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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부활 제4주간 금요일]
작성자박영희 쪽지 캡슐 작성일2025-05-16 조회수42 추천수6 반대(0) 신고

[부활 제4주간 금요일] 요한 14,1-6 "나는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다. 나를 통하지 않고서는 아무도 아버지께 갈 수 없다.”

 

 

 

 

오늘 복음은 바로 앞장인 요한 복음 13장 후반부에 내용적으로 이어지는 부분입니다. 하느님 나라를 선포하는 공생활이 막바지에 이르고 이제 그 ‘최종장’이라 할 수 있는 ‘십자가의 길’만 남은 상황에서, 예수님은 제자들이 당신의 죽음으로 인한 ‘부재’(不在)상황을 격게될 것을 미리 알려주십니다. 곧 예수님이 반대자들에게 체포 당하시면, 제자들은 죽음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그분을 버려두고 도망칠 것이기에, 예수님 혼자서 죽음을 통해 하느님 나라로 건너가시게 될 겁니다. 그러나 주님께서 부활하시면 제자들도 그분에 대한 굳은 믿음을 지니게 되어 그분 명령대로 온 세상으로 퍼져나가 복음을 전하게 될 것이고, 그 과정에서 박해를 당하고 순교함으로써 마침내 하느님 나라로 건너가게 된다는 것입니다. 그러니 당장의 두려움과 걱정 때문에 마음이 산란해져 우왕좌왕하지 말고, 당신을 그리고 당신을 세상에 보내신 하느님 아버지의 뜻을 굳게 믿으며 구원 받을 ‘때’를 기다리라는 것이지요.

 

하지만 제자들의 입장에서는 아직도 마음이 불안했습니다. 자기들도 언젠가는 하느님 나라로 가게 될 거라고 하시지만, 정작 ‘하느님 나라’가 구체적으로 어떤 나라인지 그 실체를 알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또한 어떻게 해야 그 나라에 도달할 수 있을지 그 구체적인 방법이나 경로도 모른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예수님은 그들에게 분명하게 말씀하십니다. “나는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다. 나를 통하지 않고서는 아무도 아버지께 갈 수 없다.” 이 말씀에서 강조되는 표상은 ‘길’입니다. 우리에게 ‘길’은 나보다 먼저 간 사람들의 경험과 노력이 배어있는 흔적입니다. 그래서 길을 제대로 알면 원하는 목적지까지 수월하게 갈 수 있지요. 우리 삶은 그 길을 달리는 일입니다. 그런데 그 달리기는 목적지까지 혼자 달리는 ‘마라톤’이 아니라, 다른 이를 존중하고 배려하며 함께 달리는 ‘이어달리기’입니다. 나보다 앞서간 사람들로부터 연륜과 지혜를 받아들이고 발전시킴으로써, 나보다 뒤에 올 사람들에게 더 나은 길을 보여주는 ‘이정표’가 되어야 하는 겁니다.

 

예수님께서 우리에게 그런 이정표가 되어 주셨습니다. 고통을 두려워하고 시련을 피하려고만 하는 우리에게, 그래서 그 안에 숨겨진 삶의 소중한 가치들을 잃어버리는 우리에게 본을 보여주시고자 십자가의 길, 희생의 길, 사랑의 길을 걸으셨습니다. 그리고 그 길을 통해 우리보다 앞서 하느님 나라에 들어가심으로써, 우리가 걷는 신앙생활이라는 길이 절대 무의미한 시간낭비가 아님을, 참된 행복과 구원에 이를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임을 알려주셨습니다. 더 나아가 우리가 하느님 나라에서 당당하고 기쁘게 살 수 있도록 그곳에 우리가 있을 ‘자리’를 마련해주셨습니다. 자기 자리가 분명히 정해져 있지 않으면 길을 잃고 방황하기 쉽습니다. 또한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고도 하지요. 그런 점에서 우리를 위해 하느님 나라에 ‘자리’를 마련해주시겠다는 주님의 약속은 ‘나도 하느님께 사랑받는 자녀’라는 자존감을 높여주는 동시에, 열심히 노력하여 그분 자녀‘답게’ 살아야겠다는 의지를 북돋워줍니다.

 

중요한 것은 주님께서 먼저 걸어가신 그 길을 나도 걷는 것입니다. 힘들다고 한눈 팔지 말고, 어렵다고 다른 길을 기웃거릴 생각말고, 주님의 말씀과 가르침을 철저하게 따르면 되는 겁니다. 사도들과 초기 교회 공동체 신자들은 예수님의 말씀과 뜻을 자기 삶으로 증거하였습니다. 철저하게 예수 그리스도의 가르침을 따르는 삶 안에서 참된 기쁨과 행복을 누림으로써 다른 이들로부터 ‘그리스도인’이라고 불리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아직 주님을 믿지 않던 이들에게 ‘길’이 되어 주었습니다. 우리도 그래야 합니다. 내가 다른 이에게 주님께로 나아가는 ‘길’이 되어주면, 주님께서 나를 하느님 나라로 건너가게 하는 ‘길’이 되어 주십니다. 

 

* 함 승수 신부님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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