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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양승국 신부님_주님의 섭리에 온전히 맡긴다는 표시로서의 제비뽑기!
작성자최원석 쪽지 캡슐 작성일2025-05-14 조회수59 추천수2 반대(0) 신고

 

오늘 베드로 사도는 120명이나 되는 형제들 앞에 서서 전과는 완전히 다른 담대하고 당당한 모습으로 일장훈시를 하고 있습니다. 훈시의 요지는 배반자 유다 사도에 대한 내용입니다. ‘그의 처소가 황폐해지고, 그 안에 사는 자가 없게 하소서.’ ‘그의 직책을 다른 이가 넘겨받게 하소서.’

훈시를 마치며 베드로 사도는 떠나간 유다를 대신할 사도를 선출하자고 제안하는데, 그 과정에서 베드로 사도의 유머 감각을 엿볼 수 있습니다. 저 같았으면 핵심 사도단인 베드로, 요한 야고보만 모여 긴급 회의를 거쳐 검증된 인물 한 명을 천거해서 동의를 얻었겠습니다.

그런데 베드로 사도가 제안한 방식은 이른바 ‘제비뽑기’였습니다. 저는 처음에 제비뽑기라니, 날아다니는 제비를 한 마리 잡아, 그 제비를 이용해서 뭔가 하는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알고보니 그 제비가 아니었습니다. 이른바 추첨을 통해 새로운 사도를 한 명 뽑는 것이었습니다.

제비라는 말이 재미있습니다. 제비뽑기는 ‘종이에 글을 적은 뒤 접어놓고 섞어서 뽑다.’는 말입니다. ‘접다’는 말의 옛말이 ‘졥다’인데, ‘졥다’에 접미사 ‘이’를 붙여 ‘졔비’가 되었고, 구개음화 법칙에 따라 제비가 된 것입니다.

최종적으로 선발된 후보는 묘하게도 요즘처럼 두 사람이었습니다. 1. 바르사빠스라고도 하고 유스투스라는 별명을 지닌 요셉. 2. 마티아.

사도행전은 두 사도에 대한 세세한 인물 소개를 하고 있지 않습니다. 다만 기호 1번인 요셉이 기호 2번 마티아 보다 더 유력한 인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이름이 먼저 거명되고 있으며, 동시에 바르사빠스라고도 불렸고, 유스투스라는 별명도 지닌 요셉이 인지도 면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었으리라 생각합니다.

기호 2번 마티아는 그 어떤 소개 말씀도 없이 딸랑 이름 석 자만 소개되고 있는 걸 봐서 인지도가 떨어지고 있었던 것이 분명합니다. 당시 사도들이나 함께 모여 기도했던 사람들도 요셉이 당선될 가능성을 크게 봤을 것입니다.

이윽고 사도들은 두 사람, 요셉과 마티아를 사람들 앞에 세우고 간절히 기도하기 시작했습니다.

“모든 사람의 마음을 아시는 주님, 이 둘 가운데에서 주님께서 뽑으신 한 사람을 가리키시어, 유다가 제 갈 곳으로 가려고 내버린 이 직무, 곧 사도직의 자리를 넘겨 받게 해주십시오.”(사도행전 1장 24~25절)

그러고 나서 두 사람에게 제비를 뽑게 하였는데, 결과는 요셉이 아니라 마티아가 사도로 선택되었습니다.

이처럼 중대한 결정을 ‘제비뽑기’로 진행하는 것이 좀 웃기기도 하지만, 당시 유다 전통 안에서 제비뽑기는 주님의 뜻을 찾는 한 방편이었습니다. 인간으로서 할 수 있는 최선의 노력을 다 한 후 나머지는 주님의 섭리에 맡긴다는 표시가 제비뽑기였습니다.

전해 내려오는 교회 전승에 따르면 마티아는 사도로 선출된 즉시 예루살렘을 떠났다고 합니다. 여러 이교도 지방을 두루 다니면서 주님의 복음을 선포하였으며, 후에 멀고도 먼 땅, 에티오피아까지 가서 선교에 전념하다가 영광스러운 순교의 월계관을 쓰셨다고 합니다.

양승국 스테파노, 살레시오회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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