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연중 제13주간 화요일
작성자조재형 쪽지 캡슐 작성일2025-06-29 조회수101 추천수5 반대(0)

2020315, 미국 전역에 락다운(lockdown) 명령이 내려졌습니다. 저도 당시 뉴욕에 있었습니다. 도시 전체가 조용해졌고, 성당의 미사도 중단되었습니다. 음식점, 미장원, 박물관, 공연장, 심지어 어린이 놀이터까지 문을 닫았습니다. 병원에는 환자들이 넘쳐났고, 안타깝게도 곳곳에서 죽음의 소식이 들려왔습니다. 저의 어머니도 그 시기에 하느님 품으로 가셨습니다. 5년의 세월이 흘렀지만, 그때를 떠올리면 여전히 마음이 아립니다. 락다운은 우리에게 공포와 상실을 안겼습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우리가 너무 당연하게 여겼던 것들을 다시 성찰하게 했습니다. 인간의 활동이 멈추자, 자연은 살아났습니다. 하늘은 맑아졌고, 멸종 위기 동물들이 도심에 모습을 드러내기도 했습니다. 사람들은 질문하기 시작했습니다. “우리가 그렇게 바쁘게 추구하던 것들이 정말 필요한 것이었는가?” “무엇이 진정 소중한 것인가?”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 2020327일 바티칸 성 베드로 광장에서 바친 특별 기도와 묵상은 전 세계에 깊은 울림을 주었습니다. 배 위의 제자들과 같은 인류에게 교황님은 이렇게 기도하였습니다. “주님, 우리는 공포에 사로잡힌 채 외쳤습니다. ‘주님, 저희를 구하소서!’ 주님께서는 폭풍우를 잠잠케 하셨습니다. 그 순간, 저희는 모두 같은 배에 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서로의 연약함을 알아차리게 되었습니다. 주님, 저희는 지금 배에 함께 있습니다. 아무도 혼자가 아닙니다. 두려워하는 우리에게 주님은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왜 겁을 내느냐? 이 믿음이 약한 자들아!’ 저희는 두려워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당신을 신뢰합니다.” 그 고요함 속에서 저는 신문을 만들며 생각했습니다. 절망을 나르는 종이가 아니라, 희망을 담는 지면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말입니다. 신앙의 위로를 담고, 사랑의 연대를 보여주는 이야기를 전하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한국의 주교님들과 신부님들에게 원고를 청했습니다. 놀랍게도 많은 분이 기꺼이 응답해 주셨습니다.

 

어떤 글은 슬픔 속에서 피어난 감사였고, 어떤 글은 고립 속에서도 멈추지 않는 기도였으며, 어떤 글은 일상의 평범함이 얼마나 귀한 것인지를 일깨워주는 고백이었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제자들은 풍랑 속에서 두려움에 휩싸입니다. 배는 물에 잠기려 하고, 예수님께서는 그 배 안에서 주무시고 계십니다. 다급한 제자들은 예수님을 깨우고, 예수님은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왜 겁을 내느냐? 믿음이 약한 자들아!” 그리고 바람과 파도를 꾸짖자, 모든 것이 고요해졌습니다. 우리도 코로나라는 풍랑을 통과해 왔습니다. 사회는 마비되고, 미래는 불투명했으며,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보내야 했던 이들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 풍랑 속에서도, 하느님은 우리와 함께 계셨습니다. 하느님은 고요히 배 안에 계셨고, 우리가 주님을 다시 바라볼 때, 고요는 시작되었습니다. 믿음은 그렇게 무질서의 바다 위에 놓인 조용한 등대와 같았습니다.

 

하느님께서는 아브라함을 기억하시어 롯을 구하셨다라고 성경은 말합니다. 하느님은 기억하십니다. 눈물 흘리며 기도하던 우리의 밤을, 고립된 병실에서 외롭게 떠난 이를 위한 우리의 장례 미사를, 그리고 마스크 너머로 건넨 사랑의 눈빛을 기억하십니다. 주님은 우리의 기도를 들으시며, 고통의 한가운데서도 구원의 길을 내어주십니다. 락다운 시기, 저는 종종 이런 문장을 신문에 실었습니다. “희망은 거창한 구호가 아니라, 한 사람의 진심에서 시작됩니다.” “믿음은 우리가 끝이라고 느끼는 지점에서, 하느님께서 다시 시작하시는 능력입니다.” “사랑은 함께 있음의 또 다른 이름입니다. 떨어져 있어도, 우리는 기도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그 글들을 통해 저는 독자들에게 말하고 싶었습니다. “우리는 함께했기에 이겨 낼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우리는 하느님의 백성이기 때문입니다.”

 

우리도 이렇게 고백하면 좋겠습니다. “이분이 어떤 분이시기에, 바람과 호수까지도 복종하는가!” 그분은 우리의 주님이십니다. 고요를 명하시는 분이시고, 우리를 기억하시는 분이시며, 우리에게 희망과 믿음과 사랑을 가르쳐주시는 분이십니다. 오늘 하루, 우리가 만나는 작은 풍랑 속에서도, 고요히 말씀하시는 주님의 음성에 귀 기울이면 좋겠습니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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