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다해 부활 제4주일(성소주일) <내 양 떼를 전부 지켜내는 법> 복음: 요한 10,27-30 
십자가를 지고 가는 예수
엘 그레코 작, (1600-1605), 마드리드 프라도 미술관
|
오늘 우리는 부활 제4주일, 특별히 ‘성소 주일’이며 ‘착한 목자 주일’로 기념합니다. 오늘 복음은 우리를 목자이신 예수님께로, 그리고 우리 각자의 삶 속에서의 목자로서의 소명으로 깊이 초대합니다.
우리 모두는 누군가의 목자입니다. 우리가 마음으로 품고 기도하며 구원의 길로 인도해야 할 영혼들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 양들은 우리의 배우자일 수도 있고, 사랑하는 부모님이나 자녀들, 혹은 가까운 친구나 동료일 수도 있습니다. 하느님께서는 이 소중한 양 떼를 바로 우리에게 맡기셨습니다.
하느님은 “너희는 빈손으로 내 앞에 나와서는 안 된다.”라고 자주 말씀하십니다. 이는 단순히 물질적인 예물을 넘어, 우리 삶의 열매, 우리가 돌본 영혼들을 주님께 봉헌하라는 의미입니다. 예수님께서 말씀하신 ‘달란트의 비유’(마태오 25:14-30)를 기억해야 합니다. 주인은 각자에게 맡겨진 달란트를 잘 활용하여 이윤을 남기기를 기대합니다.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빈손으로 당신 앞에 오지 말라고 하시는 것은, 그분께 무엇인가가 부족해서가 아닙니다. ‘야곱과 에사우’의 이야기에서처럼, 야곱이 마지막에 자신을 위해 모든 것을 희생한 에사우 앞에 설 힘을 갖게 하기 위해서입니다.
그렇다면 우리가 어떻게 우리에게 맡겨진 양 떼를 하나도 잃지 않고 모두 참 주인이신 분께로 이끌 수 있을까요? 오늘 복음에 그 해답이 나옵니다. “나는 그들에게 영원한 생명을 준다. 그리하여 그들은 영원토록 멸망하지 않을 것이고, 또 아무도 그들을 내 손에서 빼앗아 가지 못할 것이다. 그들을 나에게 주신 내 아버지께서는 누구보다도 위대하시어, 아무도 그들을 내 아버지의 손에서 빼앗아 갈 수 없다. 아버지와 나는 하나다.”
남아메리카의 아우카족에게 복음을 전하다 순교한 다섯 명의 젊은 선교사들의 이야기를 떠올려 보십시오. 그들의 희생은 헛되지 않았습니다. 수년 후, 그 순교자들의 가족과 동료들은 다시 그 부족을 찾아갔고, 그들의 용서와 사랑에 감동한 아우카족 사람들은 복음을 받아들였으며, 심지어 그 부족 출신의 목회자들도 나오게 되었습니다.
왜 젊은 부인들은 자신들의 남편을 인정사정없이 죽인 그 부족을 다시 찾아갔을까요? 다른 곳에, 그들을 받아들이는 곳에 가서 선교하면 안 되었을까요? 그들이 그만큼 특별해졌기 때문입니다. 자신들의 남편과 친구들이 그들에게 피를 쏟았습니다. 그 피가 그들에게 묻어있습니다. 그래서 그들은 특별한 것입니다.
아버지가 자녀를 왜 사랑하게 될까요? 자녀들 안에 자신이 사랑하는 아내의 피가 들어있기 때문입니다. 다른 집의 자녀들 안에는 다른 집 부모의 피가 들어있습니다. 피는 생명입니다. 사랑하는 아내의 피와 희생이 들어있는 자녀를 남편은 사랑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왜냐하면 아내와 남편은 한 몸이기 때문입니다.
예수님께서도 이 말씀을 하시는 것입니다. 당신과 아버지는 하나이십니다. 당신이 양 떼를 위해 돌아가셨습니다. 이제 양 떼는 그리스도의 피가 묻어있습니다. 누군가 그 양 떼 중 한 마리라도 위협한다면 하느님께서 가만히 있으실 수가 없는 것입니다. 자기 스스로 뛰쳐나가는 가리옷 유다와 같은 경우가 아니라면 예수님은 이런 방식으로 당신 양 떼를 다 지키실 수 있으셨던 것입니다.
이는 마치 이탈리아 카시아에서 일어났던 성체 기적과도 같습니다. 1300년경, 어느 날 한 사제가 위중한 병자에게 병자성사를 주기 위해 급히 가던 중, 축성된 성체를 성합이 아닌 자신의 성무일도 책갈피에 끼워 넣었습니다. 병자에게 성체를 영해주기 위해 책을 펼쳤을 때, 성체는 온데간데없고 양쪽 페이지에 선명한 핏자국만 남아 있었는데, 그 핏자국은 성체의 둥근 모양이었고 심지어 한쪽에는 그리스도의 옆모습이 새겨져 있었습니다. 교회는 그 성체가 스며든 종이를 어떻게 해야 할까요? 버릴 수 없습니다. 그래서 감실에 모셨습니다.
이처럼 우리에게 맡겨진 이들을 하나도 잃지 않아야 합니다. 그리스도의 피를 그들에게 발라야 합니다. 성녀 모니카를 본받읍시다. 예수님은 우리를 아버지께 이끄시기 위해 아버지께 순종하시어 우리를 위해 피를 흘리셨습니다. 이것을 하는 것이 나 자신을 위한 유일한 구원의 길입니다. 피를 뿌리기 위해 죽으려고 하면 살 것이지만, 살려고 하면 결국 죽게 될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