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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부활 제3주간 수요일]
작성자박영희 쪽지 캡슐 작성일2025-05-07 조회수38 추천수3 반대(0) 신고

[부활 제3주간 수요일] 요한 6,35-40 "내가 생명의 빵이다. 나에게 오는 사람은 결코 배고프지 않을 것이며, 나를 믿는 사람은 결코 목마르지 않을 것이다.

 

 

 

 

하느님의 '섭리'란 참으로 심오합니다. 각각의 것들을 따로 보면 도무지 그 의미를 알 수 없는 '파편' 같습니다. 그러나 퍼즐을 구성하는 각각의 조각은 그림 전체를 보아야 그 의미를 알 수 있듯, 하느님께서 우리 삶에 일으키시는 여러 표징들은 우리를 구원과 참된 행복으로 이끄시려는 그분 사랑의 '큰 그림' 안에서 바라봐야 비로소 그 의미를 깨닫게 됩니다. 일상의 작은 '의미'들 없이는 '큰 의미'도 없고, 그 작은 의미들이 모여 단순히 전체를 모아놓은 '합'보다 훨씬 더 크고 심오한 의미를 갖게 된다는 점이 참으로 놀랍기에, 하느님의 섭리를 '신비'라고 부르지요.

 

하느님의 섭리는 하나의 거대한 예술작품 같습니다. 어떤 부분은 희고 밝으며, 어떤 부분은 검고 어둡습니다. 그런데 우리 인간은 보통 희고 밝은 부분만을 선호하고, 검고 어두운 부분은 불편하게 여겨 배척하는 경향이 있지요. 하지만 모든 예술작품에는 '명암'이 있어야 합니다. 밝은 부분과 어두운 부분이 조화롭게 공존하여 다양하고 복잡미묘한 의미를 만들어내는 겁니다. 그러니 우리 삶의 검고 어두운 부분, 힘들고 고통스러운 대목이라고 하여 쉽게 배척하거나 내버리려 해서는 안됩니다. 그 부분의 삶에 어떤 심오한 의미가 담겨 있는지 지금의 나로서는 알 수 없기 때문입니다. 오랜 시간이 지난 뒤에야 '하느님이 그 때 그래서 그러셨구나'하고 깨닫게 되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삶의 큰 그림을 그려나가시는 위대한 작가이신 하느님을 온전히 믿고 따르는 것입니다. 그거 말고 다른 선택은 없습니다. 그 사실을 인정하고 순응하여 자연스레 하느님 작품이 되거나, 안받아들이겠다고 거부하다가 어렵고 힘들게 그분 작품에 편입되거나 둘 중 하나일 뿐인데, 여기서 행복과 불행이 갈립니다. 하느님 섭리에 순응하고 따르는 쪽이 행복의 길이고, 거부하고 버티는 쪽이 불행이겠지요. 믿는다는 것은 순명하는 것입니다. 하느님을 나의 ‘주님’으로 믿는다는 것은 그분의 뜻과 섭리에 온전히 자신을 내어 맡기고 철저히 따라간다는 의미인 겁니다. 어떻게 그렇게 되는지, 왜 그래야 하는지를 모른다해도, 하느님께서 그렇다고 하시면 그런 거라고 믿고, 하느님께서 그래야 한다고 하시면 그렇게 하는 것이 믿음입니다. 그 믿음이 나를 참된 행복으로, 진정 복된 삶으로 이끌지요.

 

그런 관점에서 예수님은 우리에게 “내가 생명의 빵이다”라고 선포하시면서, ‘믿음’을 강조하십니다. 예수 그리스도께서 나를 구원으로 이끄는 ‘길’이심을 굳게 믿으며 그분께로 나아가면, ‘그리스도를 통하여’ 하느님 아버지의 큰 사랑과 자비를 깊이 느끼게 될 것이기에 거기서 오는 충만한 기쁨 덕분에 안 먹어도 배부른 상태가 된다는 것입니다. 또한 예수님의 말씀을 믿음으로 받아들이고 따르면 그 말씀에 담긴 힘과 권능이 내 안에서 샘물처럼 솟아나와 더 이상 세상 것들에 목마르지 않은 상태, 즉 육적인 갈망에 휘둘리지 않고 참된 것을 바라고 추구할 수 있는 상태가 된다는 것입니다. 그러니 ‘죄만 안지으면 된다’는 수동적 신앙에 머물러 있지 말고, 지금 여기에서 주님의 뜻을 충실히 실천해야겠습니다. 주님께서 주시는 참된 생명은 죽고 난 뒤에나 시작되는게 아니라 그분께 대한 믿음과 순명을 통해 지금부터 누리는 것입니다. 

 

* 함 승수 신부님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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