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드로 사도는 존재 자체로 우리 후배 신앙인들에게 큰 위로와 희망을 선물로 주시는 분입니다. 그분은 하늘나라의 열쇠를 손에 쥔 분으로, 그 어떤 시련과 박해의 칼날 앞에서도 눈 한번 까딱하지 않았던 분, 반석같이 든든한 분이셨습니다. 그러나 그에게도 한때 치명적인 과오, 치욕적인 흑역사가 있었습니다. 예수 그리스도와의 참 만남과 더불어 참 제자가 되기 전, 그는 여러 측면에서 미성숙한 모습을 보였습니다. 베드로 사도의 나약하고 흔들리는 모습은 꼭 저를 보는 느낌입니다. 어찌 그리 저와 빼닮았는지 모릅니다. 정말 제대로 된 제자로 한번 살아보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은데, 그래서 결심하고, 시작은 잘하는데, 뒷받침이 그렇게 안 됩니다. 머리로는 분명히 될 것 같은데, 삶이 받쳐주지를 못합니다. 첫출발 때 목숨이라도 바칠 것 같이 달려들던 그 열렬한 마음, 예수님을 향해 활활 타오르던 그 불같은 열정, 순수한 신앙, 그런 초심을 항상 유지하고 싶었는데... 생각뿐입니다. 예수님의 부르심에 일단 용감히 따라나서기는 했지만, 워낙 신앙의 기반이 약하다보니, 의지력이 부족하다 보니, 뱁새가 황새 쫓아가는 분위기입니다. 베드로 사도 같은 경우 인간적인 미성숙도 만만치 않았습니다. 성격이 무척이나 과격했고 불같았으며, 마치 럭비공 같아 어디로 튈 줄 몰랐습니다. 때로 조용히 있었으면 50점이라도 딸텐데, 괜히 먼저 나서다가 스승님으로부터 호된 질책을 받은 적이 한 두번이 아니었습니다. 마침내 수난의 시기, 그는 스승님을 세 번이나 모른다며 배반하는, 결정적 과오를 범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인재 양성의 귀재이신 예수님의 탁월하고 예술적이며 인내로운 단련에 힘입어, 베드로 사도는 그 어떤 풍파에도 흔들리지 않는 참 제자로 거듭납니다. 작은 바람에도 쉼 없이 흔들리던 나약한 갈대 같았던 그는 그 어떤 시련과 고초 앞에서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는 큰 바위로 재탄생한 것입니다. 예수님께서 승천하신 후 베드로 사도는 매일 새벽닭이 울면 일어나 수제자 배반 사건을 떠올리며 크게 울었답니다. 낮 동안에도 틈만 나면 송구한 마음에 울고 다녔답니다. 그래서 그의 눈자위 주변은 늘 붉게 물들어있었으며, 짓물러 있었다고 전해집니다. 그 어떤 풍파에도 흔들리지 않는 든든한 반석은 저절로 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그의 생애는 오늘 우리에게 알려주고 있습니다. 양승국 스테파노, 살레시오회 |