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민족의 일치와 화해를 위한 기도의 날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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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조재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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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2025-06-23 | 조회수183 | 추천수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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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남과 북의 화해와 일치를 위해 기도하는 날입니다. 어릴 적 친구와 다툰 기억이 납니다. 친구는 제 목을, 저는 친구의 급소를 잡고 서로 울며 꽉 잡은 손을 놓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결국 우리는 그 손을 놓았고, 웃으며 어깨동무하고 집으로 돌아갔습니다. 50년이 지났지만, 그날의 장면이 선명하게 떠오릅니다. 그렇습니다. 평화란 힘으로 얻는 것이 아니라, 먼저 손을 놓는 용기와, 다시 손을 잡는 사랑에서 시작됩니다. 1950년 한국전쟁 이후, 우리는 70년이 넘도록 서로 손을 놓지 못하고 있습니다. 갈등의 끈, 긴장의 끈을 여전히 붙들고 있습니다. 남과 북은 대립과 불신, 이념과 체제 속에서 너무 오랜 시간 멀어졌습니다. 하지만 하느님께서는 오늘 우리에게 말씀하십니다. “너희가 마음속으로 뉘우치고, 주 너희 하느님께 돌아오면, 주님께서 너희의 운명을 되돌려 주실 것이다.” 하느님께서는 불가능 속에서도 길을 만드시는 분이십니다. 우리가 마음을 다해 회개하고 돌아오면, 주님께서는 반드시 새 길을 열어 주실 것입니다. ‘햇볕정책’을 기억합니다. 남과 북의 정상이 만나서 문화와 경제 협력의 자리를 마련했던 기억도 있습니다. 그 시작은 ‘소’였습니다. 현대그룹의 정주영 회장은 소 한 마리를 팔아서 남쪽으로 내려왔습니다. 성공한 정주영 회장은 천 마리의 소를 끌고 북으로 갔습니다. 천 마리의 소와 천 마리의 소를 태우고 갔던 트럭을 북한에 주고 왔습니다. 이렇게 남과 북의 경제 협력의 ‘물꼬’가 트였습니다. 그 뒤로 개성공단, 금강산 관광, 백두산 관광이 있었습니다. 북한의 예술단이 남한으로 와서 공연하였고, 남한의 예술단이 북한으로 가서 공연하였습니다. 북한의 김정은 위원장이 판문점을 넘어와서 회담하였고, 남한의 문재인 대통령도 북한으로 가서 연설하였습니다. 이렇게 무르익은 평화의 분위기는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의 회담으로 이어졌습니다. 3번에 걸친 회담이 있었지만 아쉽게도 북한과 미국의 평화 회담은 열매를 맺지 못하였습니다. 이제 미국은 다시 트럼프 대통령의 시대가 열렸습니다. 한국은 새로운 정부가 탄생했습니다. 남과 북의 일치와 화해를 위한 ‘자리’가 다시 마련되면 좋겠습니다. 오늘의 성서 말씀은 어떻게 하면 우리가 참으로 화해하고, 민족이 하나 될 수 있는가를 잘 말해 주고 있습니다. 오늘 제1 독서는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너희가 마음속으로 뉘우치고, 주 너희 하느님께 돌아와서, 내가 오늘 너희에게 명령하는 대로 너희와 너희의 아들들이 마음을 다하고 정신을 다 하여 그분의 말씀을 들으면, 주 너희 하느님께서 너희의 운명을 되돌려 주실 것이다.” 먼저 자신을 성찰하고, 하느님의 뜻이 무엇인지를 찾아야 한다고 말합니다. 그러면 우리의 힘으로는 힘든 일이지만 하느님께서 이끌어 주실 것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성찰한 우리가 해야 할 일을 말해 주고 있습니다. “주님, 제 형제가 저에게 죄를 지으면 몇 번이나 용서해 주어야 합니까? 일곱 번까지 해야 합니까?” 하고 물었다. 예수님께서 그에게 대답하셨다. “내가 너에게 말한다. 일곱 번이 아니라 일흔일곱 번까지라도 용서해야 한다.” 용서는 조건이 없습니다. 용서는 상대방을 위한 것이기도 하지만 용서는 용서하는 사람을 위한 것입니다. 오늘의 제2 독서는 용서의 구체적인 행위를 말하고 있습니다. “하느님의 성령을 슬프게 하지 마십시오. 여러분은 속량의 날을 위하여 성령의 인장을 받았습니다. 모든 원한과 격분과 분노와 폭언과 중상을 온갖 악의와 함께 내버리십시오. 서로 너그럽고 자비롭게 대하고, 하느님께서 그리스도 안에서 여러분을 용서하신 것처럼 여러분도 서로 용서하십시오.” 이산가족이 만나고, 남과 북이 단일팀으로 국제경기에 나가고, 남과 북의 예술인들이 평양과 서울에서 공연하고, 개성공단, 금강산 관광, 백두산 관광도 계속되고, 서울, 평양을 이어주는 고속도로, 철도가 개통되는 날이 오면 좋겠습니다. 정치와 군사적인 통일은 아직은 어려울 것입니다. 하지만 다른 분야는 우리가 서로 협력을 하기로 마음만 먹으면 못 할 것도 없는 일들입니다. 여러 가지 어려움이 있었지만 그래도 꾸준히 남과 북이 대화와 협력으로 풀어나가던 일들입니다. 주님의 크신 사랑이 함께 하시어, 우리 사회의 갈등이 치유되기를 기도하며, 남, 북의 화해와 일치가 이루어지도록 기도합니다. 민족의 화해와 일치는 외교가 먼저가 아닙니다. 기도가 먼저입니다. 정치보다 깊은 것은 신앙입니다. 한국 교회는 매년 6월 25일, 전쟁의 아픔을 기억하면서도, 그 속에 감추어진 하느님의 섭리를 믿으며 기도해 왔습니다. 이 기도가 언젠가 ‘민족 기쁨의 날’로 이어지기를 간절히 희망합니다. 우리가 먼저 이 미사 안에서 서로를 이해하고 용서하고 사랑할 때, 민족의 아픔 속에서도 새로운 봄은 찾아올 것입니다. 그 봄은 무력이나 이념이 아닌, 그리스도의 사랑으로부터 시작될 것입니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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