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연중 제11주간 수요일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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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조재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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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2025-06-17 | 조회수163 | 추천수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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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재외 국민 투표를 했습니다. 코로나 시기를 제외하고는 이번이 세 번째입니다. 몸은 미국 달라스에 있지만, 제 국적은 여전히 대한민국입니다. 이번 투표에 참여한 재외 국민은 약 25만 명 정도라고 합니다. 달라스에는 총영사관 출장소가 있어서 차로 30분이면 갈 수 있지만, 캔자스에 계신 신부님은 무려 5시간을 운전해서 오셨다고 합니다. 어떤 분은 호주에서 비행기를 타고 4시간이나 날아가서 투표했다고 합니다. 왜 이렇게까지 수고해서 투표할까요? 그 이유는 아마도 자신이 대한민국 국민이라는 정체성과 소속감, 그리고 나라가 잘되길 바라는 마음 때문일 겁니다. 또, 나에게 주어진 권리이자 책임인 ‘주권’을 행사하려는 의식 때문이기도 하겠지요. 우리 본당도 비슷합니다. 가까운 어빙, 캐롤톤, 밸리렌치뿐 아니라, 프리스코나 맥키니, 알렌처럼 먼 곳에서도 주일마다 성당에 오시는 분들이 계십니다. 한 형제님은 시카고에 살 때, 매주 왕복 6시간을 운전해서 성당에 다녔다고 합니다. 이유는 단 하나, 주님께 붙어 있기 위해서입니다. 예수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나는 포도나무요, 너희는 가지다.” 포도나무에 가지가 붙어 있어야 물과 양분이 흘러가고, 그래야 열매를 맺을 수 있습니다. 가지가 줄기에서 떨어지면 말라버리고 열매도 없습니다. 신앙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가 주님께 붙어 있을 때, 생명이 흐르고 열매가 맺힙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주님께 붙어 있어야 할까요? 심판과 응징의 삶이 아니라, 용서와 포용의 삶을 살아야 합니다. 분노와 원망이 아니라, 이해와 평화의 삶을 살아야 합니다. 욕심과 시기가 아니라, 겸손과 나눔의 삶을 선택해야 합니다. 그럴 때 우리는 주님 안에서 풍성한 열매를 맺게 됩니다. 미국의 사상가 헨리 데이비드 소로는 이런 말을 했습니다. “가장 깊은 뿌리를 내리는 나무가 가장 높이 자란다.” 그렇습니다. 겉으로 보이지 않아도, 조용히 깊이 뿌리를 내린 나무가 결국에는 높이 자라고 튼튼한 열매를 맺습니다. 우리의 신앙도 마찬가지입니다. 남에게 보이기 위한 신앙이 아니라, 조용히 뿌리내린 삶이 필요합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은 우리에게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기도할 때는 골방에 들어가 문을 닫고 숨어 계신 아버지께 기도하여라. 자선을 베풀 때는 오른손이 하는 일을 왼손이 모르게 하여라. 단식할 때는 머리에 기름을 바르고 얼굴을 씻어라. 숨은 일도 보시는 아버지께서 너희에게 갚아 주실 것이다.” 기도도, 자선도, 단식도 남들에게 보이기 위해서 하는 게 아닙니다. 하느님 앞에서, 오직 그분만 아시게끔 조용히 실천하는 것. 그것이 진짜 열매입니다. 주님은 우리 마음을 아시고, 우리가 하는 모든 숨은 선행도 보고 계십니다. 멀리서 살아도 신앙으로 하나 되고, 바쁘고 피곤해도 주님께 붙어 있으려는 우리의 발걸음은 절대 헛되지 않습니다. 오늘 하루, 우리도 조용히 그러나 깊게, 주님께 뿌리내리는 삶을 살면 좋겠습니다. 그러면 주님께서 우리에게 반드시 풍성한 열매를 맺게 해 주실 것입니다. “적게 뿌리는 이는 적게 거두어들이고 많이 뿌리는 이는 많이 거두어들입니다. 행복하여라, 주님을 경외하고, 그분 계명을 큰 즐거움으로 삼는 이! 그의 후손은 땅에서 융성하고, 올곧은 세대는 복을 받으리라.”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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