘 죽음을 이야기했지만, 정작 신부님은 죽음을 준비하는 데 인색했기 때문입니다.

 

복음을 믿는 사람은 삶이 달라집니다이 어르신은 사도가 아니었지만, 복음을 듣고 믿고, 그 믿음을 따라 살았기 때문에 진짜 사도처럼 살아가신 분입니다. 우리는 종종 복음은 멀리 있는 거로 생각합니다. 사도의 삶은 특별한 사람들만의 이야기라고 여깁니다. 하지만 복음은 먼 하늘에 있는 것이 아니라 내 안에, 내 일상에, 내 관계 속에 있는 것입니다. 그 어르신처럼, 복음을 믿고 용서를 구하고, 용서하며, 끝까지 하느님께 자신을 맡기는 삶이 바로 사도적인 삶 아닐까요? 오늘 필립보와 야고보 사도를 기억하면서, 우리도 묻습니다. 나는 복음을 진심으로 믿고 있는가? 나는 내 삶에서 복음의 기쁨을 살아내고 있는가? 나는 지금 누군가에게 용서를 구해야 할 사람은 아닌가? 오늘이 내 생의 마지막 날이라면, 나는 평화롭게 하느님께 나아갈 수 있을까? 복음은 삶을 바꾸는 힘입니다. 그리고 그 복음을 살아가는 사람이 곧 오늘의 사도입니다. 오늘 하루, 우리가 모두 복음을 믿고, 복음을 살아내는 사도가 되면 좋겠습니다. “주님, 이 성체를 받아 모신 저희 마음을 깨끗하게 하시어 저희도 필립보와 야고보 사도와 함께 성자를 통하여 주님을 뵈옵고 영원한 생명을 누리게 하소서.”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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