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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부활 제3주간 화요일
작성자조재형 쪽지 캡슐 작성일2025-05-05 조회수93 추천수6 반대(0)

오늘 독서에서는 초대 교회 첫 순교자인 스테파노 부제가 순교하는 장면이 나옵니다. 그는 하늘을 우러러보며 외칩니다. “보십시오, 하늘이 열려 있고 사람의 아들이 하느님의 오른쪽에 서 계신 것이 보입니다.” 그리고 돌에 맞아 죽으면서도 이렇게 기도합니다. “주 예수님, 제 영을 받아 주십시오.” 그리고 마지막으로, “주님, 이 죄를 저 사람들에게 돌리지 마십시오.” 이 얼마나 강력한 믿음입니까? 스테파노는 육신은 돌에 맞아 쓰러졌지만, 그의 영혼은 이미 하늘의 생명으로 살아 있었습니다. 그는 단지 죽은 것이 아니라, 하늘나라로 건너간 첫 순교자였습니다. 이 장면을 묵상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우리 시대의 스테파노 같은 사람들, 곧 자기 목숨을 다 바쳐 복음을 전했던 사람들을 떠올리게 됩니다.

 

저는 그중 한 분으로, 최근 선종하신 드봉 주교님을 떠올립니다. 그분은 프랑스에서 태어났습니다. 그리고 1954, 한창 가난하고 전쟁의 상처가 깊던 한국 땅을 밟았습니다. 그로부터 71. 고향으로 돌아가지 않으시고, 바로 이 땅에서 하느님을 사랑하고, 사람들을 돌보며 살아가셨습니다. 그리고 결국 이 땅에서 선종하셨습니다. 무엇이 그분을 그렇게 만들었을까요? 낯선 언어, 낯선 문화, 낯선 음식을 넘어, 왜 그는 이곳을 자기 고향처럼 여기며 살았을까요? 그 이유는 단 하나, 바로 영원한 생명을 주시는 예수 그리스도에 대한 믿음과 열정때문입니다. 드봉 주교님의 삶은 생명의 빵인 예수님을 만난 사람의 삶이 어떻게 변화하는지를 보여줍니다. 그분은 한국 땅을 사랑한 것이 아니라, 한국 땅에 있는 사람들을 사랑했습니다. 그리고 그 사랑의 뿌리는, 인간적인 호감이 아니라, 하느님 사랑에 대한 응답이었습니다. 프랑스의 안락함을 떠나 이 땅의 가난과 함께 살았던 삶. 그 삶은 단지 선교의 삶이 아니라, 복음의 증거였습니다. 71년간 한국에서 살다, 자신의 모든 것을 이 땅에 남기고 선종하셨습니다. 그분도 말없이 이렇게 고백하셨을 겁니다. “주 예수님, 제 영을 받아 주십시오.” “이 땅의 백성들을 용서하시고, 사랑으로 감싸 주십시오.”

 

드봉 주교님의 인생을 표현하자면, 그분은 경계를 넘은 사람이었습니다. 국경의 경계, 언어의 경계, 문화의 경계, 심지어 죽음의 경계까지도 넘은 사람입니다. 왜냐하면 믿음은 경계를 초월하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종종 이렇게 말합니다. “나는 이 나이에는 새로운 일을 못 해요.” “나는 이제 변화하기에는 너무 늦었어요.” 하지만, 드봉 주교님의 삶은 이렇게 말합니다. “믿음이 있다면, 그 어떤 경계도 넘어설 수 있다.” 우리도 언젠가 이 땅을 떠나 영원한 고향으로 돌아가는 사람들입니다. 그렇다면, 이 땅에서의 삶을 무엇으로 채우고 계십니까? 예수님은 오늘 우리에게 다시 묻습니다. “너는 무엇으로 배를 채우고 있는가? 세상의 양식이냐, 아니면 생명의 빵이냐?” 드봉 주교님은 생명의 빵으로 살아가신 분이셨습니다. 스테파노는 성전 바깥에서 돌에 맞아 죽었습니다. 드봉 주교님도 고향 프랑스가 아니라, 이국의 땅, 낯선 언어, 낯선 문화 속에서 자기 생애를 기꺼이 내어놓은 순교적인 삶을 사셨습니다.

 

순교는 반드시 피 흘림만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매일매일 내 뜻을 버리고, 내 안일함을 내려놓고, 타인을 위해 자신을 내어주는 삶도 하루하루의 순교입니다. 스테파노는 목숨을 내어놓았고, 드봉 주교님은 자기의 삶 전체를 내어놓았습니다. 그분은 하느님의 사랑을 전하는 것이 자신이 받은 생명의 빵을 나누는 길임을 믿었기에 프랑스를 떠나 한국으로 오셨습니다. 그리고 이곳에서 자신의 영적 고향을 만들었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나는 생명의 빵이다. 나에게 오는 사람은 절대로 배고프지 않을 것이다.” 스테파노 부제는 그 빵을 먹었기에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았습니다. 드봉 주교님도 그 빵을 먹었기에 생애 전체를 타인을 위한 나눔으로 살 수 있었습니다. 이제 우리 차례입니다. 우리도 그 생명의 빵을 받았고, 이제는 누군가에게 나누어 주어야 할 때입니다. “나는 어떤 빵을 먹고 있는가?” “나는 생명의 빵을 누구와 나누고 있는가?” “나는 순교자처럼 오늘 하루를 살고 있는가?” 오늘 하루, 스테파노 부제의 믿음과 드봉 주교님의 순명 안에 살아 있었던 영원한 생명의 열정을 마음에 새기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고백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주 예수님, 제 영을 받아 주십시오. 이 하루를 주님께 온전히 봉헌합니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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