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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양승국 신부님_ 손수 따뜻한 아침 밥상을 차려주시는 주님!
작성자최원석 쪽지 캡슐 작성일2025-05-04 조회수72 추천수4 반대(0) 신고

 

낚싯대를 드리우고 앉아 있다 보면 꼭 그런 사람 있습니다. 제발 그냥 좀 지나가 주면 좋겠는데, 물어봅니다. “뭐 좀 잡히나요?” 어떤 분은 더 사람을 난감하게 만듭니다. 잡은 고기를 가둬놓은 망까지 꺼내 쳐다봅니다. 큰 놈으로 몇 마리 건진 날은 어깨가 으쓱하지만, 피라미 새끼 한 마리 못 건진 날은 창피하기도 하고, 그러는 사람들 보면 은근히 화까지 납니다.

제자들 심정도 마찬가지였을 것입니다. 밤새 티베리아스 호수 여기저기를 다니면서 백방으로 노력해봤지만 단 한 마리 못 잡았습니다. 말을 건넬 힘도 없어 다들 묵묵히 먼 산만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그런 제자들을 향해 저 멀리서 누군가 손나팔을 모아 외칩니다. “애들아, 무얼 좀 잡았느냐?” 제자들 심기는 더 불편해졌겠지요. 그러나 제자들은 불편한 심기를 애써 억누르며 대답합니다. “못 잡았습니다”

그러자 예수님께서 포인트를 딱 잡아주시면서 조언을 건네십니다. “그물을 배 오른쪽에 던져라. 그러면 고기가 잡힐 것이다.” 그분의 말씀에 제자들은 속으로 코웃음을 쳤을 것입니다. ‘저 사람이 지금 누굴 놀리나? 우리는 이 바닥에서만 경력이 30년인 전문직 어부들이야! 누가 누구를 가르치고 있어 정말!’ 그러나 포스와 위엄이 잔뜩 느껴지는 그분의 말씀에 압도된 제자들은 못마땅해하면서도 그물을 배 오른쪽에 던졌습니다.

그런데 이게 어떻게 된 일입니까? 거짓말 같은 일이 생겼습니다. 얼마나 많은 물고기가 잡혔던지, 그물이 터져나갈 정도였습니다. 그제야 눈치 빠른 ‘예수님께서 사랑하신 제자’가 알아차리고 수제자 베드로에게 보고합니다. “주님이십니다.” 얼마나 당혹스러웠던지 베드로는 겉옷을 두른 채 호수로 뛰어들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잡힌 물고기를 몇 마리 갖고 오라고 하시고는 손수 숯불을 피우셔서 노릇노릇 맛있게 굽고, 빵도 꺼내놓고서는 크게 외치십니다. “와서 아침을 들라.” 세상 자상하고 따뜻한 스승님의 초대 앞에 제자들은 가슴이 뜨거워졌을 것입니다. 참담한 실패의 밤을 보낸 허기진 제자들 앞에 손수 빵과 물고기를 대령하시는 예수님의 일거수일투족은 최후의 만찬을 떠올리게 합니다.

그날 새벽 티베리아스 호숫가 제자들의 마음은 착찹함 그 자체였습니다. 하늘처럼 믿었던 스승님께서 그리도 무기력하고 끔찍하게 세상을 떠나신 후, 제자들은 삶의 의미요 기둥이 무너져버렸습니다. 사는 게 사는 게 아니었습니다. 가만히 앉아 있다가는 돌아버리겠다는 생각에, 몸이라도 좀 움직이면 나을까 싶어, 야간조업을 나간 것입니다.

고기라도 넉넉히 잡혀주었다면, 매운탕이라도 끓여놓고 술이라도 한잔 하면서 쓰라린 심정을 달랠 수 있었을 텐데, 그날따라 단 한 마리도 못 잡았습니다. 뭘 해도 안되는 자신들의 처지가 한심하기도 하고 비참하기도 해서, 큰 상심에 빠져있는 제자들 사이로 부활하신 예수님께서 등장하십니다. 스승님의 부재 상태에서 임재 상태로 상황이 전환되자 우울했던 제자단 분위기는 급반전됩니다.

오늘도 예수님께서는 절망과 시련의 바다를 항해하는 우리를 향해 다가오십니다. 손수 따뜻한 밥상을 차려주십니다. 실패와 좌절 속에 힘겨워하는 우리에게 위로와 격려를 아끼지 않으십니다. 부활하신 예수님께서 오늘 이 아침에도 실패의 밤을 지새운 우리에게 다가오셔서 다정한 위로의 한 말씀을 건네십니다. “와서 아침을 먹어라.”

“그물을 배 오른쪽에 던져라. 그러면 고기가 잡힐 것이다.”는 예수님의 말씀은 지금까지 고수해온 낡은 삶의 방식을 버리고 새로운 계명을 선택하라는 초대입니다. 예수님의 부활과 더불어 이제 새로운 세상이 시작되었습니다. 이 세상은 부활하신 예수님을 중심으로 한 새로운 질서 속에 새로운 판으로 바뀌었습니다. 우리가 헛된 망상의 그물을 거두어들이고 주님께서 건네시는 새로운 그물을 펼칠 때 놀라운 사랑의 기적은 계속될 것입니다.

양승국 스테파노, 살레시오회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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