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부활 제3주간 월요일]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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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박영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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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2025-05-05 | 조회수61 | 추천수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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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활 제3주간 월요일] 요한 6,22-29 "너희는 썩어 없어질 양식을 얻으려고 힘쓰지 말고, 길이 남아 영원한 생명을 누리게 하는 양식을 얻으려고 힘써라.”
예수님께서 적은 양의 빵과 물고기로 수천명을 배불리 먹이는 기적을 일으키시고 난 뒤, 사람들은 예수님을 적극적으로 찾아나섭니다. 예수님께서 놀라운 능력을 지니고 계심을 알게 된 그들이, 그분의 능력을 이용하여 자기들의 물질적이고 세속적인 욕구를 충족시키고자 눈에 불을 켜고 그분을 찾아다닌 겁니다. 마침내 갈릴래아 호수 건너편에서 예수님을 찾아낸 그들은 그분을 “랍비”라고 부릅니다. 유다인들에게 랍비란 율법에 관한 진리를 가르치는 ‘스승’을 의미했지요. 그러나 그들은 진리를 알고자 예수님을 찾은 게 아니라, 자기들의 부유하고 안락한 삶을 위해 그분을 찾았습니다. 결국 예수님을 ‘랍비’라는 호칭으로 부른 것조차 그분의 신원에 대해 고민한 결과가 아니라, 그저 그분을 사회적 존칭으로 높여 불러주고 비위를 맞춰줌으로써 예수님으로부터 원하는 걸 보다 수월하게 얻어내기 위한 일종의 ‘처세술’에 불과했던 겁니다. 그런 그들의 모습을 보시고 예수님은 말씀하십니다.
“너희는 썩어 없어질 양식을 얻으려고 힘쓰지 말고, 길이 남아 영원한 생명을 누리게 하는 양식을 얻으려고 힘써라.”
그러자 그들이 예수님께 질문합니다. “우리가 하느님의 일을 하려면 무엇을 해야 합니까?” 이 질문은 참으로 뜬금없게 느껴집니다. 예수님은 영원한 생명을 누리게 하는 참된 양식을 얻기 위해 힘쓰라 하시는데, 그들은 왜 갑자기 ‘하느님의 일’에 대해 말하는 것일까요? 그건 그들의 마음이 ‘노동과 보상’이라는 세상의 경제논리에 찌들어 있었기 때문입니다. 세상에서 썩어 없어질 양식을 얻기 위해서는 세상이 원하는 일을 하여 돈을 벌어야 합니다. 이 세상에 공짜란 없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하느님께서 주시는 ‘영원한 생명의 양식’을 얻기 위해서는 하느님이 원하시는 일을 하여 그것을 구할 수단을 갖춰야 한다고 생각한 것이지요. 하지만 우리에게 영원한 생명을 주는 참된 양식은 우리의 능력과 노력으로 당연히 받아야 할 대가처럼 하느님께 요구할 수 있는 게 아닙니다. 하느님의 사랑과 자비를 굳게 믿으며 그분께 의탁하고 그분 뜻을 충실히 따르면 그분께서 우리에게 거저 주시는 ‘선물’이지요. 만약 두살배기 어린 아이가 ‘자기가 원하는 쏘세지 반찬을 먹으려면 자기가 무슨 일을 하면 되느냐’고 어머니께 묻는다면, 어머니가 자기 자식에게 노동을 시킬까요? 맛있고 몸에도 좋은 음식은 당신이 알아서 먹여줄테니 엄마를 믿고 기다리라고 할 겁니다. 그런 마음은 하느님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래서 예수님은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하느님의 일은 그분께서 보내신 이를 너희가 믿는 것이다.”
우리가 참된 양식을 얻기 위해 해야 할 ‘하느님의 일’은 내 능력과 노력으로 그분 비위를 맞춰드리는 게 아니라, 그분의 사랑과 자비를 ‘믿는 것’입니다. 또한 그 믿음을 바탕으로 그분께서 베푸시는 사랑과 자비가 얼마나 좋은지를 맘껏 누리는 것입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는 내가 누린 기쁨과 행복을 다른 이들도 누릴 수 있도록, 이웃에게 사랑과 자비를 적극적으로 실천하는 것입니다. 그런 이들은 자기 입맛을 만족시키는 데에만, 자기 밥그릇을 키우는 데에만 신경쓰지 않습니다. ‘일용할 양식’마저 제대로 먹지 못하는 작고 약한 이들을 위해 나눔과 자선을 기꺼이 실천합니다. 그것이 바로 우리가 영원한 생명을 누리게 하는 ‘참된 양식’을 얻는 유일한 방법입니다.
* 함 승수 신부님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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